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계획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고등학생에게까지 번져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을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칭한 티셔츠를 입은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쫓겨나 고등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관한 논쟁이 미국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고등학교에 다니는 브레튼 바버(17)는 부시 얼굴 사진 위아래에 “국제 테러리스트(international terrorist)”라는 글귀가 써있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이 학교 교감에게 하교를 강요당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번 제1조와 지난 60년대 베트남전 반전운동 당시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학교 조치를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미국 고등학생>
바버가 문제의 티셔츠를 입고 등교한 날은 지난 17일이었다. 바버는 “나는 반전(反戰)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 티셔츠를 입었을 뿐”이라며 “옷을 입은 날 아침 여러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았다. 안 좋은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바버가 입은 티셔츠에 대한 소식을 들은 교감이 바버를 찾은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교감은 바버에게 “옷을 뒤집어 입지 않으면 너는 지금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교감의 강요에 의아한 바버는 그 이유를 물었고 교장은 이렇게 답했다.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옷을 입을 수 없다.”
학교에서 강제로 하교하게 된 바버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시도했다. 그는 지난해 이 연맹에 가입한 회원이었다. 게다가 지날 달에만 3차례나 반전집회에 참여한 '비판적 시민'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탄생기념일이라 통화할 수 없었다.
통화가 무산되자 바버는 인터넷을 통해 ‘팅커 대(對) 디모인 시(市) 판결(Tinker v. Des Moines)'을 다시 읽어본 후 자기 학교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언론매체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사진: 한국 어린이들>
***부시 전쟁몰이 비판은 교육에 해로운가**
바버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미국 전역과 다른 나라에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면서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관한 미국의 판례는 바버가 인터넷을 통해 다시 읽었다는 ‘팅커 대 디모인 시 판결’이 대표적이다. 이 판결은 1960년대 말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베트남전 반대 메시지를 새긴 검정색 완장을 차고 다니는 것을 학교에서 저지하면서 촉발된 법정 다툼이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69년 ‘학교의 기능을 심각하게 해치는 의사표현은 교육자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을 단서로“학생들이 학교 정문에서 연설이나 의사표현을 할 자유를 가질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바버의 전화를 받은 디어본 고등학교의 주디스 코블리 교장은 그에게 이 판결을 아느냐고 물었고 한다. 바버는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은 그것이 69년에 일어났다고 했는데, 나는 판결은 69년에 났지만 사건은 65년에 일어났다고 정정해줬다”며 “교장선생님은 학교가 (학생들의) 발언을 통제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판결 당시의 소수의견만을 인용했다. 나는 판결의 결론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논쟁하지 않았다”고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팅커’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반사회적' 의사 표현 시 즉시 제제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제도언론의 일방적인 전쟁몰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끌려가고 있는 ‘자유의 나라’ 미국의 실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