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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워 자가용 없던 부모님 죄겠죠"

대구지하철 피해자대책위 홈페이지에 모이는 사연들

‘대구지하철 피해자대책위원회’가 인터넷에 개설한 공식 홈페이지(http://www.daegusubway.or.kr) 추모게시판에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법없이도 사시던 아버님인데..."**

‘다인이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이샛별양은 “보고싶은 내 친구 다인아, 먼길 가는데 외롭지 않게 우리반 친구들이 함께 있어 줄께”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으로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보낸 최진수씨는 “법 없이도 사시던 아버지! 6.25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나라위해 싸우시다 총 맞고도 살았는데, 무참한 불길 앞에선 당신의 현명한 판단도 흐려지셨나 봅니다”며 “왜 왜 왜 왜 왜 ?”라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ㅠㅠ’는 “참혹한 이 현실이 너무나도 싫습니다”며 “지금 비가 내리고 있네요. 혹시나 희생되신 분들의 눈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고 슬퍼했다.

아이디 ‘sky’는 “뉴스, 신문기사를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무섭기도 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고 역사에 추모비를 세우자"**

이 사건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사고 지역에 추모비를 세우자는 의견도 올라왔다.

유가족 한 명은 “이번 참사는 세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고로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며 “사고 지하철역 도로에 추모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추모비 제안자는 추모비가 “저 멀리 앞산공원, 아님 팔공산, 어디 구석으로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항상 우리가 보고 느낄수 있는 곳에 설립을 해야한다”며 “이곳(사고 지하철역 도로)이 아니면 우리는 몇 달 만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 산다는 정미경씨는 게시판에 “사실 이 참사 이후로 이민가겠다는 분들도 많은데, 하지만 우리는 우리 땅에 살아야 되니까 더욱 더 신경 쓰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하철공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대구지하철공사의 안일한 화재 대응에 대한 비판의 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분개’의 한 시민은 “이번 사건은 대구만의 문제 가 아니라, 서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허술한 지하철 안전체계를 만든 지하철 공사 고위급 간부들에게 경고하는 의미에서 지하철공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피해자 대책위 공식 홈페이지는 공지사항과 일정을 알리고 추모게시판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온라인 모금과 법률 상담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1백77개 단체 4천7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이번 사고에 따른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자료를 게시해 놓고 있는데, 조사에 의하면 22일 현재 사망자 198명, 부상자 146명, 실종신고 6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고대책본부가 발표한 사망 133명, 실종 384명과 큰 차이가 나, 실종신고자들과의 사고대책본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유가족들은 ‘지하철 운행 중지’, ‘사고현장 보존’ 등을 요구하며 대구시민회관에서 중앙로역까지 시내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워 자가용 없는 저희 어머님, 아버님 죄겠죠"**

한 게시판에는 '유족의 일기 내용'이라는 글도 공개돼 네티즌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어젠, 내가 사랑스런 엄마와 아빠가 새까맣게 그을린 채 돌아가셨습니다. 올해 52살과 45살을 맞으신 아빠와 엄마. 평소 늘 일만 하시다 그 가깝다는 제주도여행 한번 못가보시고 어제 출근길에 두분 다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이건 누구에 죄일까. 방화범도, 지하철관계자도, 전부 죄가 없다고 한다면.... 하긴, 형편이 어려워 자가용이 없는 저희 어머님과 아버님이 죄겠죠.”

“어제 오전 열차 속에 갇히신 어머님께서 연락이 왔더군요. "민아, 지하철을 탔는데 사고가 났구나" "그럼 문 열고 나가면 되잖아?" "정전때문에 컴컴해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 아빠와 청년들이 창문을 깰려고 하는데 곧 구조되겠지. 걱정하지 말고 밥 먹고 씻고 학원 가거라." 그 사이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여보 힘들겠어’라는 힘겨운 목소리가. 이게 저의 어머님과 아버님의 마지막 음성이었습니다. 엄마는 생사를 다투는 그 긴급한 상황에서도 제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는 경찰서에서 반쯤 타버린 아버지의 서류가방을 확인하고, “어머님의 곱다 고우신 손과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던 아버님의 얼굴이 반나절사이 머리털 하나 없이 새까맣게 타버리신 걸 보고 그 자리에서 칼이라도 들고 죽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들과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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