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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쥐었다고 공범 아닌가?"

가수 신해철, 청와대 앞서 반전ㆍ파병반대 1인시위

“깡패가 칼질할 때, 나는 칼을 안 쥐었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칼 갈아주고, 심부름 해주고, 뒤처리 해준다고 해서 나는 책임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한가?”

“설령 힘의 논리에 의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지금 당장의 국익을 위해 부도덕한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도덕적 부담감을 남기는 죄악을 저지른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반전-파병반대 1인시위에 나선 가수 신해철씨는 이런 말을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진1>신해철

***"이거 안하면 뭐 할 건데요?"*

미국주도의 일방적인 이라크전을 규탄하고 한국정부의 파병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날이갈수록 드높아지고 있다. 21일 오전에도 참여연대의 청와대 앞 릴레이 1인시위에 영화배우 방은진, 가수 신해철씨 등이 참여했고, 전국민중연대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교수노조 등도 청와대 옆 효자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오전 11시부터 청와대 앞 경비대 초소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영화배우 방은진씨는 “정부의 입장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은 이해하지만 최선의 결정은 아니었다”며 “이라크전 파병이 우리의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2>방은진

방은진씨에 이어 릴레이로 상복을 뜻하는 검정 넥타이를 메고 정오부터 1인시위에 나선 가수 신해철씨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대선때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공식 지지연설을 했던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1인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거 안하면 뭐할 건데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대통령이 지금 이런 부도덕한 전쟁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 지원은 우리 후손에게 부도덕한 전쟁에 참여했다는 도덕적 부담감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 큰 국익이 무엇인지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은 이제 3류국가”**

신씨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마디로 “Fuck Off! Murderer!”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부시가 '순화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순화된 표현'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석유·군수업자등과 기독교 우파 근본주의자들의 앞잡이 부시 미대통령 본인이 악의 축”이라며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첨단 대량살상무기를 선보이며 퍼붓는 미국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진정한 깡패국가”라고 했다.

신씨는 “이라크전의 실상에 침묵하는 미국 매스컴,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이라크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미국인들과 미국은 3류국가로 전락했다”며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한다는 것은 장차 이 나라(한국)의 영원한 수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3>신해철

신씨는 앞으로 “(반전과 파병반대를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어느 장소, 어느 때나 참여하겠다”며 “동료 음악인들과도 연대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도 “청취자들의 의견을 교감하며 어떻게 해 나가야할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고 했다.

***“이라크에 쏘는 미사일과 대포가 우리 동포에게 겨눠질수도”**

신씨는 이라크전에 대해 “남의 나라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이라크 사람들에 대한 인류애뿐만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에 쏘는 미사일과 대포를 우리 동포에게도 겨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착잡하다”고 했다.

신씨는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반전시위에 대해, “현실적으로 무기력한 감정에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참여한 1인시위도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모습을 담아 전할 수 있는 대단히 상징적인 시위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4> 민중연대

한편 전국민중연대는 효자동 청운파출소 앞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한국지지 지원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이번 전쟁은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북한, 이란, 팔레스타인 등 다른 국가에 미국이 자의적으로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극히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이라크 침략전쟁 저지 없이 한반도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민교협, 교수노조 등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규탄과 한국군 파병 반대를 위한 교수 7백인 선언'을 갖고 정부가 이라크전 파병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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