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칼럼보다 한 컷의 시사만평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풍자가 더 돋보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으로 가득한 김경수 화백의 시사만평집 <개소리들 하지마>(글논그림밭)가 출간됐다.
현재 매일신문과 내일신문, 시사저널에 시사만평을 연재하고 있는 김경수 화백의 이 작품집은 DJ정권 5년간의 각종 게이트. 권력형 비리, 밀실과 야합의 정치, 대선 정국과 대북 정책, 그리고 9.11과 미국의 패권주의, 최근의 여중생 피살 사건 등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그는 언론사의 논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작가관을 만평에 녹여내고 있고, 탄탄한 회화적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일관적인 논조를 유지하며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의 시사만평은 크게 ▲대선정국 ▲부패정치 ▲밀실과 야합의 정치 ▲정치검찰 ▲미국의 패권주의 ▲햇볕정책과 대북알레르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7가지의 주제로 구분돼 있다.
대선정국과 관련,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주로 비판했다. 민주당의 잇따른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의 참패와 후보교체론, 한나라 당의 민생 외면과 일방적 정쟁, 정몽준 의원의 등장을 다뤘다.
정치권의 부패와 밀실과 야합의 정치에 대해서는 개혁입법의 표류, 각종 게이트 사건, 국회의원들의 표리부동, 줄서기 정치, 철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강하게 비판했고, 정치검찰의 권력 순응적 모습은 '개(犬)'로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의 패권주의 강화와 남국관계에서의 햇볕 정채과 대북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서는 미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일방적 외교정책과 미국의 정책에 눈치만 보는 정부를 무능한 정권으로 묘사했다.
<그림4,5>
김 화백은 날로 어려워져만 가는 민중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김 화백은 "인간과 자연의 존엄성이 자본의 발 아래 짓밟혀 눈과 귀가 자본에 의해 감각을 잃고 판단력 마저 흐려졌다"며 "이런 내용을 비판하는 시사만화에조차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와 했다.
<그림6>
시사만화가를 작가의 반열에 올렸다고 평가받는 박재동 화백은, 그의 작품에 대해 "혼탁한 시대에 언론 속에서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란 정말 쉽지 않다"며 "그 제대로 뜨고 있는 몇 안 되는 눈동자 중에 바로 김경수 화백의 눈동자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수 화백은 시사만평을 그리는 일의 고충에 대해 "지금 이 세상에 시사만화가가 그리는 시사만화에는 주적은 있을 수 없고, 그저 고려의 대상만이 존재한다"며 "이젠 강남을 위한 시사만화와 강북을 위한 시사만화를 따로 그려야 하고, 언론 세무조사 때는 언론 개혁을 위한 칼 같은 입장과 처자식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서 그려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분명 시사만화가는 고난의 길 위에 서 있다. 시사만화가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사서가 될 수 없을 지언정, 김홍도의 풍속도가 오늘날 당시 서민들의 풍속을 연구하는 사료로 귀중하듯이 그의 훌륭한 작품들은 역사 사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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