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의 횡포와 속임수를 밝혀내는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지만 일견 진부하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2%’ 아니, 매우 부족하고 강준만ㆍ진중권은 힘이 부친다. 그런데 여기 아주 오래전부터 기자의 몸으로 ‘안티(anti)-조중동 전사(戰士)명부’에 이름이 올라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정지환 기자다.
정지환 기자가 겨울과 대선을 함께 맞으면서 “대통령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이까”라는 ‘인물파일’을 책으로 냈다. 지난 3월 “대통령 처조카와 시골군수”라는 책을 내 놓은 바 있어 인물파일로는 두 번째인 셈이다.
<책표지>
이번 인물파일에서 정 기자는 이 책이 “우리 내면(內面)과 나신(裸身)을 읽는 참고서가 되기를”바란다는 묵직한 화두를 꺼냈다. 그렇다면 내면과 나신은 어떻게 읽나?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정 기자가 줄곧 몸담아 왔고 고민해 왔던 언론을 통해서 읽어보자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대통령 선거와 한국 현대사와 언론과의 관계를 통해서.
대통령 선거와 언론을 말하려면 대선 후보라는 인물이 거론되어야 하므로 인물파일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유명한 인물에서부터 유명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13명의 인물을 ‘건드린다.’ 노무현 이회창 박정희 이승만 김구 방응모 김두한 이주일 지만원 문창극 조갑제 민자영 히딩크가 그 주인공들이다.
저자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각종 보도 사례 등을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보여주면서 일부 언론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는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결은 과거의 언론이 담당한 역할을 따져보는 작업의 연장선에서 해독(解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54년간 축적된 한국정치의 해독(害毒)을 근본적으로 해독(解毒)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이회창과 노무현의 ‘오늘’을 읽되, 박정희 윤보선 이승만 김구 등의 ‘어제’를 동시에 읽으려 한 이유도, ‘뒷골목 황제’ 김두한과 ‘코메디 황제’ 이주일을 해독(解讀)과 해독(解毒)의 매개체로 등장시킨 까닭”이라고 책의 의도를 말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 책을 읽기가 불편하더라도 나의 발언이 결국 우리사회의 20%를 대변하는 ‘아웃사이더의 목소리’이므로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 정도의 이견(異見)을 수용해야만 ‘메인스트림(주류)’세력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과정을 통해 “화해와 통합이 하나로 뒤섞여 더 강하게 변할 수 있는 용광로”로 이 책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다.
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의 전문기자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객원 기자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다섯 권의 책을 혼자 혹은 여럿이 썼고, 왕성한 지필ㆍ취재 활동 속에서 ‘안티조선 전문기자’라는 애칭을 얻었으며, 스스로는 자신을 ‘독립기자’로 부르고 있다.
정 기자의 글은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거니와 ‘빠름’과 ‘느림’의 장단이 어우러져 흡사 한 편의 판소리 완창을 듣는 듯하다.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두터운 독자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그의 필력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노무현의 당선으로 조중동 언론권력의 몰락이 얘기되는 시점에 우리는 와있다. 정 기자의 책을 통해 우리 과거를 차분히 ‘되새김질’ 해 보는 것은 ‘뒷북’이 아니라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한 반추가 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