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월 씨는 아들 지웅(5)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운증후군인 지웅이는 생각보다 스텝들의 말을 잘 따랐고 무엇보다 프로그램 참가을 즐겼다.
지난 14일 3-5세 유아대상 교육프로그램인 교육방송의 <방귀대장 뿡뿡이> 촬영 현장에서 만난 지웅이. 그는 브라운관에서만 보던 ‘뿡뿡이’와 진행자인 ‘짜잔이 형’과 직접 놀았다.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된 것은 지난달 지웅이가 다니는 ‘곡교 어린이집’(서울시 천호동)에 제작진으로부터 장애아동들의 출연 제의가 왔기 때문.
“사실은 남편이 좀 반대했어요. 애를 무슨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고 싶냐고. 제가 설득했죠. 사람들이 한번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도 열번, 스무번 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마련이다고. 지웅이도 사람들 앞에 자꾸 나서고 사람들도 지웅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 아니냐고.”
종이 블럭이나 두루마리 화장지, 빈 우유갑, 베개, 쿠션 등으로 집짓기 놀이를 하는 ‘돼지집을 지어주세요’에는 발달지체아인 다운이(4)와 수연이(5)가 출연했다. 발달지체아동은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들 가슴을 졸이며 지켜봤다.
수연이는 계속 베개 쌓기에만 여념이 없고 다운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 박자씩 반응이 늦었지만 별 문제없이 진행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돼지집’(쌓아놓은 종이 블록)을 아이들이 달려들어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겁을 먹은 다운이가 돼지집 안으로 숨었다. 이를 보지 못한 다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를 무너뜨렸다. 종이 블록에 깔려 쓰려진 다운이는 ‘짜잔이 형’이 안아 올리자 무서움과 서러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당장 세트장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다운이가 더 많이 울까봐 꾹 참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때 비장애아동인 세진이가 다운이를 안아주며 달랬다. “미안해, 못 봐서 그랬어. 아프지?”
이날 ‘곡교 어린이집’에 재학 중인 8명의 장애아동이 <방귀대장 뿡뿡이>에 출연했다. 이 어린이집은 장애아-비장애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취학 전 아동 대상 구립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아동들이 유아,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연출자인 남선숙 PD는 “그간 국내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장애아동에 대해 무관심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방송참여 기회를 유도,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간의 벽을 허물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아이들끼린 편견 없이 ‘친구’**
남 PD 등 제작진들은 수개월간 연구와 조사를 통해 장애아들과의 통합 놀이를 시도하게 됐다. 계기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온 장애아들의 부모와 교사들 사연.
‘아이가 다운증후군인데 유독 이 프로그램은 집중해 따라 한다며 너무 고맙다’, ‘자신이 가르치는 장애 아동들의 교육 교재로 쓰고 있다’는 등 홈페이지에 간간이 올라오는 사연을 통해 장애아동들이 참여하는 통합놀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것.
남 PD는 “오래 전부터 기획하고 있었지만 장애아동들이 촬영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장애아들의 부모가 기꺼이 출연을 결정해줄지, 혹은 일부 비장애아 어머니들이 시청을 꺼리지 않을지 등을 다소 우려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만족스럽다고. 남 PD는 “촬영이 힘들었지만 장애 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비장애아들이 생각보다 훨씬 장애 친구들을 잘 대하고 배려하며 서로 별다른 편견없이 친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 그는 앞으로도 놀이나 소품선택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장애아동들을 출연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곡교 어린이집 이우정 교사는 “비장애 아동들도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며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일반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녹화된 프로그램은 내년 1월 16일, 17일, 23일 EBS를 통해 방영된다. <방귀대장 뿡뿡이> 방송시간은 매주 월-목 오후 4시50분부터 5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