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직접사과와 불평등한 SOFA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교수와 변호사, 문인 단체도 동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와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전국교수노조) 등 7개 교수 단체는 9일 오전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했다.
이날 영하의 강추위 속에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황상익 전국교수노동조합 상임의장은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미군 장갑차에 무참히 깔려 간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을 계기로 온 국민이 동참하는 분노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보호하고, 진정한 지역안정과 평화통일을 위해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환 민교협 공동의장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대학별 서명운동 전개 ▲교수 7단체 주관 ‘전국 교수서명운동’ 전개 ▲12월 16일 원로교수 시국선언 대회 ▲전국 서명 교수 결의대회 ▲국제 지식인 연대 구성 등의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자리에서 ‘미군장갑차에 의한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2월 14일을 ‘주권회복의 날’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슬픔은 깊어져 한이 되고 분노는 더욱 커져 성난 파도가 되어, 한국민의 위대한 저력과 웅혼한 기상이 살아나고 있다”며 오는 14일에 온 국민이 태극기를 게양하고 6시를 기해 타종과 경적, 촛불의식과 묵념 등 ‘4대 범국민행동지침’을 제안했다.
범대위는 이날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정부가 미국에 저자세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졸속적인 SOFA개선안을 철회하고 부시 미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요구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번‘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9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2년 한국인권 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열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촉구했다.
특히 주한미군 분야 발제자 권정호 변호사는 “2002년 개정된 SOFA는 형사재판권 분야에서 피의자 신병인도 시점에 대해서만 논의가 이뤄져 범죄발생을 억제하고 피해자 인권보장 차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며 “SOFA의 전면 개정은 시대적 필연이며 국제법의 원칙인 상호 주권존중과 호혜평등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8일 진눈깨비가 날리는 가운데 문인협회 및 노동 종교 단체의 고 신효순·심미선양을 추모하고 SOFA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한국문인협회(이하 문인협회)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미군장갑차에 희생당한 여중생 추모시 낭송회’를 열어 정호승, 이근배, 박두순 등 시인·아동문학가 15명이 추모시와 미군 규탄 성명을 낭독했다.
신세훈 문인협회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억울하게 숨져간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민족의 자존심과 넋을 살리기 위해 시인 및 작가들이 나섰다”며 “부시 미대통령이 직접 사과와 불평등한 SOFA개정을 받아내고 미군 책임자를 우리 손으로 처벌할 때, 비로소 우리 민족혼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전국 연합도 종묘공원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SOFA개정’과‘경제특구법 등 3대 악법 철회 등을 요구하고 명동입구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안산·시흥지구는 8일 오후 안산시 성포예술 관장에서 신도와 시민 2처여명이 모인 가운데 SOFA개정 촉구대회 및 생명수호대회를 가졌고, 원불교 중앙교구는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에서 ‘SOFA개정 촉구 및 고 심미선 신효순 천도재 행사를 갖고 촛불가두행진을 벌였다.
한편 오는 14일 시청 앞에 10만명이 모이는 ‘범국민시국대회’가 계획된 가운데,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의 ‘SOFA개정과 부시 미 대통령 직접사과를 위한 기독청년 릴레이 금식기도회’와 노래패 ‘우리나라’가 ‘효순이 미선이를 위한 거리공연’을 열고 12일 '학생비상시국회의'를 여는 등 각종 추모행사와 미군규탄 집회가 계속될 예정이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제 경찰과 기자들만 기자회견을 하면 전국민이 다 하는 것이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상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