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쇄신연대 총괄간사인 장영달 의원은 15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특대위(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가 주류쪽 의도대로 서둘러 결론을 내리면 분당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그럴 경우 특대위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쇄신연대의 ‘중앙집행위원회’, ‘개방형 국민경선’안을 문서로 제출했지만 특대위원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며, “주류 쪽이 기존 당 구도대로 빨리 몰아가려고 수십명 의원이 모여 만든 안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19일 예정된 당무회의를 일주일 늦춰 쇄신연대의 안을 더 논의해 줄 것을 조세형 특대위원장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체제에 관해 장 의원은 “특대위의 집단지도체제안 역시 최고위원별, 계보별로 줄을 서게 만들어 계보정치, 금권정치를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중앙집행위원회안을 쇄신연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16개 시도별로 3명씩 선출한 중앙집행위원회가 일상적 당무를 관장하고, 공천은 지역 대의원들이 뽑고, 당의 정책.노선.입법은 의원총회가 담당한다. 또 상징적인 당대표는 중앙집행위원회 의장이 맡고, 사무총장과 대변인제는 폐지하며, 원내총무가 사령탑이 되고 각 상임위별 간사가 당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선방법에 대해서는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쇄신연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대위의 안처럼 5만명 선거인단만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기존 당원 및 새로 가입하고자 하는 모든 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는 전당원직선제를 채택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인구비례로 지구당별 선거인단 수를 할당해서, 지구당별 투표결과대로 선거인단을 나누게 되면 각 지구당별 투표가 끝나는 순간 후보가 확정될 것”이라며, “이렇게 해야 민주당이 국민 참여 폭을 무한대로 확대하면서 붐을 조성해 내년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선주자들 사이에 가장 미묘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경선시기에 관해 장 의원은 “핵심은 경선시기가 아니라 지도체제와 경선방법”이라며, “지방선거 전에 하자면 이인제파로 보고, 후에 하자면 한화갑파로 보기 때문에 쇄신연대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쇄신연대의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대위 안이 강행될 경우 쇄신연대의 선택에 관해 장 의원은 “당이 특정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흘러가 버린다면 40여명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저지하든지 차라리 갈라서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 의원 스스로도 “어디로 이동해서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는 계기가 왔는가 아니면 불가피하게 다시 분열을 방지하고 단결이라는 이름 하에 인내와 인고의 세월을 더 겪어야 하는가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고민 중”이라고 탈당과 잔류 사이에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그리고 장 의원은 “지난 4월 후원회 할 때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도 국회에서 당당히 어울릴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에게 축사를 부탁했다”며, “정통 민주화운동세력이 하나의 정당을 형성해 국민의 지원을 받아 우리 역사 정면에 나타날 수 있겠는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리 게이트가 연달아 터지는 상황에 대해 장영달 의원은 “대통령을 팔고 힘을 쓸만한 사람들 주변인사, 실세들 심부름하던 사람들이 게이트에 연루돼 나온다”며 “인사정책의 실책이 한 원인이므로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하고, 기왕에 저질러진 모순들은 발본색원을 해서 완벽하게 처단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쇄신연대에서 이런 현안문제에 대한 논의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가량 계속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쇄신연대는 요즘 매일 모이는 것 같다.
장영달 : 거의 매일 모였다. 오늘(15일) 이 시간에 특대위 회의 중이므로 월요일(17일) 오전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프레시안 : 요즘 정국이...
장영달 : (말을 가로채며) 도덕 불감증인지 수십년동안 굶었다가 좀 채워보자는 환장병이 들었는지... 정말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
프레시안 : 아무래도 현안이니까 쇄신연대 일부터 물어보겠다. 크게 당 지도체제와 경선방식 및 일정 두 가지가 쟁점인데 당 지도체제에 대해 우선 말해 달라.
장영달 : 잘 알다시피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당 지도체제는 총재 중심의 1인 지배체제였다. 한편으로 1인 지배체제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유신 체제에서 박정희 독재정부에 대응하려다 보니 당 총재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응해야 했다. 그때는 정말 동지애로 뭉쳐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1인지배체제 극복 위한 중앙집행위원회**
그러나 90년대 들어 민주화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지금은 1인 중심의 카리스마로 어느 집단도 지배가 불가능하다. 국민들도 1인 지배 정당구조에 식상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다양성을 흡수하기도 힘들다.
또 1인 지배 체제와 집단지도체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계보정치가 불가피하고, 계보정치는 금권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대위(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에서 지금 하려고 하는 집단지도체제도 각 최고의원별로, 계보별로 줄을 서도록 만든다. 그렇게 줄서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기 때문에 국회는 빈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에 대해 언론과 국민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어떤 법안이 다뤄지는가 보다 어느 정치인들이 누구와 싸우고 누구 편이 강한가에만 관심을 갖는다. 또 각 정당에 대해서도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들의 기능보다는 대변인이나 부대변인들의 성명전 이런 것들만 매스컴에 등장해 정쟁이 극단화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당구조는 매우 비능률적이다. 이를 해소하자는 것이 쇄신연대의 기본 입장이다.
프레시안 : 특대위도 1인지배체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최고위원제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내놓은 것인데, 쇄신연대는 여기서 더 나아가자는 것인가?
장영달 : 그렇다. 중앙집행위원회가 우리의 대안이다. 중앙집행위원회는 미국 상원의원제와 유사하다. 미국은 하와이도 2명의 상원의원을 내고 우리나라 보다 더 큰 캘리포니아주도 상원의원이 2명이다. 우리도 16개 시도에서 각각 3명씩, 제주도나 서울이나 모두 공평하게 3명씩 내자는 거다. 집행위원회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기구도 아니니까. 각 지역을 대표하는 48명의 집행위원회에서 위원장 1사람을 선정, 상징적으로 당을 대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 정치가 활성화 된다는 것이 이 안의 장점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는 영남의 경우 원외 위원장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물론 계보정치는 완전히 해소되고.
프레시안 : 중앙집행위원회의 권한은 무엇인가.
장영달 : 집행위원회 권한은 당의 홍보나 재정관리 등 일상적인 당무를 관장하는 것이다. 공천은 지역 대의원 대회에서 뽑고 당의 정책이나 노선, 입법은 전부 의원 총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사무총장이나 대변인제도 필요 없다. 미국은 의원들이 자기 활동에 대해서 자신이 이야기하고 상임위원회 입장은 각 상임위 간사가 발표한다. 민주당도 국방위원회 입장하면 민주당 국방위원회 간사가 얘기하면 끝이고 전체 의견은 원내 총무가 사령탑이 된다. 명실공히 국민의 대표기관의 권한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장영달 : 우리 국회의원들도 진작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계보정치에 신물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쇄신연대에 뜻을 같이 하는 의원 60명”**
어제(14일) 조세형 특대위 위원장을 만나 쇄신연대의 집행위원회 안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특대위원들을 따로 만나 사진 찍히지 말라고,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해서 특대위에 쇄신연대 안만 제출하고 한번도 만나지 않고 그냥 믿고 있었다. 만나서 설명을 했더니 '아 그런 안이면 우리가 논쟁을 해봐야 할 텐데'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이미 특대위 안이 성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특대위가 다시 회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 쇄신연대가 낸 안을 가지고 다시 한번 재론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집단지도체제로 결론 내렸지만 그저께부터 개별적으로 만난 상당수 의원들이 뒤집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한 상태다.
프레시안 : 쇄신연대가 전부 몇 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나.
장영달 ; 40명 정도 된다.
프레시안 : 항상 몇 명 정도로 표현하는데 왜 정확히 몇 명이라고 얘기하지 못하나.
장영달 : 지금까지 쇄신연대 회의에 가장 많은 의원이 참석했을 때가 36명이었다. 그리고 평소 20-25명 정도의 의원이 회의에 참석한다.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60명 정도다.
60여명이 딱 못 모이는 건 의원들마다 지역구 사정이나 외국에 가기도 하고... 이런 사정도 있지만, 그중 하나가 중도개혁포럼 등 먼저 만들어진 서클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 쪽에서 바로 발을 빼기 부담스러우니까. 그런 의원들은 몇 달 동안 공중에 떠 있다 옮겨야 되겠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야 ‘의원들이 자기 소신이 있어야지’ 생각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까.
쇄신연대도 처음에는 중도개혁포럼처럼 회원명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국회의원들끼리 무슨 군대 줄 세우듯 하는 것은 피하자, 자유롭게 오고 싶은 사람들 오고,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러다 보니 쇄신연대 내부에서조차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장영달 : 물론 경선 시기 등 내부에도 이견이 있는 사안들이 있다. 예민한 문제들은 유보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만 합의한다. 쇄신연대는 모든 의원들이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집단들처럼 별다른 토론 없이 몇몇이 결정한 것을 우리 의견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프레시안 : 쇄신연대에 소속되어 있거나 소속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특대위에 가 있지 않나.
장영달 : 7-8명이 있다. (서랍에서 서명용지를 꺼내 보여주며) 하지만 특대위의 중립성을 위해 요즘 쇄신연대 안에 대해 서명을 하기도 하는데, 그 서명에서 특대위에 속한 의원들은 빼주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쇄신연대에 속한 특대위원들을 통해 특대위에서도 이미 중앙집행위원회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것 아닌가.
장영달 : 논의되지 않았다. 페이퍼로 안을 제출했고 조세형 위원장이 이를 전부 회람 시켰다고 한다. 근데 몇몇 특대위원을 만나 집행위원회 얘기를 하니까 '생전 처음 듣는다'고 했다. 소위 쇄신파라고 하는 사람들도 특대위원이면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만나지 말라고 해서 의견이 전달되지 못해 집행위원회 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우리도 놀랬다. 그저께 밤부터 특대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명을 했다.
***개방형 국민경선제, 선관위 관리**
쇄신연대에서 회의를 수삼차 걸쳐 도출해 낸 의견인데, 이런 의견을 듣지 않으면 누구 말을 듣나. 그래서 특대위 결정을 일주일쯤 연기해 우리 안도 충분히 검토하자고 어제 조 위원장에게 말했다.
(약간 흥분해) 적어도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안을 냈는데 이를 무시하고 결론을 내버리면 그 결론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겠는가. 특대위 안 그대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런 것들을 전부 논의를 해보았으나 이러저러해서 특대위 안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돼야 불만 있는 사람들도 승복한다. 지금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결론내리면 내 생각에 당이 앞으로 겉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프레시안 : 다음은 경선방식 문제다. 특대위의 안은 5만명의 선거인단으로 3월에 치루자는 것인데 이에 대한 쇄신연대의 입장은 무엇인가.
장영달 : 경선방식에 대해서는 개방형 국민 경선제를 하자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전주 완산 지구당 위원장인데 당원이 한 만명쯤 등재되어 있다면 만명이 모두 투표하자는 거다. 또 민주당의 그런 제도라면 나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사람은 입당원서를 쓰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 사람들이 각 지구당에서 투표하도록 한다. 그리고 지구당마다 인구수가 다르니까 각 지구당에 선거인단을 배정해줘야 한다. 우리는 1천명당 한사람씩 인구비례로 선거인단을 배정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당은 35만명이면 선거인단이 350명이 된다. 득표 비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각 후보에 배정한다. 이를 모두 합쳐 놓으면 후보가 누구인지 결정된다.
프레시안 : 미국과 비슷한 제도다.
장영달 : 그렇다. 미국과 차이점은 각 지구당별로 투표해서 1위인 사람에게 그 지구당의 선거인단이 모두 배정되는데, 그것이 아니라 득표율대로 선거인단을 나누자는 것이다.
왜 이런 안으로 결정을 내렸냐면 특대위가 선거인단을 5만명으로 하자니까 한나라당은 6만명으로 하겠다고 나온다. 이건 국민경선제가 아니다. 개방형 국민경선제로 가야 민주당이 국민 참여 폭을 무한대로 확대하면서 붐을 조성해 내년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특대위 안은 기존 당원선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제도다. 5만명이라면 지구당마다 티오를 250명으로 할당하게 되고 나머지 당원은 대의원으로 나갈 수 없다. 개방형 국민경선제는 무한대의 당원이 참여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특대위안은 5만명이 16개 권역별로 한군데 모여서 체육관 투표를 하는 것이고 우리 안은 한군데 모여 정견발표회만 하고 투표는 각 지구당별로 날짜를 교차적으로 정해 하는 거다.
프레시안 : 결국 전당원직선제 아닌가.
장영달 : 그렇다. 전당원직선제인데 기존 당원들 뿐아니라 새로운 당원들이 더 많이 참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때 제일 문제가 230개 지구당에서 투표하면 그 관리를 누가 할 것인가이다. 미국의 경우 선관위에 비용을 지급하면 선관위에서 관리를 해 아주 객관적이다.
프레시안 : 우리도 법에 지금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 않나.
장영달 : 그렇다. 각 지역마다 선관위가 있으니까 거기에 의뢰하면 우리가 돌아다니며 하는 것보다 훨씬 객관적이다.
***“기존 구도대로 밀어붙이려 주류가 서두른다”**
프레시안 : 이 안도 특대위쪽에 제출했는가.
장영달 : 물론이다. 이미 5일전에 페이퍼로 제출했고 조세형 위원장이 회람했다고 하는데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다수의 특대위원들을 만나 설명해줬다. 다만 어려운 것은 이미 결론을 내놓았는데 그걸 뒤집으려니까.
프레시안 : 왜 그렇게 쇄신연대의 안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장영달 : 그 점이 우리의 불만이다. 사흘 전에 우리한테 왜 그렇게 대안을 늦게 냈냐고 그러더라. 특대위가 무엇을 논의하는지 우리가 신문이나 보고 알지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신문을 보고 이거 큰일났다고 생각돼 서둘러 낸 것이다. 지금부터 5일전에 줬는데 그때쯤 자기네들은 결론이 났을 시점이라고 하거든. 공개를 해줘야지 우리가 알 것 아닌가.
프레시안 : 특대위가 당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기 보다 모인 사람들의 아이디어 구상회의로만 진행됐다는 얘긴가.
장영달 : 그렇다.
프레시안 : 경선 시기 문제에 대해서 쇄신연대는 어떤 입장인가.
장영달 : 우리는 지도체제와 경선방법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시기문제는 준비만 갖춰지면 지방선거 전에 후보를 뽑는 게 유리하다는 이론과 후에 뽑는 게 유리하다는 양론이 있고, 어느 쪽이 옳은지 나 스스로도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시기 문제는 논외로 하자고 했다.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고 하면 한화갑 파로 몰아대고 이전에 하자고 하면 이인제 파에 가깝다고 보니 시기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프레시안 : 정리해 보자. 쇄신연대 입장은 핵심이 지도체제와 국민경선제이고, 시기문제는 쇄신연대의 의견이 없다는 것이고, 다음주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는 당무회의를 좀 늦춰서...
장영달 : (말을 가로채며) 일주일만 늦추자는 얘기다.
프레시안 : 만약 안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할건가.
장영달 : 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라도 분열보다는 단결이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결이 한국정치의 창조적 발전을 오히려 더디게 만드는 억지 단결이라면 잘 안되더라는 교훈에 대해 고민한다.
***“분당의 어려움 올 수도 있다”**
같은 결론을 내리더라도 특대위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주며 반대파들이 승복을 못한다면 당이 분열위기로 갈 수도 있고 그 책임은 특대위로 온다. 그 점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한 거다.
조세형 특대위원장은 나보다 고등학교 18년 선배고 정치 원로이기에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쇄신연대 전체 의견을 당돌하리 만큼 직설적으로 말했다. 어제 퍽 서운해 하시더라구. 조 위원장이 내게 ‘신문에서 왜곡한 것이겠지’ 그러기에 내가 신문에 난대로 말했다고 했다. 허허..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는 자세를 포기하면 결국 쇄신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문제가 된 표현이 '특대위가 당을 깨겠다는 거냐' 이것을 말하는 건가.
장영달 : 그렇다. 특대위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불만 있는 놈은 따로 갈려면 가라' 이런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그 책임은 특대위가 지라고 얘기를 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결국 제대로 쇄신연대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은 깨질 것이라는 말 아닌가.
장영달 : 나는 아까 말한대로 분열은 피해야 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요된 단결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당이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장영달 : 분당의 어려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포함한다. 조세형 특대위원장은 어느 세력에도 치우치지 않는 경륜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대위에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도 상당 수 들어가 있다. 그러나 모두 개별화되어 있는 상태라서 쇄신연대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채 반영이 안됐다. 그에 비해 빨리 몰아가려는 쪽의 의견들은 비교적 통일적으로 개진이 되고 관철되고 있다.
프레시안 : 빨리 몰아가려는 쪽이라면 그게 어느 세력인가.
장영달 : 아무래도 주류라고 봐야지. 때문에 최소한 일주일 정도 늦춰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낫다.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프레시안 : 쇄신연대가 낸 중앙집행위원회와 국민경선제안은 어떤 의미에서는 특정 대권 주자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교과서적으로 정치개혁 안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 의원은 주류세력이 이걸 제대로 논의 조차 하지 않고 빨리빨리 서둘러 기존 특대위 안을 몰아 붙이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왜 그런다고 생각하는가.
장영달 : 우리 당의 구도는 기존에 짜여진 오래된 틀이 있다. 그 틀대로 빨리 서둘러서 가버리면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 주류가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존재한다.
다른 쪽의 무시할 수 없는 견해까지 무시하면서 꼭 서둘러야 하는가를 나같이 중도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이 제기하는 것이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특대위에서 변명하기 힘든 환경을 왜 자초하려고 하는가. 왜 당이 분당이나 분열이나 이런 것이 와서는 안 된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입장조차 무색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 설득과정을 거쳤음에도 특대위가 기존에 냈던 안이 그대로 당무회의에 상정되고, 19일날 당무회의가 강행돼 가결이 돼버릴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쇄신연대는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
장영달 : 쇄신연대는 월요일(17일) 10시에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미 특대위안이 완결됐을 때다. 이날 우리는 쇄신연대 이름으로 그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당무회의는 특대위 안대로 된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수용하자든지, 아니면 특대위의 결정 방식이나 내용을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 또 지구당 사정이나 개인 철학 등 의원들끼리 편차가 많으니까 정치적 결단을 개별적으로 하자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혹은 수요일 당무회의의 결정을 본 뒤 입장을 정하자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쇄신연대에 소속된 의원들도 당무위원으로 많이 있다.
장영달 : 그렇다. 그러나 내가 어제 조세형 위원장을 만나 우리 당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특정 계파 중심으로 당무회의가 이뤄져 있는 게 현실 아니냐고 말씀드렸다. 그렇다면 특대위에서 3월에 빨리 해치우자는 그런 계파의 의견과 합치된 안이 올라간다고 하면...
프레시안 : (대답을 마치기 전에) 그게 동교동계를 지칭하는 건가.
장영달 : 지금 동교동계는 여러 가지가 포괄되어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주류 쪽이 좀 서둘러 하자는 입장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당무회의에서는 일사천리로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조세형 의원의 덕망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 특대위에서 일주일 정도 논의를 해서 그때 당무회의로 가면 우리도 승복을 하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프레시안 : 기존 특대위 안대로 서둘러 결론이 내려졌을 때 쇄신연대의 행보는 더 논의해 봐야 한다는 얘긴데, 장 의원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장영달 : (잠시 생각한 뒤) 지금 무슨 게이트해서 엄청난 비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그 면면들로 봐서 우리도 평소에 많이 만나 봤고 걱정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다. 주로 실세 주변에서 심부름을 수행하던 사람들이 영락없이 사건에 대두되고 있다.
프레시안 : 누구를 말하는 건가.
장영달 : 신광옥 차관에게 1억원 갖다 줬다고 하는 최모 씨 같은 사람들이 다 그렇다. 개탄스러운 것은 외국에 가거나 국내에 있는 외교 사절들도 김대중 대통령 정도면 다른 나라 원수들이 참 부러워하는 그런 지도자인데 당신네 나라에서는 왜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근데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조리를 보면 그들의 얘기가 무색할 정도다. 법무차관이 물러난 것도 그렇지만 자기네들이 돈이 좀 필요해서 받았으면 '참 국민에게 할 말이 없다. 정말 죄송스럽다. 대통령에게도 면목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 하나 없이 처음에는 전부 오리발이야.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장차관이 되고 나라 살림을 맡을 수 있나.
대통령이 너무나 고립된 채로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의 일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가. 계보정치나 금권정치가 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우리 당이 쇄신한다고 한 마당에 척결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중앙집행위원회 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둘러서 지금 계보정치, 금권정치의 폐해가 똑같이 나타날 수 있는 게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간다면 우리들은 정치적으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다.
***“이동할 것인가, 인내할 것인가 고민중”**
과거 87-88년도에 장기표, 김근태 씨가 신당을 구상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평민당에 입당했다. 두 분은 옥중에 있었고 나는 석방돼서 나왔는데,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진보적인 신당이 성공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해 평민당을 개량하겠다며 입당해서 지금까지 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진보정당을 성공시켜 나갈 수 있겠는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나 같은 정치인은 지금 역사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남북이 평화와 화해로 가고 우리 민족이 전향적으로 발전하는 복판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길을 오히려 훼방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 나라는 존재가 어디로 이동해서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는 계기가 왔는가 아니면 불가피하게 다시 분열을 방지하고 단결이라는 이름 하에 인내와 인고의 세월을 더 겪어야 하는가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고민 중이다.
프레시안 : 쇄신연대의 전망에 대해서 물어보겠다. 쇄신연대가 당 지도체제나 경선 방식의 논의가 끝나면 없어져 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당내 세력이 돼서 정치적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조직적 기구로 발전해 갈 것인지.
장영달 : 쇄신연대는 몇 부분으로 분류되는 그룹의 조합이다. 그 중에 혁명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당무회의를 통해 당론이 결정된 후에 당론에 승복을 하자는 측도 있고 승복할 수 없다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지금처럼 조직적으로 계속 대응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활동을 일정부분 종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쇄신, 혁신의 원칙적인 측면이 대두될 때마다 다시 모여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해 나갈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졌다. 내가 어떤 표현을 썼냐면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이 최선을 다한 뒤에는 동계 휴가에 들어가듯이 쇄신연대도 동계 휴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당이 어떤 특정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흘러가 버린다면 내가 보기엔 40명 이상의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단결해 저지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갈라서자는 사람들까지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신광옥 법무차관 문제와 같은 일들이 터지면 당에서 발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상태로 본다면 민주당은 대변인이 원론적인 성명 하나 내고 끝난다.
장영달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지금 우리 당 형편은 양심선언들 하는 게 낫다고 본다. 돈을 수천만원씩 받고도 영수증 써줬기 때문에 죄 없다든지 이건 국민들한테 참 몰염치하게 보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자기한테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수천만원씩 왜 주냐 이 말이지. 죄송하다고 양심선언이라도 하고 다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선거가 돌아오고 급해서 받아썼다고 하면 국민들이 덜 서운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양심선언은 좀 그렇고 이번 사건을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상황 같다. 리스트 얘기도 터져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 정부에서 사정열풍으로 정권 핵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는 듯한 형국이다. 한마디로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 이처럼 정권 전체가 심각하게 떠 밀려가는 양상이라면 당의 지도체제나 경선 방식보다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닌가. 쇄신연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해야 하지 않겠나.
장영달 : 그렇다. 지금까지 보면 대통령을 팔고 힘을 쓸만한 사람들 주변인사가 게이트에 연루돼 나온다. 이건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거다. 정권 초기부터 여러 차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인사정책에 관해 건의를 한 적 있는데 전문성을 들먹이며 새로운 개혁파들을 넣는 것을 아주 거부했다. 오늘날 이런 현상은 인사정책의 실책에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통 민주화운동세력의 창당 고민중”**
지금 와서 우리들도 참 망연자실인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길이 뭘까. 남은 기간 동안 모순이 나타나지 않도록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하고 기왕에 저질러진 모순들은 발본색원을 해서 완벽하게 처단하는 절차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월요일 회의 때 이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장 의원은 정통 민주화운동 출신이다. 투옥도 한 세 번..(장영달 : 세 번이다) 고난의 길을 거쳐 정권교체도 하고 이제 정권을 마무리하는 시점인데 소회를 좀 여쭤보고 싶다.
장영달 : 4.19 혁명 이후에 주체 세력이 역사를 책임지지 못하고 기존 정치권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5.16 군사 쿠테타를 만나 질곡에 빠져들고. 기존 정당에서 몸 붙여서 어떻게 개혁 세력이 현실사회에서 힘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라는 몸부림의 역사가 우리들의 노정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새롭게 정통 민주화운동세력이 하나의 정당을 형성해 국민의 지원을 받아 우리 역사 정면에 나타날 수 있겠는가 고민을 많이 한다. 지난 4월에 후원회를 할 때 권영길 대표에게 축사를 부탁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사회단체 정도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국회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세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정서가 가치 판단을 고려해 투표에 임하기보다는 기존 정당들의 세력 움직임에만 몰입하고 매스컴도 그런 쪽에만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존 정당에서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그렇다고 따로 떨어져 나갔다가 낙선해 도태돼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하다는 상태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어떻게 그 시기를 좁혀 새로운 정당과 정치질서를 창조해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엔 국민들에게 좀 어필해보려고 '나는 개혁파다' (웃음), 우리가 보기에 좀 우습고 상표도 많이 뺏긴 부분도 있다. 또 안타까운 것은 자기 인생철학이나 정치철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용가치가 있어서 개혁을 주장하는 경우 금방 속내가 보여 '개혁파라는 놈들은 전부 그렇다'고 생각돼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당 체제가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사이비 개혁논리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기 위해 당 지도부 경선에 돈이 작용되지 않는다면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심판을 언젠가는 받아 보겠다는 생각이 있다.
프레시안 : 장 의원 스스로 당 지도부 경선에 도전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얘긴가.
장영달 : 그렇다.
프레시안 : 아직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으니까.
장영달 : 지난번 우리 당 최고의원 경선이 있었는데 엄청난 돈이 들었다. 아마 집권하는데 근접할 정도의 돈들이 쏟아 부어졌다. 그런 선거에는 나갈 생각이 없다. 조순형 의원 같은 분들이 나가면 맨 꼴지에서 1-2위하는 풍토가 되어 있으니까 곤란하다. 그런 풍토가 개선된다면 언젠가는 심판 받고 싶다.
프레시안 : 고민이 참 많은 것 같다.
장영달 : 그러니까 머리가 많이 빠지지 않나. (웃음)
프레시안 :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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