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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정면돌파'냐 '反昌연대 판짜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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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혁 정면돌파'냐 '反昌연대 판짜기'냐?

<대선 D-100, 이것이 포인트> - 노무현

대선 D-100일을 맞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노풍(盧風)을 재점화할 것인가'다.

민주당은 신당 창당을 둘러싼 친노(親盧)-반노(反盧) 진영간 세 다툼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노 후보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듯 보인다. '통합신당'의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노 후보의 낙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내 문제를 빨리 정리하고 대선체제로 정비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 변수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노 후보의 지지율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고, 노 후보는 지금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개혁성을 앞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정몽준 의원과의 막판 연대를 모색, 반창(反昌)연대를 꾀할 것인가.

이는 3金이 전면에서 사라진 뒤 첫 번째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계층ㆍ세대 대결로 가느냐, 아니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역 대결로 가느냐라는 문제와 결부돼 있다.

***선택1. 개혁성 내세운 정면 승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불었던 '노풍'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정서에 기반한 것이었다. 당시 노 후보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계층이었던 '서민층'에서 지지도가 급상승했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소프레스 김헌태 이사장은 "상고 출신으로 가장 서민적 특성을 강하게 지닌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경선을 통해 주요 정당의 대선주자로 출마할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일종의 계층적 동질감을 강하게 느낀 서민층들의 급속한 지지를 이끌어냈던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다 '노풍'이 꺼졌다. 공언했던 민주대연합구도가 실패했고, 연합 추진과정에서 상도동 YS에게 의지하고, 반면 DJ와는 단호히 절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스스로 '노풍'을 꺼뜨린 것이다.

지금 현재 대선구도에서 변화와 개혁의 상징은 노 후보가 아닌 정몽준 의원이 되어 버렸다.

이 잃어버린 지분을 되찾아 오는 것, 그것이 바로 '노풍' 재점화이며 대선 승리의 길이다. 따라서 노 후보의 개혁성을 전면으로 내세워 연말 대선 구도를 계층ㆍ세대 대결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혁성'을 앞세운 정면 돌파 전략이다.

이 전략에 의하자면 노 후보는 민주당의 신당 논의로부터 떠나야 한다. 정치판의 이합집산과 정계개편에 초연해야 한다.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도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오히려 정치권 외의 개혁추구세력들을 규합하고, 선명한 정책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변화의 세몰이에 나서야 한다.

'노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입장을 밝히는 시사평론가 유시민씨 등의 개혁적 국민정당은 노 후보에게 이러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당내에도 쇄신파를 비롯해 개혁 정면승부론자들이 많다.

친노 진영인 신기남 최고위원이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선대위는 개혁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선대위에 개혁 색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다.

***선택2. 정몽준과 反昌 연대**

그러나 이 전략엔 치명적 취약점이 있다. '변화와 개혁'의 슬로건은 일시적 인기는 가져올 수 있지만 막상 표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반론을 펴는 쪽은 지난 87년 이후 역대 대선 및 총선이 거의 전부 지역대결로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한다. 국민대중이 항상 '변화'를 바라는 듯 하지만 유권자로서 막상 표를 찍을 때에는 지역을 따라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연대를 기반으로 노 후보의 외연확대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를 통한 반창(反昌)연합 전선 구축이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을 비교해 볼 때 두 사람의 이념이나 노선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노 후보가 정 의원과 손을 잡는다면 자신의 고유한 색깔은 일단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 입장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전선 구축에 있어 정 의원은 가장 탐나는 존재다. 꺼진 '노풍'을 단번에 회복시킬 기사회생책으로 보인다. 그간 노 후보가 노-정 경선에 대해 '짝사랑'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매달린 이유다.

그러나 일단 노-정 경선은 물건너 갔다. 하지만 막판 연대 가능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따라서 향후 노 후보는 정 의원과의 막판 연대를 계속 염두에 두면서 정치권 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오는 17일 대선 출마선언과 동시에 독자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므로 두 사람간 연대가 이뤄진다면 막판 '당 대 당' 통합을 통해서다. 비노(非盧) 중도파 의원들이 "신당추진위를 해체하고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반창(反昌)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한동 영입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결정 못했다. 노 후보가 직접 결정할 것이다"**

노 후보 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당헌의 규정대로 9월 27까지 선대위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점만 확실한 상태다.

노 후보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혁성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개혁을 너무 내세우다 보면 외연 확장을 막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 부분은 노 후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캠프의 최대 고민이며, 대선의 중심 전략이 바로 이 대목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 국민경선 이후 노 후보 스스로 '노풍'을 꺼뜨린 것은 바로 그 애매함과 불투명함 때문이었다.

일단 노 후보측은 10일 신당추진위 중간결산, 11일 당무회의를 통해 신당논의가 빨리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과 후보의 혼란스런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 이후 노 후보의 행보가 드러날 것이다. 선대위 구성에서부터 노 후보의 중심 전략이 '개혁성'인지 '외연확대'인지 판가름날 것이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노 후보의 운명은 바로 이 대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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