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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밀어야 하나?

‘박근혜 현상’을 보는 여성계의 고민

박근혜를 밀어야 하나.

정치권엔 최근 '박근혜 현상'이 화제다. 박 부총재는 한나라당 내에서 국민경선제,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며 반(反)이회창 노선의 선두에 섰다. 또한 각종 정계개편설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핵심변수이기도 하다.

자신도 유력한 영남후보 가운데 하나인 이수성 전 총리는 5일 "박근혜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박근혜 현상'을 또 한번 증폭시켜 놓기도 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정치권 지각변동의 1순위로 꼽히며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박 부총재를 바라보는 여성계 인사들의 심사는 복잡하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그는 2백73명 국회의원 중 여성이 16명에 불과한 한국 정치 현실 속에 많은 논란을 던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중 이회창, 이인제 고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 부총재를 ‘여성’들이 힘을 모아 밀어줘야 하나, 아니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대구.경북(TK)지역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그를 비판해야 하나.

여성계의 고민은 이 한마디로 집약된다.

***“도전만으로도 의미 있다”**

가장 주목받는 여성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박 부총재는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 박근혜 부총재는 여성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여성계의 공통된 평가다.

그는 한나라당 김정숙 이연숙, 민주당 김희선 이미경 조배숙 의원 등과 달리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여성의원으로 보지 말라’고 말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지난 96년 국회에서 한총련 여학생들에 대한 전경들의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부총재는 지금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지만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성계 인사들은 박 부총재의 대권 도전 자체를 높게 평가하며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 보좌관인 신미숙씨는 “여성 정치인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이들이 좀 더 큰 정치를 하는데 박 부총재의 도전은 중요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부총재의 대권 도전에 대한 개인적인 명분이나 자격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며 “그가 여성의 목소리를 좀더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정치적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황오금희 편집장도 “여성 의원으로는 드물게 지역구에서 두 번이나 당선된 박 부총재에게 언제까지 유신의 그늘을 씌워야 하느냐”며 “그가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여성 의식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한다면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박 부총재가 ‘여성 정치인’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 인사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아직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어차피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것.

황오금희 편집장은 “남성적 리더십에 싫증난 유권자들은 소프트한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박 부총재는 5년여 동안(1974∼1979)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쌓은 경험에 기반한 ‘소프트한 리더십‘과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깨끗한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전략적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의 딸’ 지지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인도의 소냐 간디,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등 대부분 여성 대통령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부총재도 대통령이 된다면 일등 공신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지난 97년 정계에 입문해 98년 대구 달성구 재보선에서 당선, 재작년 16대 총선에서 재선된 그는 대선 주자로는 지나치게 초라한 정치경력을 가졌다.

박 부총재는 IMF 이후 일기 시작한 ‘박정희 신드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며 그도 이를 부정할 생각이 없다. 박근혜 부총재는 대권에 출사표를 던지며 슬로건으로 ‘애국애족’(愛國愛族)을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구호다.

박 전대통령을 내세우는 전략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박정희의 딸’에 한정시키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대다수의 여성계 인사들이 제기하는 박근혜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다.

서울여성노동조합 정양희 위원장은 “박근혜 부총재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의식, 역사의식이 부족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성차별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 민주당 여성의원의 보좌관도 “전에는 여성 정치인들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여성이라면 무조건 지지하자는 전략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보수를 명백히 표방하고 있는 박 부총재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제왕적 부총재?**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부총재의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며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다. 아버지와의 차별화는 그에게 던져진 정치적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당내 개혁을 주장하며 이회창 총재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선 것은 그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총재는 지난 1일 국민경선제를 논의한 당 연찬회에서 절대 다수가 경비 과다와 기존 당원들의 반발을 들어 국민경선제 도입에 반대하자 중간에 퇴장했다.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논의하는 공식기구인 ‘선택 2002 준비위’ 참가도 거부했다.

이어 그는 3일 정당개혁과 경선방식에 대한 이회창 총재의 입장을 밝히라며 국민참여 경선제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그의 태도에 대해 ‘제왕적 부총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박 부총재의 태도를 비난하기에 앞서 ‘박근혜 껴안기’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대선 승리를 위한 ‘화합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박 부총재의 경선 참여는 필수적이다. 또 그가 경선방식 등을 빌미로 탈당 후 독자 후보로 출마할 경우 가져올 파급력은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달 월간중앙과 폴앤폴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이회창 총재와 박 부총재의 관계를 보완적이거나 우호적인 사이로 평가하지 않고 잠재적 경쟁 또는 갈등 관계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향후 정국 구도와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부총재가 당 안팎의 ‘반창(反昌) 세력 선봉’이 되어 달라는 주문에 응해 독자행보를 시작한다면 대선 구도에 큰 폭풍을 몰고 올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 부총재는 여러차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경선에 참여할 것인지, 불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불참한다면 탈당과 독자 출마로 치달을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러한 결정 속에서 박 부총재는 단순한 '박근혜 현상'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로서 분명히 자리매김될 것이다. '박근혜 현상'을 보는 여성계의 고민도 그때 가서야 구체적인 찬반론으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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