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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특사 할 일은 '노무현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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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미특사 할 일은 '노무현 알리기'"

<정대철 인터뷰>"대선직후 TF팀 꾸려 준비해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대미특사로 내정된 정대철 최고위원은 대미특사의 역할과 관련, "첫번째로 '전통적인 대미 우호관계는 유지된다. 미군 철수하는 것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노무현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핵문제로 어떤 행동을 취할 때는 사전에 한국과 협의하자'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대미특사의 활동원칙을 밝히며 "지난 12월20일 노 당선자와 외교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7-8차례 모였다"면서 당선 직후부터 이 문제에 깊게 관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인수위는 인수위대로 가고 태스크포스 팀은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 조언해왔다"며 외교 태스크포스팀에는 정 위원 자신을 비롯해 유재건 김운용 의원과 조순승 김상우 전 의원, 인수위에서 윤영관 간사와 채수찬 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 입각, 盧와 논쟁 벌여 설득하겠다"**

대선 당시 선대위 위원장을 맡았던 정 최고위원은 김원기 정치고문과 함께 노 당선자의 '양대 병풍'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 자신이 "(노 당선자가) 많이 상의한다. 다 상의한다"고 말할 만큼 그에 대한 노 당선자의 신뢰는 깊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노 당선자와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일부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예로 의원 입각 문제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일종의 책임 문제다. 공감대가 있고 공무원을 컨트롤할 수 있고 당선자 생각을 읽고 운명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며 의원 입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회의원이 장관이면 야당에서 그를 존중해주고 대화도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노 당선자와 논쟁을 벌여 설득돼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새 정부 첫 총리에 대해서도 "이홍구 전총리나 고건 전시장도 좋지만 김원기 의원이 좋을 것 같다고 노 당선자에게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얘기지만 인수위 구성에도 그는 "정치인, CEO, 학자를 3분의1씩 섞어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노 당선자에게 건의했지만 노 당선자는 자신의 구상대로 학자 위주로 인수위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과연 정 최고위원의 인사 조언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보인다.

***"인적 청산이 아니라 교체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가 확실시되는 정 최고위원은 당 개혁과 관련해 "새 대통령이 있으면 호흡을 같이 맞출 수 있는 뜻에서 (구주류는) 비켜주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 "이는 인적 청산이 아니라 교체"라고 '자연스러운 당권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또 "당장 원내정당화, 진성당원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런 방향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당장은 정책기능을 원내로 이양해 원내총무의 권한을 강화해 당 대표와 원내 총무 투톱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11명인 최고위원 숫자를 5~7명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정관용 정치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 20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정대철 최고위원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미국에 당선자 특사로 간다는 설이 있다.
정대철 : 설이 있나? 두고 보자. 설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프레시안 : 가기로 했는가.
정대철 : 내가 외교 태스크포스 팀을 12월 20일 만들어서 당선자하고 정기적으로 7~8차례 모였다. 정대철 유재건 김운용 의원 조순승 김상우 전의원 등과 인수위 윤영관 채수찬 위원까지 붙여서. 인수위는 인수위대로 가고 여기는 실무적으로 외교관계를 많이 했던 사람들이 대통령한테 북한 핵문제, 대미 관계, 대북 관계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특사가 파견되면 취임 전에 당선자 특사로 가게 되는 것인가.
정대철 : 나는 뭐 유재건, 조순승 쪽을 추천했으니까. 이홍구 한승주씨도 당선자에게 거명은 해봤지만...그러나 이들도 능력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 정권이 옛날에 쓰던 사람 그대로 쓰면 뭐가 되겠냐고 조언했다.

당선자 특사로 가게 되면 할 일이 두 가지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대미 우호관계는 유지된다. 미군 철수하는 것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노무현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핵문제로 어떤 행동을 취할 때는 사전에 한국과 협의하자'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특사 가는 건 아직 확정 안된 건가.
정대철 : 다른 사람을 추천해 놨는데 내가 가게 되면 거북스러워서. 그런 말은 있지만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난 간다면 북한 가고 싶다. 내 박사 논문이 북한에 관한 것이고 북한 연구를 계속해왔는데 금강산 한번 가 봤을 뿐이다.

뭐든지 내게 정해진 소임이 온다면 다 양보하고 싶었다. 당대표도 김원기 의원이 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뭐 이렇게 선거운동 해놓고 자리 차지한다는 게 어줍잖은 일 같아서 가능한 한 다 남들이 하고. 근데 당 대표는 경쟁해서 올라가는 거니까(웃음).

***"새총리는 김원기 의원이 적격"**

프레시안 : 새 정부 총리로 누가 될 것 같나. 당선자가 이미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정대철 : 글쎄, 난 하여튼 김원기 의원이 됐으면 좋겠는데.

프레시안 : 그런 문제 다 상의하지 않나.
정대철 : 많이 상의한다. 다 상의한다. 당선자에게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김원기 의원이 좋을 것 같다, 이홍구 전총리나 고건 전시장이나 다 좋지만 새 정부의 이미지에 부적합적 같다는 느낌이 든다. 김원기 의원이 균형감각도 있고 야당과 관계도 원만하고 새 정부에 어울릴 수 있는 새 인물이고 능력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가만히 있더라.

프레시안 : 정 의원이 총리할 생각은 없나.
정대철 : 난 당장은 없다.

프레시안 : 당 대표는?
정대철 : 내가 대표이사 부회장을 11년째 하고 있다. 제일 오래한 사람이다. 대표이사 사장은, 거기까지는 내가 한번 꿈꿔볼만 하다. 당 대표는 신문사로 치면 편집국장이나 보도본부장 격인데 열심히 경쟁해서 당원들이 뽑아주고 운도 따르고 그러면 되는 거니까. 그 다음은 다 부수적인 거다.

프레시안 : 최근에 '2단계 전당대회론'은 왜 나오는 것인가.
정대철 : 2단계 전당대회론도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데, 공청회를 거치면서 논의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9일) 아침에 신문을 보니까 소위 구주류들이 가만 안 있겠다는 표현을 자꾸 써서 좀 복잡하게 돌아가지 않나 싶은데. 새 대통령이 있으면 호흡을 같이 맞출 수 있는 뜻에서 비켜주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자꾸 언론에서 이걸 인적청산이니, 숙청이니 이런 표현을 쓰면 본인들도 기분 나쁘지.

***"최고위원 5명 내지 7명으로 줄이자"**

프레시안 : 지금 당 개혁 논란이 분분한데 어떤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대철 : 당정 분리가 된 상태에서 대통령이나 행정부에의 의존을 탈피한 '자생 여당'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다. 그 다음 두번째로 책임과 의무가 명확한 규율 있는 공당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무규율한 정당으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세번째는 민주연합 공당으로의 체제정비가 있어야 한다. 개혁성을 살리면서도 이념적 정향이 서서 중도좌, 중도우 이런 것은 아직 이르다. 정치적 성향의 다양성이 공존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공당 체제 확립을 위해 당원 차원에서 진성 당원화를 확립하고 당직자 차원에서 평가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또 지구당 차원에서 위원장의 사당화 방지책을 마련하고 당 지도부 및 중견 간부 차원에서 계보. 보스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이런 큰 방향 하에서 몇 가지 과제로 뽑을 수 있는데 우선 '중앙당의 슬림화'다. 당장 원내정당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나 뿐아니라 노 당선자 생각이다. 원내정당화가 되기 위해선 국회법, 정당법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만 원내정당화해선 야당과 격이 맞지 않는다. 우리는 원내정당화해서 원내 총무가 당 대표격인데 저쪽에선 원내 총무가 당내 3-4위인 경우 협의가 제대로 되겠나. 또 총선이 1년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우리만 중앙당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도체제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독점적인 공천권과 인사권, 재정독식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최고위원이란 표현도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권위주의의 상징이다. 정무위원 정도로 바꾸고 인원도 현재 11명은 너무 많다. 7명 내지는 5명으로 줄여야 한다. 11명쯤 되니까 당 대표가 어떤 식으로 운영하냐면 시급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일임해 달라' 그러면 얼굴 뻔히 쳐다보고 '안 맡기겠다' 그러는 게 우스워지더라구. 그렇게 슬그머니 끌어가면 대표의 전횡을 막을 길이 없다.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도 보완돼야 한다. 폐지론도 있지만 내년 총선 때까지는 존치시켜야 한다는 게 당선자와 합의된 의견이다. 지구당에서부터 진성당원제로 해야 한다.

상향식 공천제도 원칙적으론 도입돼야 하는데 부작용이 있다. 우리가 지난번에 한번 도입해 보니까 진짜 능력 있고 깨끗한 사람들 보다는 조직에 능한 사람들이 뽑히는 경향이 있었다. 김근태 의원이 제일 먼저 상향식 공천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지난번에 8.8 재보선 때 김근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서 거꾸로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물로 공천하도록 했다. 따라서 상향식을 기본으로 하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 다음에 e-정당화. 이번에 우리가 이긴 게 네티즌들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입당과 정당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또 전국 정당화하는 모습도 보여야 하는데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된 문제다. 한나라당에선 영남의석 뺏어가려는 걸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 대선 끝나고 호남 사람들 만나보면 이제 호남에서도 똑똑한 한나라당 의원들 있으면 뽑아주겠다고 말한다. 많은 국민들이 이러면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프레시안 : 지금 쭉 말씀하신 과제들이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다.
정대철 : 하루아침에 이걸 하려고 하면 망한다. 노무현 정권 때 다 될지도 미지수다. 먼저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어떤 유명한 학자가 개혁에는 1P, 3S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principle), 내용(substance), 한계(scope), 국민적 지지(support)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1단계 전당론, 2단계 전당론 왔다갔다 한다"**

프레시안 : 말씀하셨듯이 당 개혁은 지속적인 개혁 과제인데 노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일단락 짓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 2차 전당대회론도 그런 거다. 지금 할 수 있는 개혁을 1차적으로 하고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개혁을 2차에서 하자. 물론 거기서 사람 바꾸는 것도 내포되니까 좀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알기로 노 당선자는 이런 생각이다. 사람을 바꾸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정가에선 2단계 전당대회론에 대해 1단계에서 지도부를 교체하고 2단계에서 총선을 앞두고 재창당 내지는 신당 창당으로 외부 세력을 수혈해 총선을 대비하자는 구상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정대철 : 약간은 일리가 있지만 당선자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취임 전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지도부 경선을 하려면 한달은 걸리는데 취임 전인 2월 15일쯤 하려면 벌써 시작 단계여야 한다. 그래서 취임일인 2월 25일에 맞추지 말자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같다. 시간을 너무 꽉 맞춰 놓으면 무리수가 나오거든. 그래서 공감대가 선 건 아니지만 정기국회 전까지만 하자.

프레시안 : 가을 전에 하자는 건데 그건 2단계가 아니다.
정대철 : 왔다갔다 한다. 2단계로 해야 되는 건지, 1단계로 같이 가서 해야 되는 건지. 3-4월이나 5-6월에 1차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직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무르익은 건 아니다.

프레시안 : 오늘 아침 한화갑 대표가 정 의원을 겨냥해 "당 개혁을 당권장악 수단으로 인식하는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2단계 전당대회론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대철 : 글쎄 아침에 얼핏 들으니까 당개혁 특위에서 하는 것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최고위원들과 공감대가 없이 하는 것 아니냐. 기분이 상당히 나빠 있는 것 같은데 왜 기분 나쁜지는...인적청산 이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쁜 건지. 청산이 아니라 교체다. 아까 말했듯이 호흡이 잘 맞는 사람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것은 한 대표도 동의한 부분이다.

프레시안 : 당내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절충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보나.
정대철 : 물론이다. 당내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지 무슨 적이 아니잖아.

프레시안 : 대선 직후에 23명의 의원이 '민주당 해체' 등 당 개혁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소수당이므로 내년 총선을 통해 다수당이 되려면 재창당이 됐든 신당 창당이 됐든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를 한화갑 대표 등 소위 구주류가 제안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대철 : 그렇지. 당신들 빼고 해야 새살이 돋아날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럴 수 있지만 정치라는 게 그렇지 않다. 깨끗한 몇몇 사람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런 움직임은 좋지만 다른 쪽은 발로 다 밟아야 된다는 인식을 줘서는 안 된다.

***"당 대표와 원내총무, 투톱체제로 가야"**

프레시안 : 아까 당 개혁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제, 진성당원화, 원내정당화 모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는데.
정대철 : 그렇다.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정당화의 경우 지금 당장은 정책 기능이 원내로 가면 원내총무가 정책위의장을 같이하게 된다. 준 당수급이다. 당엔 조직 기능만 남는다. 그러면 당 대표와 원내 총무 투톱체제로 가게 된다.

프레시안 : 좀 혹독하게 보는 사람들은 결국 달라지는 게 뭐 있냐고 지적한다.
정대철 : 상당히 달라지는 거다. 물 반 컵이다.

프레시안 : 당 개혁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노 당선자가 앞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문제에 대해 묻겠다. 노 당선자에게 민주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대철 : 당정의 긴밀한 협의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당이니까. 당선자가 얘기하듯 선의의 경쟁의 관계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표가 올라가는 건지, 당이 잘해서 올라가는 건지 모르게 서로가 득표 요인이 돼야 한다. 최근 일간지 조사를 보니까 우리당 지지율이 42%, 한나라당이 22%였다. 한달반 전만 해도 거꾸로였다. 상황이 변하니까 국민적 지지도 변하더라.

***"정계개편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여야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정대철 : 지금 여소야대 상황이다. 학문적으로는 분점정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모두 빨아들여서 전부 안으로 넣고 했다. 노 당선자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내년 총선 전까지는 대통령도 나서겠다고 각오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도 그런 차원에서 정한 것이다. 여기다 당, 또 신문에 따르면 (김원기) 정치고문도 나서서 야당과의 관계를 대화하고 설득해서 평화롭게 이끌어가야 한다. 여하간 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인위적이지 않은 정계개편도 있나.
정대철 : (웃음) 인위적이란 약점 잡아서 뭐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개혁적 성향끼리 모이겠다면 막을 수는 없겠지만 난 당장은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계개편 소리를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아예 제3당이나 교섭단체가 있어서 정책연합 방식으로 이뤄져야지 이쪽으로 끌어오면 오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 옮기면 이번에 망하는 걸 봤지 않나. 이인제 의원 지역구에서 노 당선자가 (이회창 후보보다) 더블 스코어 나오는 것 봐. 난 징그럽더라니까.

프레시안 : 정책연합을 할 경우 총선에선 어떻게 하나.
정대철 : 정책연합하다 총선에선 '당선되면 민주당과 함께 하겠다' 이렇게 걸고 할 수 있다. 선거연합을 하고 이를 국민들이 심판하면 된다.

프레시안 : 요새 노 당선자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접촉한다는 설이 있는데.
정대철 : 없다. 나도 '화해와 전진포럼'에서 이부영 의원 한번 만난 것 밖에 없다. 그리고 김부겸 의원같이 거기서 개혁성향이 있는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프레시안 : 그쪽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없나.
정대철 : 걱정을 한다. 민정계 의원들이 계속 당권을 잡으면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은 희망이 없다고 큰 고민을 하더라구.

***"내각제 개헌으로 권력 뺏어오겠다는 발상은 위헌"**

프레시안 : 며칠 전에 한나라당 모 지구당 위원장을 만났는데 내각제 개헌을 통해 6개월 만에 다시 권력을 뺏어오겠다는 말을 하더라.
정대철 : 내각제는 좋은 제도인데,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되는데 그게 가능할까.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151명이니까 자민련 의원들에다 민주당 동교동계 의원 좀 끌어들이면 된다는 계산이다.
정대철 : 지금 헌법이 (대통령의) 기존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은 본인이 아닐 경우 위헌일 것이다. 이번 임기 끝난 다음에 한다는 건 가능하겠지만.

프레시안 : 내각제를 통해 권력을 뺏어오겠다는 건 좀 과도한 해석이지만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가 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는데 어떻게 보나.
정대철 : 내각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의 권한집중을 막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권위주의, 권력독점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에서 이해는 간다. 또 언젠가 그렇게 갈 수도 있지만 당장은 힘들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토론문화가 그 정도로 성숙되어 있지 않다.

내각제를 통해서 더 독재를 할 수도 있다. 입법부, 행정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니까. 운영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국식 프레임은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빼고는 내각에서 다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나는 권한집중을 막을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운영만 제대로 된다면 성공한 대통령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무현 당선자마저도 권위주의에 빠지는 경우에는 내각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 뽑자마자 의원내각제를 얘기하는 건 너무 빠르다.

프레시안 : 당선 초기에 다수당에서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은 빼앗긴 권력을 다시 찾아오자는 음모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긴가.
정대철 : 그런 음모가 있다고 보여지지. 내각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음모가 근저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 노 당선자를 여전히 우리사회 주류 집단에서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내 보수파들 사이에서도 그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노 당선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병풍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정 의원이 그런 역할을 할 의향이 있나.
정대철 : 나와 김원기 의원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 보완이 된다면 나야 언제까지 할 의향이 있지. 근데 노 당선자가 원해야 하는 거지(웃음).

프레시안 : 인사가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인수위 인사가 있었다. 또 인터넷으로 장차관 추천받는 것도 네티즌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상당히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정대철 : 과거 정권의 과점된, 즉 몇 사람이 중간 필터링 없이 했던 인사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그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 당선자는 인사는 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다. 몇 사람 존안자료 놓고 대통령이 낙점하는 것보다는 시스템이 움직여서 한다는 것이 온라인을 통한 국민추천까지 확대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수위 인사는 아예 처음부터 노 당선자가 틀을 갖고 했다. 노 당선자가 어떤 의미에선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당선되자마자 플랜이 다 있더라구. 김원기 고문하고 내가 인수위 안에 정치인하고 CEO를 넣자고 했더니 노 당선자가 '이건 좀 내 버려두시라. 이 다음에 참견하시라' 딱 그러니까 할말이 없지. 난 정치인, CEO, 교수를 3분의 1씩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한 사람도 못 집어넣었다.

프레시안 : 인수위가 학자 위주로 구성된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정대철 : 나는 섞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이미 구성됐으니까 잘 되기를 바랄 뿐이지.

***"초기 내각 주요자리엔 의원들이 가야"**

프레시안 : 그런 연장선상에서 초기 내각에 의원들이 들어가야 된다고 보는가.
정대철 : 그렇다. 일종의 책임의 문제다. 공감대가 있고 공무원을 컨트롤할 수 있고 당선자의 생각을 읽고 운명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당선자는 '여소야대인데 국회의원들 붙들어다 행정부에 넣어놓으면 그만큼 힘이 더 약화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본다. 그래서 '(의원입각은) 총선 이후에 하겠다. 그때는 조각권까지 민주당에 돌려드리겠다'고 그러더라구. 물론 이긴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겠지만(웃음). 이해가 간다. 그래도 주요자리엔 당 쪽에선 가야 된다.

프레시안 : 총리도 그렇고 인수위도 그렇고 인사 문제에 대해선 당의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아닌가.
정대철 : 두고 보자. 결론 내리기엔 아직 한달 반 정도 남았으니까.

프레시안 : 당선자와 당이 인사 문제에 있어 갈등 관계에 있다고 봐도 되나.
정대철 : 갈등이라기 보단 (웃음) 우리가 지난 6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의원 입각에 대해 건의하니까 별 말이 없었는데 노 당선자 생각이 어떤 지는 잘 모른다. 하여간 난 첫날부터 김원기 의원하고 당선자에게 의원 입각에 대해 얘기했어. 그랬더니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지난번에 당원 연수회에 가서 첫 마디가 의원입각을 안 하겠다는 거였다. 요즘 의원들이 건의하니까 또 좀 돌아선 것 같고. 어쨌든 현재 우리는 강하게 설득하는데 노 당선자는 우려하는 상태인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논쟁을 벌여서 설득이 돼야할 것 같다. 노 당선자가 자존심 건드리는 건 못 참지만 대화를 해서 설득이 되면 비서들한테도 승복 하더라구. 이 문제도 당선자 생각이 '당이 너무 가난한 거 아니냐' 이건데 '안 가난하다. 당이 오히려 힘이 난다' 이렇게 설득을 해야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소수여당이고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개혁이 어렵기 때문에 대탕평책을 써야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건은 오히려 대야관계가 더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아예 여당의원들 싹 빼고 중립적인 내각을 만들려는 구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대철 : 그런 구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우리 주장이다. 국회 안에선 싸워도 나와서 밥 먹으면 여야 의원들이 금방 친구가 되거든. 안에선 그렇게 싸우면서 밖에 나와선 백년지기처럼 논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회의원 장관이면 그 사람을 존중해준다. 대화도 쉽다. 장관직 그만두면 다시 동료 의원으로 돌아갈 거니까 대하기에 조심스럽다. 노무현 당선자가 국회의원을 오래 안 해봐서 거기에 대해서 인식이 없는 건지(웃음) 모르겠다.

프레시안 : 바쁜데 긴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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