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섬유업계가 양국 국교단절후 10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위협의 출현에 양국이 공동대응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산물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대만섬유산업연합회는 24일 대만 타이베이 원동 호텔 대회의실에서 ‘한-대만 섬유산업협력회의’를 열고 양국 섬유산업의 장단점을 각각 비교하고 중국의 저가공세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를 숙의했다.
***대만 섬유산업의 세 가지 장점**
리우주이투 대만직물연합회 관리는 "대만 섬유산업은 관련 분야 기술의 통합과 과학적 관리방식 등으로 중국의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대만섬유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전된 직물제조 능력과 염색산업에 기초해 섬유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술이 통합됐다는 데 있다.
두번째 장점은 전자상거래 방식과 과학적 관리방식의 도입으로 섬유산업의 세계화와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설비 제조업, 디자인 산업, 브랜드 생산업 등이 전통적인 의류 디자인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된 직물과 원단 산업에도 적용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중국 진출 현황과 관련, 슈정화 대만의류산업연합회 회장은 “현재 중국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아동복의 50%, 여성복의 40%, 남성복의 20%가 대만업체들의 제품”이라며 “대만 의류산업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극적 대륙진출 공세로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중국의 위협을 도리어 대만 도약의 계기로 반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한국 섬유산업에서 배울 점은 대규모 도매 마케팅**
대만 섬유산업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만은 한국 섬유산업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섬유산업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1998년부터 추진중인 ‘밀라노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5억7천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섬유 및 직물분야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섬유대학도 설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전문적인 대규모 도매 마케팅 방식을 통해 섬유 및 의류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한국의 대규모 도매 마케팅 기법을 높게 평가했다.
박성철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이와 관련,“생산비용을 낮추고 한국 섬유산업에 대한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만 섬유산업 관계자들을 초빙하는 한편 60만평 규모의 섬유산업단지를 마련했다”며 “이 대규모 섬유단지는 외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치될 경우 1백만평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적극적 자본참여를 주문한 발언이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의 초저가 섬유제품의 출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과 대만 양국이 서로의 노하우와 경험을 교류하는 동시에, 중국시장 공동공략을 위한 자본결합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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