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간 '순한 소주' 경쟁의 절정판(?)이랄 수 있는 '16.9도 짜리 초저도 소주'에 대해 소주 마니아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산과 경남권 소주시장을 놓고 그동안 치열한 경합을 벌여 오던 부산의 대선주조㈜와 경남 무학㈜이 지난 8일 16.9도 소주 출시를 동시 발표했다.
이어 초저도 소주 전쟁에 먼저 불을 지핀 ㈜무학이 14일부터 시판에 들어갔고, 대선주조㈜도 이에 뒤질세라 18일 서둘러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톡 쏘는 맛'에 매료돼 소주를 찾던 소주 마니아들이 도수를 파격적으로 내린 술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소주는 1965년 30도로 출발해 격동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국민술로 자리했다.
높은 도수로 인한 '톡 쏘는 맛'이 일품이던 소주는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 따라 1974년 25도로 낮아졌고, 그 이후 25년 가까이 25도는 마지노선처럼 유지됐다.
하지만 낮은 도수의 한국 정통 곡주들이 속속 상품화되면서 소주도 순한 곡주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결국 1996년 23도짜리 소주가 등장하면서 '순한 소주' 경쟁이 촉발돼 올해 초에는 20도까지 낮아졌다.
순한 소주 경쟁은 젊은 층과 여성들을 소비자층으로 끌어들이면서 더 격화됐고, 지난 8월 국내 소주업계의 맹주격인 진로가 19.8도 짜리를 출시하면서 20도마저 무너졌다.
순한 소주 경쟁이 소주시장 확대에 기여했지만 저도 소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점증했다.
아스파라긴산 등 온갖 첨가물이 들어가 심지어 단맛까지 느껴지는 순한 소주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하는 정통 소주 마니아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부산.경남권 시장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 왔던 부산의 대선주조㈜와 경남의 ㈜무학이 드디어 현재 국내 최저도수인 19.8도 소주보다 무려 3도 가까이 낮춘 16.9도 초저도 소주를 내놓는 사고(?)를 친 것이다.
진로 등 국내 메이저 소주업체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모 소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겠지만 단언하건대 소주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칫 부산.경남권에서 촉발된 무리한 저도 소주 경쟁이 국내 소주업계 전체를 과당경쟁으로 끌어들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첨단냉각여과공법, 초음파진동공법 등 대선주조㈜와 ㈜무학이 16.9도 소주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첨단공법을 동원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기존 20도 소주보다 주정이 덜 들어간 술에 불과하다는 게 주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꾸로 말하면 물을 더 탄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대선주조㈜와 ㈜무학이 16.9도 짜리 신제품 출시가격을 기존 20도짜리 소주에 비해 80원 낮춘 730원으로 책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굳이 '16.9도'에 맞춘 이유는 TV광고 때문.
현행법은 17도 미만 주류에 대해 오후 10시 이후 TV광고를 허용하고 있으며, 대선주조㈜와 ㈜무학은 이왕 낮출 바에야 TV광고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보자는 속셈에서 16.9도까지 낮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젊은 층이나 여성들이 기존 소주를 마실 때 냉수를 함께 마시거나 소주가 든 잔에 얼음을 넣는 경우가 많다"며 "16.9도 소주는 이같은 경향을 겨냥한 제품이며 이미 관능시험을 거쳤다"며 자신했다.
㈜무학 측도 "오랜기간 준비과정을 통해 완벽한 저도 소주맛을 살렸고, 관능시험 등을 성황리에 마쳤다"며 "16.9도 소주 시장 형성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 소주업체 관계자는 '특수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어느 소주업체나 만들 수 있는 술'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무도 상품화하지 않았던 초저도 소주'였던 만큼 주류업계에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소주 마니아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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