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고위원 경선 후유증 수습에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경선 개입설을 주장하며 경선 결과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일부 민정계 의원들이 대부분 결과에 승복할 뜻을 밝힘에 따라 한나라당은 금주 중 본격적인 대선 체제 정비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우선 11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일부 민정계 의원들이 입장을 대거 선회함에 따라 1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서청원 의원을 대표로 뽑고, '서청원 체제'가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당내 비주류 및 낙선자들에 대한 안배가 예상되는 당직개편도 금주중 단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고위원 경선에 낙선한 후보들은 물론 당선한 일부 최고위원들이 여전히 경선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다. 또한 당직개편을 둘러싸고 당내 비주류 및 소장파들과 중진의원들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도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여러가지 당내 힘겨루기 양상은 결국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가 보수연합적 성격인지, 개혁세력 견인의 방향인지를 가늠할 첫번째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선개입설 논란, 불씨는 남아있다**
11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위원들 중 강재섭, 박희태 위원측은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에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개입설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생각할 것 있느냐"는 반응이다.
강 위원측은 불참 이유에 대해 "11일 당일 날 일정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 위원측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어떤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고 경선 때문에 신경쓰지 못한 지역구 일정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당적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순봉 위원측은 "경선 결과를 보이는 것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주어진 결과 외의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특히 "과정의 민주화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경선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해 이회창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을 시사했다.
낙선한 안상수 의원도 성명을 통해 "구시대의 금권정치, 지구당위원장 줄세우기 정치가 재현됐다"고 비판하고 인권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경선 개입설과 관련해 이 후보측은 "최고위원 경선에 엄정중립을 지켰다"며 의혹을 일축하고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의 통화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 대표 선출과 당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14일 최고위원회의가 경선 후유증 수습의 일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당내 세력관계 변화되나?**
한편 금주 중으로 단행될 당직 개편은 후유증 수습 차원에서 대선후보 및 최고위원 경선 낙선자들과 소장파에 대한 배려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윤곽은 잡기 힘든 상태다.
따라서 당직개편의 내용과 방향에 따라 한나라당의 양대선거 전략의 밑그림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당 운영 방향과 관련한 세력간 힘겨루기 양상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경선 직후 민정계 최고위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도 후보 지명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이 누구에게 낙점되느냐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차기 사무총장의 경우 이상득 총장의 유임설이 돌고 있으나 당직개편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점에서 김일윤, 김기배 의원 등 최고위원 낙선자들과 이재오 총무, 김영일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했지만 당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한 김기배 의원이 총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지명 최고위원 하마평, 추가 영입설 무성**
이 후보가 지명할 최고위원에는 이부영, 양정규 전 부총재 및 강삼재, 김일윤 의원이, 새 대표가 추천할 여성몫 최고위원에는 이연숙 전 부총재와 임진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총재의 경우 후보 경선과정에서 당내 개혁세력의 대표주자임을 당 내외에 각인시켰고 보수일색의 당 분위기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양 전 부총재의 당내 '측근정치' 폐해 논란의 후유증을 의식,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고위원 출마의 꿈을 접었던 점을 이 후보 측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헌을 개정, 2인 이내에서 최고위원을 늘릴 수 있도록 결정함에 따라 이중 1석은 당내 개혁 소장파 의원이나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 홍사덕 의원에 대한 배려책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1석은 정계개편 등에 대비, 거물급 인사 영입설이 돌고 있다.
또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최병렬 전 부총재는 대선 선대위원장 기용이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로 예정된 원내총무 경선에는 이규택, 맹형규, 안택수, 임인배, 김문수 의원 등 5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의중에 관심이 쏠려 있으나 이 후보측은 '엄정중립'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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