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가해 미군 무죄 판결로 인해 촉발된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한국의 피플파워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네티즌들 사이에 촛불시위의 본질과 방식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자 촛불시위의 의미에 대한 분석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 인터넷 기자협회 주최로 홍근수 여중생범대위 공동대표, 이철기 동국대 교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2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촛불시위, 월드컵 경험의 발현**
토론회 참석자들은 촛불시위가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힘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권위주의로 인한 불평등과 편가르기식의 낡은 질서에 대한 거부감이, 이들을 청산하고 변화와 개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이번 촛불시위때 피플파워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며 “시민사회단체의 노력, 인터넷에서의 쌍방향 의사소통, 시민참여 공간의 확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늘었으며, 이러한 훈련 과정이 축적돼 월드컵을 계기로 확인되고 촛불시위에서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여중생문제해결 서울모임’ 이재호 공동운영자는 “월드컵을 거치며 자연스레 광장에 나서는 경험을 축적했다”며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이라는 매개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여중생범대위 공동대표 홍근수 목사는 “촛불시위를 통해 ‘피플파워’가 발현됐다”며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이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 받는 등의 영향을 끼쳤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데올로기적 편가르기를 그만 둘 때**
촛불시위의 성격을 놓고 ‘반미’와 ‘반전’에 대한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홍근수 공동대표는 “촛불시위는 반미집회가 아니다”며 “미국 자체에 대한 맹목적 반대가 아니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또 “촛불시위는 효순이 미선이 추모행사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한 행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그러나“세계평화 파괴의 주범이 미국인 상황에서 ‘반전’은 ‘반미’일 수밖에 없다”며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힘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반전평화의 메카가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여중생 범대위 이용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 근대사 속에서 한 미간의 관계는 불평등과 이데올로기적 통제 속에서 왜곡돼 왔다”며 “촛불시위를 계기로 지금까지 금기시된 구조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SOFA개정 등 국민적인 여론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또 “우리가 외치는 구호는 맹목적 반미구호가 아니라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동등한 위치에서 주권이 보장되고 호혜평등한 관계라 이뤄지면 그때는 친미주의자가 돼도 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통일 얘기를 하면 친북세력이라고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펼치고, SOFA개정하자고 그러면 반미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제는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걷어내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촛불시위의 방식 재검토해야**
‘여중생문제해결 서울모임’ 이재호 공동운영자는 “그동안의 촛불시위가 미국대사관 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 연단에 서는 몇몇 대중적이지 못한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며 “앞으로는 구호를 외치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일반시민들에게도 발언기회를 많이 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촛불시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촛불시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중생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전개되야 한다”고 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여중생 문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촛불시위는 계속돼야 한다”며 “그러나 촛불시위를 계속하는 동안에도 이라크 전쟁 반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요구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대기 시민의 신문 편집장은 “촛불시위의 분열이 일어난 것은 일부 보수언론 때문이다”며 “보수언론들은 그 동안 촛불시위가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단순 반미시위로 매도해 분열만을 조장했다”고 제도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