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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건 발탁의 주요 요인은 '클린 시티'

행정공개후 서울시 부패 격감, 한나라당 반응 호의적

새 정부 초대총리로 내정된 고건씨는 민선 서울시장이던 지난 2001년 3월 국제투명성기구(TI) 말레이시아 본부가 해마다 부패척결에 기여한 세계 각국 정치인 또는 공직자들에게 수여하는 세계청렴인상(Global Integrity Medal)을 받았다.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복마전(伏魔殿)으로 불리던 서울시에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을 도입, 부패척결의 전기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노 당선자가 고심 끝에 초대총리로 고건씨를 지목한 것은 40여년간 주요 공직을 거친 경험으로 행정조직을 조기에 장악, 무난한 국정수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만을 고려한 것은 아닌듯 보인다. 전방위 개혁을 표방하는 노무현 정권에 걸맞는 부패척결 의지를 높게 산 때문이 아니냐는 게 노 당선자 주위의 분석이다.

한 예로 노 당선자의 정치고문인 민주당 김원기 의원은 21일 새벽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건 전총리 내정 사실을 전하면서 "고건씨는 깨끗한 사람으로 굉장히 어지러운 곳이었던 서울시를 맡아 시정을 투명하게 했고, 상당히 개혁적이고 시민운동도 많이 해 시민단체와도 관계가 좋은 분으로 노 당선자와 손발이 잘 맞을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벌써부터 공무원 사회는 고건 총리 취임시 대대적 인사 등을 통해 공무원 집단을 크게 흔드는 일은 없겠지만 그가 서울시장 재직시절 단행했던 행정공개를 통한 부패척결 운동이 광범위하게 시행될 것으로 판단해, 서울시의 '클린 시티' 운동을 벤치마킹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 전총리의 '클린 시티'운동**

고건 전총리 스스로가 자신의 민선 서울시장 재임시절 가장 자부하는 치적은 '클린 시티(Clean City)' 운동이다.

클린 시티 운동은 한마디로 말해 공무원 비리의 근원인 민원 처리업무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부패를 없애자는 운동이다. 시스템 개혁을 통한 부패 척결운동인 것이다.

고건 서울시장은 그 수단으로 인터넷을 선택했다. 그가 지난 99년 4월 도입한 서울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은 시 인터넷 홈페이지(www.metro.seoul.kr)를 통해 위생, 건축, 도시계획 등 54개 민원 업무에 대해 결재일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이같은 시스템 도입 전에는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주었다는 대답이 13~38%에 달했으나 시스템 도입으로 6%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도입 3년만에 방문객이 이미 2백만명이 넘어섰으며 이들이 열람한 시의 행정문서는 3백20여만건이나 됐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과 내부 전자결제 시스템을 연동해 운용해 민원 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고건 민선시장 재직시절, 종전에 서울시를 부를 때 흔히 쓰던 '복마전'이란 용어가 쑥 들어갔다.

인.허가 처리 절차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오픈 행정시스템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부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 2001년 1월 UN측에서 회원국에 이 시스템을 보급해달라고 요청,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 UN은 당시 영문매뉴얼을 1백80여개 회원국에 나눠주고 이를 다시 프랑스어, 아랍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로 번역해 비영어권 국가도 이 시스템을 채택하도록 권고했다.

고 전총리는 또 민원 신청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맡도록 하는 등 소위 '지역 관할'을 없애고 시장 부임 직후에 4천2백여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해 부패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려 애썼다. 또 뇌물을 받는 공무원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토록 했다.

이에 따라 참신성은 뒤떨어지나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가 행정조직을 조기에 장악해 정권의 안정성을 주는 동시에, 민선시장 시절 도입했던 행정 시스템 개혁을 통한 부패 추방을 공무원 전체사회로 확대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그가 노무현 정부의 초대총리로 내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공무원 사회는 총리 내정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서울시의 '클린 시티' 운동을 벤치마킹 작업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벌써부터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반응은 일단 호의적**

하지만 고건 총리 내정자가 총리가 되기까지에는 적잖은 난관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장상, 장대환 두 총리 서리를 낙마시켰던 국회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의 평가도 간과해서는 안될 난관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신경 쓰이는 게 국회 의석 1백51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언론을 통해 고건 총리 내정 사실을 접한 한나라당은 21일 국회 인사청문 절차와 관련, "누가 총리 내정자로 지명되든 아무런 선입견을 갖지 않고 국정 수행능력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박종희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차기 총리 내정자 청문 문제를 논의,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안, 개혁과 비전, 안정성 등 여러 측면에서 철저히 검증키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정했다.

한나라당의 일반적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호의적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지난주말 격식을 깨고 한나라당 총무를 만나 협조를 당부한 데다가 고건 총리를 공식발표하기 전에 서청원 한나라당대표에게 그 사실을 통고하기로 하는 등 야당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고건이라면 대화가 통하지 않겠냐"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장개혁파 의원들 가운데는 '반대' 목소리도 튀어나오고 있어, 인준 가능성이 높되 국회청문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혁총리' 기대한 시민단체 등은 적잖이 실망**

반면에 '개혁총리' 기용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등은 내심 적잖이 실망하는 분위기다.

지난번 장상, 장대환 내정자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초대 총리 인선과 관련, "개혁성.도덕성이 최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런 기준이 인선 전반에 있어 제대로 지켜지는지, 그리고 이에 걸맞는 인사들이 등용되는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며 인사청문회시 인사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검증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고 전총리 내정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가 다수"라면서 "내정 사실이 공식발표되는대로 자체 검증 작업을 통해 금명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고건 전총리가 역대 정권에 예외없이 참여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많으나, 민선 서울시장 재직시절 나름대로 공무원 부패척결에 공헌했고 시민단체들과도 많은 대화를 가졌다는 점에서 그의 전력을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에 최근 들어 노무현 당선자의 노동정책을 놓고 본격적 갈등국면에 접어든 노동계의 반응은 대단히 시니컬하다. 한 예로 민주노총은 21일 고 전총리 내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군사독재, 문민정권, 국민의 정부 할 것 없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식 처신술을 펼쳐온 고건 전 서울시장이 노무현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앉는 것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정서로 보면 매우 실망스런 일"이라면서 "여소야대 정국이며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의 공세를 충분히 감안하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취임도 하기 전에 기득권 세력 눈치보기로 흐르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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