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3일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와 관련, 특검법을 공포.시행한 뒤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추후 협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도 그간의 거부권 행사 입장에서 특검법 수정안 마련 쪽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특검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는 개정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강조했고,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특검 시행 후 협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14일 총무회담을 통한 여야간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 “특검 수사 전 재협상 없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특검법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특검법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면 국익과 국민의사를 감안해 여야가 언제든지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12일 오찬회동에서 나온 북한과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기소하지 말자는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특검은 우리나라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므로 굳이 형사법률에 명시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특정인의 처벌을 제외하자는 주장은 누구를 꼭 처벌해야 한다고 형사법률에 명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을 뛰어넘는 견해”라고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은 특검법안을 “한 자도 수정할 수 없다”던 기존 방침에 비하면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을 임명하기 전까지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 수정을 기대한 청와대와 민주당측의 입장과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특검 공포 후 수정 용의’ 방침은 특검 임명 후 수사가 진척된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규택 총무는 "특검이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재협상이 없다"고 못박고 ‘재협상에 법수정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도 "수정을 하려면 국회로 가져와야 하는데 시간이 되겠느냐"며 "수정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성명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소환할지 등은 전적으로 특검의 권한"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 전 비서실장, 임동원 전 특보 등에 대한 조사가 국익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특검이 판단하면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거부와 정부 제출법안의 심의 거부 등 강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 “특검 시행 후 협의 방침은 정략적”**
한편 민주당은 이날 특검법을 무조건 거부한다는 기존 당론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유연한 자세로 야당과 협상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아 14일로 예정된 여야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과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유연한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다만 문석호 대변인은 “유연성을 갖는다는 말은 협상 과정에서 당론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당의 입장을 다소 변경해 제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달라”고 주문했다.
변경 당론으로는 특검 수사기간 단축, 수사결과 발표시 북한측 인사를 익명으로 처리, 수사내용 관련 비밀준수 의무와 처벌 조항을 강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의한 ‘특검 시행 후 협의’ 방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특검법을 일단 시행한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협의하겠다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라며 “한마디로 일단 대포를 쏜 뒤 대포알이 빗나가면 달려가서 잡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14일 총무회담에서 민주당의 ‘유연한 협상’ 방침을 한나라당이 수용할 경우 특검법이 수정 도입될 수 있지만, 불응할 경우에는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쌓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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