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DJ, "통치권자의 어려운 결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DJ, "통치권자의 어려운 결단"

감사원 고발 안하기로, 야당 반발, 盧결정 주목돼

김대중 대통령은 30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회사의 일부 자금이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종남 감사원장으로부터 현대상선의 대북지원설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현대상선의 대북송금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는 '통치행위'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김대통령, "통치권자의 어려운 결단"**

김 대통령은 이날 감사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나는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해 왔다"며 "이는 국민의 생존과 재산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 경제의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장차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처지는 통치권자인 내게 수많은 어려운 결단을 요구해 왔다"며 "나는 우리 국민과 민족 전체의 이익을 최상의 기준으로 삼아왔다"고 말해 대북송금이 '통치권자의 결단'에 따른 것임을 간접 시인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현대의 철도, 통신, 관광 등 7대 사업은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사업이기는 하나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대북송금 사실을 재차 확인한 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회사의 일부 자금이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사법처리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의 좌절이나 이미 확보한 사업권의 파기 등 평화와 국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철도·도로 연결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협력사업에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 각별한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고 국민의 이해를 당부했다.

***감사원, 대통령 뜻대로 고발 안하기로**

이종남 감사원장은 이날 "그동안 사용처가 규명되지 않았던 2천2백35억원을 '개성공단 조성 사업비' 명목으로 북한에 지원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데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7일 대출받은 일시당좌대월 4천억원의 경우 1천억원은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 매입자금으로, 765억원은 현대상선 CP 등 상환자금으로, 나머지 2천235억원은 대북 관련 사업자금으로 각각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현대는 지난 28일 이 자금을 '북한 개성공단 사업비' 명목으로 지출, ▲공단 조차비 ▲토지기반공사 조성비 ▲공단 시설공사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감사원에 해명했다.

현대가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포괄적인 운영자금 중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히는 등 일단 사용처를 해명함에 따라 감사원은 당초 방침을 바꿔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나라ㆍ자민련, 국정조사ㆍ특검 촉구**

이같은 김대통령 발표와 감사원의 고발 백지화에 대해 야당은 격렬히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데 대해 "의혹 자체를 덮겠다는 발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북 뒷거래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오던 현 정권이 처음으로 진상의 일부나마 실토했다"면서 "특히 김 대통령의 언급은 대북 뒷거래가 현대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던 일이었고 정권이나 정부는 무관하다는 책임 전가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대북 뒷거래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묻혀버릴 수 없으며, 특검제와 국조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논평을 발표 "정부가 만일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거액의 뒷거래를 북한과 했다면 결과여부를 떠나 엄연한 불법행위로 분명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면서 "국민적 의혹인 4천억원 대북지원 의혹 베일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조와 특검제를 통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선택 주목거리**

민주당이나 대통령인수위측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관심사는 검찰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현재 대북송금 의혹 사건은 감사원이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자유시민연대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상태로, 이를 취하하지 않는 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을 '통치행위'로 인정하고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과,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양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무현 당선자측 대응도 주목거리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내정자는 지난 15일 이와 관련, "만일 통치권 차원의 일이었다면 '통치행위였다'고 대국민선언을 하든지 고백을 하든지 하고 덮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에 기초하면 더이상 이를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나,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백일하에 밝히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노 당선자의 최종선택이 주목된다.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의 이날 발언 전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발언 전문**

나는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는 국민의 생존과 재산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 경제의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장차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처지는 통치권자인 제게 수많은 어려운 결단을 요구해 왔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과 민족 전체의 이익을 최상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현대의 철도, 통신, 관광 등 7대 사업은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사업이기는 하나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회사의 일부 자금이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의 좌절이나 이미 확보한 사업권의 파기 등 평화와 국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철도·도로 연결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협력사업에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도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 각별한 이해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