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이를 '중대사안'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한 뒤 신중하게 대응하되 북한의 핵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당선자도 북핵문제의 대화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이번 사태가 대미 특사 파견 일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통해 해결"**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NPT 탈퇴 선언 소식을 접하고 "외교적 노력과 남북간 대화를 통해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긴장이 고조돼 우리 경제와 사회발전에 지장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된다"며 외교적·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한걸음 더 악화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 정부가 적극 설득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편 성명 뒷부분에 강조된 "우리는 NPT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다"는 대목에 주목, 북한의 이번 조치가 NPT 탈퇴 자체보다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 본격적인 대미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위기를 고조시키는 듯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대북 대화에 소극적인 미국을 조기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부시 미 행정부는 물론, 한·미·일 3국 정상들이 지난해 로스카보스 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먼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이 '협상이 아닌 대화' 용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기본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보지 않고, 미국이 대북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는데 진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정세현 통일장관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어 북한의 NPT 탈퇴 선언에 따른 대응책을 다각도로 논의한 뒤 북한에 대해 NPT 탈퇴선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키로 했다.
***"대미 특사파견 일정에는 영향 없을 것"**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오후 자문그룹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이 대미특사 파견 일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선자가 이 문제에 대단히 몰두해 있다"면서도 "상황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 같기 때문에 매 국면마다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며 별도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이 문제가) 대미 특사 파견 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핵개발은 절대로 안된다.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노 당선자의 스탠스를 거듭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이달 중순 북한 핵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이 해법의 실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북핵 문제에 있어서 일차적인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한나라, "NPT 탈퇴 철회" 촉구**
정치권 역시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조치를 비판했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북한의 NPT 탈퇴 선언과 관련 긴급 성명을 내고 "북핵 위기를 해결해야 할 북한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NPT 탈퇴 선언을 철회하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조속히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 등 관련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북한은 즉각 NPT 탈퇴의사를 철회하고 명확한 핵포기 선언을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NPT 탈퇴선언은 미국의 대화재개 방침에 따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는 국제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고집하며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하나둘씩 모조리 파기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면서 "정부도 이제 어설픈 중재시도 보다는 미국 일본 등 우방과 더욱 철저히 공조해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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