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온몸으로 저지하겠다며 이라크로 들어간 '평화 지킴이'들이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이라크내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자칫 후세인 정권의 정치선전물로 이용당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가 현지에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인간방패 활동 모습>
***스웨덴 평화운동단체, “집으로 돌아오라. 이용당하고 있다”**
AP통신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평화운동가들은 이라크 정부측의 심한 활동통제와 "전쟁이 나면 인간방패들을 폭격 예상지역에 배치하겠다"는 후세인 정권의 협박 때문에 속속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스웨덴 최대의 평화운동단체‘스웨덴 평화 중재 협회(Swedish Peace and Arbitration Society)'는 지난달 28일 인간방패로 활동하는 평화운동가들이 후세인 정권의 정치 선전물로 이용당하고 있다며 이라크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의 마리아 에르마노는 "이라크 당국이 평화운동가들에게 교통과 숙박, 기자회견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라크에 들어가 이라크 정권의 돈으로 활동하기 위해 당신들은 지금 끔찍한 독재자를 옹호하고 있다. 그 방법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고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평화 활동가들은 자국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평화 운동가들도 작전상 후퇴**
평화운동가들이 방문할 수 있는 이라크 내 지역이 엄격히 제한되고 신변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영국 출신 평화운동가 일부도 귀국길에 올랐다.
‘이라크 인간방패행동(Human Shield Action Iraq)’의 대변인인 크리스티앙 브릭스는 통신사인 브리티시 프레스 어소시에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재정 문제와 공포 때문에 십여명의 활동가들이 이라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당국이 인간방패들의 방문 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병원 같은 곳에는 갈 수 없다. 우리는 전략을 재검토중이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현재 이라크에 남은 영국 출신 평화운동가들은 10여명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활동가인 고든 슬로안은 “우리는 반전 목소리를 내는데 최선을 다했으나 현재 인원으로는 전쟁 발발시 실질적인 억지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BBC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 한국 인간방패>
***한국에서 간 ‘인간방패’들은?**
한국 출신 인간방패 지원자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그다드에 있는 한국 출신 평화운동가들은 현재 13명. 이들은 요르단에서 이라크 진입을 시도하던 끝에 지난달 27일 어렵게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입성했다. 이들은 이라크 현지에서의 반전시위에 참가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난민구호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을 갖고 지난달 출국했었다.
서울에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의 염창근 사무국장은 3일“현재 전세계에서 모여든 전체 지원자중 절반 정도가 이라크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지원단도 현재 입장을 논의중이나 우리의 원래 목표는 구호활동이었기 때문에 이라크에 계속 남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방패들은 당초에 전쟁 구호활동외에 전쟁이 시작되면 발전소, 병원, 상수도 시설 등 폭격 예상지역에 가서 공격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인간방패가 되지만, 후세인의 필요와 통제에 의해 배치되면 인질이 된다"며 이들의 활동 계획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평화 지킴이라는 고귀한 뜻을 갖고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 현지로 들어간 우리나라 평화 지킴이들이 나날이 어려워지는 현실속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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