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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고 동요하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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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고 동요하는 민주당

<연석회의 2보> 결론 없이 백가쟁명식 논의 분출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대책과 관련, 17일 오전 '최고위원·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 후보 재신임 및 지도부 사퇴 여부 등을 논의했으나 백가쟁명식 논의만 무성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초 9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연석회의는 노 후보의 참석이 늦어져 9시 30분 시작됐고, 오후 1시까지 세 시간이 넘게 비공개로 치열한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후보와 지도부 사퇴 여부, 재신임 내지 재경선 실시 방법과 시기, 탈DJ 방안 등에 대한 계파간 견해차가 심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18일 최고위원 회의, 19일 당무위원 회의 등을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을 뿐이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당권파, 쇄신파, 비주류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내 분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親이인제계 후보사퇴론 폈으나 세 못 얻어**

노 후보는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8.8 재보선에 전력투구해야만 민주당이 살 수 있다"면서 "재보선 이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경선을 통해 다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며 '후보 재경선' 카드를 전격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모두 발언 직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보를 두 달 더 하자는 뜻이 아니니 이의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재경선을 해도 좋다"며 '재보선 후 재경선'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노 후보의 이같은 제의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 계파간 갈등이 확산되면서 당 분열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 내분사태의 조기 종결을 위해 재경선 수용이란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 후보의 재경선 수용 주장이 사전조율 없이 돌출됨에 따라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무성했을 뿐 방향을 잡지 못했다.

안동선 송석찬 이윤수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 후보와 지도부가 우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선 의원은 이날 회의장을 빠져나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 후보가 8.8 재보선 이후 거취를 묻겠다는 것은 상황변화도 없이 재보선을 하자는 것으로 패배만 자초할 뿐"이라며 "후보자리 보전을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또 "노 후보의 언행을 되돌아 볼 때 국민들로부터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의심케 하고 있다"며 "노 후보의 급진 좌파적 이념에 대해 대다수 중산층과 보수층의 우려는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석찬 의원도 "현 민주당으로 재보선과 대선을 치르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후보와 당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심지어 이근진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기대하고 왔다"며 "국가 경영자로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동참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여기가 한나라당 의원총회냐"며 반발하자, 이 의원은 "(본인에 대한) 제명을 요구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동선 송석찬 이근진 의원 등의 이같은 주장은 결국 후보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와 지도부의 즉각 사퇴, 외부 인사 영입 등을 통한 백지상태에서의 재경선이란 결국 후보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 후보 즉각사퇴론은 소수의 주장에 그쳤을 뿐 세를 모으지는 못했다. 특히 이날 후보사퇴론을 제기한 의원들이 지난 경선에서 이인제 고문 편에 섰던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인제 고문계가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후보교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후보사퇴론이 역으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

***지도부 책임론, 재신임 방법, 탈DJ 방안 논의 제각각**

하지만 노 후보 즉각사퇴에 반대한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었다. 지도부 사퇴 여부, 재신임 방법, 탈DJ 방안 등 쟁점에 대한 처방은 제각각이었다.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 노 후보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배수진을 쳤지만 비주류 의원들 뿐 아니라 쇄신파 의원들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하며 한화갑 대표가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쇄신연대 의원 20여명도 연석회의에 앞서 가진 자체 모임에서 "지도부 구성이 일천하지만 정치적, 도의적으로 지도부 전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함승희 의원은 이날 개인성명을 내고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이 우리당을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속죄하는 의미에서 전 당직자가 모두 사표를 내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공명선거추진위원장과 법률구조단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후보 재신임 방법론도 여러 의견이 분출했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와 지도부 재신임을 묻자"고 주장했고, 이재정 의원은 "지구당위원장, 현역의원, 당무위원 등 당 대표단과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한 사람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선정된 대표단을 동수로 한 '대통령 후보 재신임을 위한 특별회의'를 구성해 재신임 절차를 마무리 하자"고 제안했다.

당의 탈DJ 방안에 대해서도 김홍일 의원 탈당, 홍걸·홍업씨 철저 수사, 아태재단 해체 및 사회헌납 등의 방안이 거론됐으나, 일부 동교동계 의원들의 반발을 사는 등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다.

***사전조율 없이 동요하는 민주당 현주소 확인시켜**

결국 이날 민주당의 '최고위원·당무위원·현역의원 연석회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요하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당권파, 쇄신파, 구동교동계, 비주류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고, 계파 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계파별 의견취합이나 사전조율이 전혀 없이 회의에 참석한 각자가 나름의 주장과 아이디어를 분출해 내놓는 모양새였다.

특히 회의 벽두 터져나온 노 후보의 '재경선 수용' 주장이 당권파 및 쇄신파로부터도 적극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혼선이 더욱 가중되었다는 평가다.

그나마 이날 회의를 통해 얻은 성과라면 親이인제계 일부 의원의 후보교체 주장이 힘을 못 얻고 무력화되었다는 정도다.

민주당은 18일 최고위원회의, 19일 당무회의를 잇따라 열고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내 각 계파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떤 형태로든 사전조율 되지 않고 이날 연석회의에서 드러난 백가쟁명식 논의로 반복된다면 민주당 내홍사태는 수습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내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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