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으로 스프링캠프 장소를 옮긴 텍사스 레인저스가 '깜짝 쇼'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9승 8패, 방어율 5.75의 저조한 성적을 냈던 텍사스의 박찬호 투수에겐 이번 스프링캠프가 팀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경비절감과 훈련집중 효과 노리겠다'**
텍사스 구단이 애리조나 서프라이즈로 스프링캠프 장소를 바꾼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비절감의 효과와 선수들의 집중적 훈련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애리조나 지역에 모여든 메이저리그 팀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때문에 플로리다 보다 원정경기를 하는 데 이동거리가 짧다는 장점이 있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원정경기를 하기 위해 버스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할 필요가 없으며 구단에겐 경비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텍사스의 톰 힉스 구단주는 12일(현지시각) 댈러스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플로리다에서 돈을 많이 썼지만 애리조나에서는 적은 경비로 스프링캠프를 보낼 수 있다"고 밝히며 "더욱 중요한 문제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의 훌륭한 시설과 환경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플로리다는 봄철 바람이 많이 불어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데 문제가 있다. 반면 산들바람만 불고 다소 건조한 날씨의 애리조나는 선수들의 훈련집중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견인한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는 날씨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애너하임의 스프링캠프 장소는 애리조나 주의 탬피이다.
***'박찬호,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 적응하라'**
마이너리그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플로리다 주(그레이프 푸르트 리그)에서만 스프링캠프를 보냈던 박찬호 투수에겐 올해가 애리조나 주(캑터스 리그)에서의 첫 스프링 캠프가 된다. 스프링캠프기간 동안 박찬호가 투구하게 될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은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히터스 파크(hitter's park)이다.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은 기압이 낮아 타구가 멀리나가는 '투수들의 무덤', 콜로라도 쿠어스 필드를 제외하곤 미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건설된 야구장이다. 또한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은 햇볕에 많이 그을려 있는 내야의 잔디 때문에 타구가 매우 빨라져 내야수들의 좀 더 민첩한 수비가 요구된다.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이 습기가 적고 공기가 희박하다는 점도 박찬호를 비롯한 텍사스 투수들에겐 불리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습도가 많으면 투수들이 변화구를 던질 때 공을 잘 챌 수 있다. 야구공을 잡는 그립이 조금 더 좋아진다는 의미이다.
구장의 크기 또한 플로리다의 스프링 캠프 구장들 보다는 작아 투수들이 홈런을 허용할 확률이 높은 것도 투수들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패스트 볼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체인지업과 파워 커브의 사용빈도가 높았던 박찬호 선수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투구 밸런스이다. 공끝에 힘을 싣기 위해선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 유지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박찬호 투수가 투구 밸런스를 되찾아 패스트 볼 위주의 투구패턴으로 시범경기에 임한다면 변화구 구사에 다소 불리한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의 약점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 투수는 심리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는 선수이다.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이 투수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오히려 역이용하면 정규시즌에 큰 득이 될 수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투수들이 애리조나에서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던 사실은 박찬호 투수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텍사스 성적 '선발투수진이 관건'**
톰 힉스 텍사스 구단주는 텍사스의 1,2번 선발투수로 유력한 박찬호와 이스마엘 발데스에게 자신감을 표명한 바 있다. 힉스 구단주는 "박찬호는 올해 대박을 터뜨릴 것이며 발데스는 12~15승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올해 댈러스가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실시 중인 여론 조사에서 오늘 현재 51.9%의 팬들은 '우승까지 가는 데 너무 걸림돌이 많다'라고 답변했고 '희망적이다'라고 말한 팬들은 14.84%에 그치고 있다.
ESPN의 피터 개몬스는 2003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 대해 전망하면서 "텍사스 투수가운데 지난해 최다승 투수는 라이언 드리스(10승)였다"고 지적하며 "신임 쇼월터 감독은 콜비 루이스, 덕 데이비스, 호아킨 베누아 등 가능성 있는 신진투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개몬스의 분석은 결국 텍사스 선발 투수진에겐 '젊은 피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스프링 캠프가 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2주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타자들 보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스프링 캠프 동안 어깨에 힘을 붙여줘야 하며 무엇보다 겨울동안 둔해 진 투구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박찬호 선수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LA 다저스 시절의 투구 감각을 되찾고 불리한 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훈련을 해 주기 바란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캔사스 시티 로열스와 2월 28일(현지시각)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첫 시범경기를 갖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