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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용은 이사장 퇴진" 서울YMCA 심각한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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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용은 이사장 퇴진" 서울YMCA 심각한 내홍

표 이사장 "잘못한 일 없는데 절대 물러날 수 없다"

내년 10월 창립 1백주년을 맞는 서울 YMCA가 심각한 내홍에 빠졌다. 일부 실무진과 회원들이 '개혁'을 외치며 표용은 현 이사장(70)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YMCA 회원 6백여명과 일부 실무진이 참여하고 있는 '서울 YMCA의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 비상회'(이하 Y개혁회의)는 14일 오전 서울 YMCA 친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용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Y개혁회의에는 전택부 명예총무, 강문규 전 한국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 총무, 김용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등 원로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Y개혁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표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8일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표 이사장에게 보낸 바 있다. Y개혁회의는 또 15일 저녁 서울 종로 YMCA 강당에서 지난달 21일에 이어 2차 만민공동회를 열고 '회원 운동체로서의 서울 YMCA의 개혁과 재건'을 결의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표 이사장은 1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물러나느냐"며 "이사회에서 그만두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일부 회원들이 반발한다고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말했다.

***"표 이사장 불법 친정체제 구축", Y개혁회의 비판**

YMCA의 내홍은 그 뿌리가 깊다.

우선 지난 97년 4월 표 이사장은 자신의 고향친구인 김형승씨(전 서울YMCA금고 부이사장, 70)의 조카로 알려진 김수규 전 YMCA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서울YMCA 서무 출신으로 임명과정에서부터 자격요건에 미달한다는 반대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취임후 YMCA를 통제 일변도의 관리·행정조직으로 전락시켜 회원들이 참여할 입지를 축소시켰다며 실무간사들의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 이사장은 지난 2001년 김 전회장을 연임시켰다. 이에 참다 못한 간사를 비롯한 실무자들은 지난 9월 김 전 회장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표 이사장에 의해 회장에 임명된 김 전 회장과 표 이사장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삼촌이자 표 이사장의 친구인 김형승씨가 그의 자서전 '서기관 20년'을 통해 "YMCA 이사장과 회장의 협조를 받아 김영삼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바 있다", "퇴직하자마자 서울YMCA에서 강남YMCA 예식장을 무상으로 나에게 위탁경영하도록 배려했다"는 등 표 이사장의 비리로 지적될 만한 내용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표 이사장은 간사 등 실무자들의 회장 퇴진 요구를 활용해 김 전 회장을 제거하고 또다시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시도했다고 Y개혁회의 측은 주장한다.

'시민의 신문'에 따르면 표 이사장은 새 회장으로 선임된 김윤식 전기획행정국장을 비롯, 세 명의 국장과 짜고 자신의 해외출장 기간 동안 실무자들의 김 전 회장에 대한 퇴진요구가 드러나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오른팔 격으로 현재의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핵심적 구실을 한 인물이라고 Y개혁회의 측은 주장하고 있다.

***김윤식 회장 선임과정의 적법성 대립**

현재 표 이사장과 Y개혁회의 측은 김윤식 현 회장 선임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대립하고 있다.

표 이사장은 지난 10월 21일 김윤식 국장을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또 실무자들이 이를 저지하려 하자 장소를 두 번이나 옮기고, 시간도 앞당겨 이사회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24명의 이사 중 7-8명 밖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Y개혁회의 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표 이사장 쪽은 정족수인 13명이 참여했다면서 김 회장 선임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실무자들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김윤식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된 지 열흘만인 지난 1일 Y개혁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남부원 기획부장과 사무국장인 신종원 시민사회개발부장을 스포츠센터 관장 등으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Y개혁회의 측은 김윤식 회장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표용은 이사장의 퇴진까지 촉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밖에 Y개혁회의 측은 표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용하면서 내역을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으며 정치인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각종 의혹에 대해 표용은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자금 문제는 시민의 신문 보도를 통해 처음 듣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또 김수규 전회장 사퇴압력설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사표를 써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가 된 이사회에 대해서도 "못하게 하니까 장소를 옮겨서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장소를 옮겼다"며 "총 13명이 참석했고 나중에 한 사람이 밥 먹을 때 와서 정족수에는 문제가 없다. 이사회 회의록은 함부로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못한다. 나중에 법적으로 대응하면 그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8년째 이사, 15년째 이사장 연임**

이처럼 표 이사장 측과 Y개혁회의 측이 극도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어 서울YMCA의 내홍은 조기에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또한 이번에 불거진 내홍의 배경을 들여다 보면 더더욱 그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문제의 핵심은 표용은 이사장의 장기 독점체제라 할 수 있다.

표용은 이사장은 28년째 서울YMCA 이사다. 또 15년째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사장 임기는 1년이지만 연임 제한이 없고 정년이 없어 장기 '집권'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전횡을 저질러 왔다는 게 Y개혁회의 측의 지적이다.

어떻게 이런 장기집권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회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해 특정 세력의 독점이 가능한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YMCA의 최고의결기구는 회원들의 총회이며, 회원들은 선거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한다. 임기가 3년인 이사는 모두 24명이고, 해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8명의 이사를 교체한다. 그러나 4만5천여명 회원 가운데 선거권이 주어지는 총회원은 1천2백명에 불과하다. 총회원 자격을 '회원이 된 지 3년 이상의 남자로 기독교 세례 증명서가 있는 자'에 국한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격제한은 관행일 뿐 YMCA 헌장이나 정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Y개혁회의 측은 비판하고 있다.

그나마 1천2백명 총회원 중 이사 선출 투표에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3백-4백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표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이 관리하는 총회원이 각기 60-70명선에 달한다는 게 Y개혁회의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들의 담합 투표로 평생 이사를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표 이사장, CBS에서도 장기집권 문제 불거져**

표 이사장은 지난해 9개월 동안의 장기파업에 이어 최근 또다시 불거진 기독교방송(CBS) 사태의 핵심 배후로 CBS 노조(위원장 황명문)가 지목하는 인물이다. 표 이사장은 77년 CBS 이사로 부임한 이래 10년이 넘게 CBS 이사장직에 머물다가 지난 10월 물러났다. 두 기독교 기관에서 20여년이 넘게 절대 권력을 행사해 왔던 셈이다.

표 이사장은 CBS에서도 지난 94년 권호경 목사 사장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인 지난 10월 7일 권호경 사장의 3연임을 달성하기 위해 서면투표를 강행했다. 또 참석하지 않은 이사 한명의 투표 용지를 찬성표로 조작하는 등 서면투표 개표 과정에서 부정투표를 시도했다고 CBS노조는 주장했다.

Y개혁회의 관계자는 "표 이사장이 20여년에 걸쳐 YMCA와 CBS에 심어 놓은 인맥들이 양 기관의 개혁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Y개혁회의는 지난 10월 23일부터 종로에 있는 서울 YMCA 건물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신임회장 직무정치 가처분신청과 이사회 의견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전국기독교청년회 총무협의회 소속 26개 지역 YMCA 총무들은 지역Y 총무 5명으로 구성된 중재단을 구성, 사태 해결을 돕기로 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Y개혁회의를 지지하고 있다.

서울YMCA는 내년 10월 1백주년을 맞는다. 1903년 창설된 '황성기독교청년회'가 그 역사의 뿌리다. YMCA는 항일운동, 농촌운동, 교육 및 사회체육사업 등을 통해 암울했던 일제시대 민족의 버팀목 역할을 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YMCA 야구단>도 '황성기독교청년회(YMCA) 야구단'의 활약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였다.

해방 이후에 서울 YMCA 활동은 '청년보국운동' '향토건설운동' '학생사회개발단 운동' 등이 이어졌으며, 80년대 YMCA 교사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YMCA 1백년 역사는 한국 시민사회운동과 기독교 운동의 산 증명이다.

Y개혁회의 신종원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표 이사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의 전횡으로 운동성을 잃어버려도 서울 YMCA는 자산이 많기 때문에 존속할 수 있다. 그저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영리단체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1백년간 YMCA가 한국사회에서 차지해 온 역사성과 정신적 자산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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