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와 모리 전 일본총리의 지난 13일 면담 과정에서 나온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을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왜곡 발표'했다고 공식확인했다.
일본대사관의 이같은 확인으로 한나라당은 외국 고위급 정치인의 발언을 왜곡하는 동시에 씻기 힘든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동석한 대사관 직원 통해 사실관계 지적"**
일본 대사관측은 1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리 전 총리가 노 당선자의 대미,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한나라당과 한국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한나라당에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일본 대사관 스기야마 공사는 인터뷰에서“한나라당에 대한 공식적 항의는 아니었으나 당시 면담자리에 동석했던 대사관 직원을 통해 한나라당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동석했던 일본 대사관의 관계자도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언론보도를 인용한 것이지 본인의 생각이 아니다”라고 한나라당의 발표를 부인했다.
스기야마 공사는 그러나 “대사관이 당사자였으면 모르겠으나 서 대표와 모리 전 총리간 면담이었기 때문에 제 3자 입장인 일본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정발표나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기야마 공사는 모리 전 총리가 출국 직전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한나라당에 항의하겠다고 말했다는 노 당선자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을 발표했던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노당선자측이 이를 문제삼자“내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이 직접화법인지 간접화법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언론보도를 통해서 걱정이 됐다고 하면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사실상 오류를 시인했다.
***서청원 대표는 도리어 반발**
하지만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노 당선자측을 겨냥, "언론이 우리당 발표를 보도했다고 해서 정도를 벗어난 보도라고 매도했는데 전체주의 국가를 기도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수위가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으며 지금이라도 겸허해야 한다"고 도리어 노 당선자측을 공격하고 나섰다.
서 대표는 북핵 방미단 활동 보고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노 당선자측과 인수위가 보고서가 왜곡됐다며 매도해 어이가 없다"면서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꼬이도록 한 사람들이 누구인데, 저 사람들이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나라당의 신중치 못한 처사와 무차별적인 '노무현 흔들기'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한상혁’이라는 ID의 네티즌은 “국제적으로 복잡한 이 시점에 한나라당은 새 정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모리 일본 전 총리에게 왜곡한 사실을 말해서 새 정부의 국제 친선관계를 방해부터 할려고 하다니요. 아무리 대선때 경쟁했고 재검표를 운운하는 등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정쟁보다 국가적으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구웃’ 이란 ID의 네티즌은 “모리 전 수상과의 대담 내용을 거두절미하는 한나라당이여, 그대들이 정치의 최소한의 기본마저 외면하려 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능멸이다. 국익보다 당리를 앞세운 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니 앞으로 국가의 앞날이 너무 암담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뻔 했던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없이 노 당선자와 인수위를 겨냥한 적반하장식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오히려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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