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이 지난 22일 법무부가 제출한 형사소송법 및 형법개정안 초안이 오히려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미명아래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고자 기도하고 있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변 "수사 필요성 미명아래 인권침해 요소 도입"**
민변은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월 26일 발생한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서 법무부는 오히려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미명아래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고자 기도하고 있다”며 “민변은 법무부의 입장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그 철회를 위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특히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기간의 연장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사법방해죄 신설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지난 22일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 허용 ▲보석확대 및 석방제도 개선 ▲인신 구속제도의 개선,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 기간 연장 ▲참고인 구인제도, 사법방해죄 신설 ▲재정신청의 확대 등의 내용으로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 초안을 냈다.
민변은 이 같은 개정안 초안중 구속 후 48시간 이내에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입회가 불가능하다는 조항에 대해, “구속 후 48시간이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간대”라며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입회권은 구속 초기에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수사가 정착된다면 오히려 인신구속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현행 최대 20일인 구속기간도 5일 내지 7일 정도로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며 “구속수사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은 과학수사를 포기하고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자백 대신 제3자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 수집 방식으로 수사관행이 바뀌기 위해서, 중대 범죄에 대해 검찰에게 더 많은 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변은 ‘참고인 구인제도’와 ‘사법방해죄 신설’에 대해 “범죄인이 아닌 일반 국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에 출두하고 진실을 말하여야만 하는 법률적인 의무가 없다”며 “피의자에 대한 자백강요가 불가능해지자 이를 일반 국민인 참고인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으로서 명백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신청대상은 전범죄로 확대돼야"**
이외에도 민변 사무차장인 김인회 변호사는 “개정안이 2심, 3심 법원 구속기간을 4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법원 구속기간에 포함해 계산하던 검찰 구속기간을 법원 구속기간과 따로 분리하고 있다”며 “개정안대로라면 검찰 구속기간 6개월과 법원 구속기간 6개월을 합쳐 최대 1년 동안 구속이 가능해져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현행 3개에서 10개 범죄로 확대하고자 하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대상을 전 범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민변 성명서 전문.
***[성명서]법무부의 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다**
법무부는 2002년 12월 22일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시 참여권의 부분적 보장,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기간의 연장,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사법방해죄의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형법 개정 초안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1999년 12월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 추진위원회가 확정한 사법제도 개혁안과 2001년 대법원이 제시한 개정안을 대부분 수용하였고, 지난 11월 법무부가 발표한 고문수사 방지대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법무부가 제안한 개정초안의 내용이 현재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제도적으로 크게 후퇴시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26일 발생한 고 조천훈씨의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이 시점에서 법무부는 오히려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미명아래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고자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법무부의 입장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그 철회를 위하여 투쟁할 것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변호인의 신문시 입회권은 아무런 시간적 제약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수사상 가장 필요하다는 구속 후 48시간은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간대이다. 피의자는 이 시기에 가장 절실하게 변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인의 신문시 입회권은 특히 구속 초기에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일부사건이지만 인신구속기간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된다. 법무부는 인권 보호를 위하여 경찰에서의 구속기간을 제한하도록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구속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인 수사가 정착된다면 오히려 인신구속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현재의 구속기간도 5일 내지 7일 정도로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사건에 관하여 반대로 구속수사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은 결국 과학수사를 포기하고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현재 1심 법원에서의 구속기간이 6개월이고, 항소심과 상고심 법원에서의 구속기간은 각 4개월이다. 법원의 재판기간보다 더 긴 구속기간을 상상하는 법무부의 비상식에 놀랄 뿐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구속기간의 연장에는 반대한다.
셋째, 참고인에 대한 강제구인제도 도입과 사법방해죄의 신설은 피의자에 대한 자백강요가 불가능해지자 이를 일반 국민인 참고인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으로서 명백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 범죄인이 아닌 일반 국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에 출두하고 진실을 말하여야만 하는 법률적인 의무가 없다.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일반 국민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를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나아가 인권옹호를 위한 과학수사를 포기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상과 같이 이번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초안은 한국 인권상황을 제도적으로 개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과연 법무부가 철저한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과학수사를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법무부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 개혁적인 내용 이외에 위 4가지 제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인권을 사랑하는 국민들과 함께 적극적인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2002. 12.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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