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을 시민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토론회가 참여연대의 주최로 지난 29일 오후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정부가 경기진작을 이유로 특소세율을 평균 30%가량 인하한 것에 이어 한나라당과 재계가 법인세율 2%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의 잘잘못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조세가 단순히 재정확보의 틀을 넘어서 사회 형평성과 연관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난 4년간 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은 근본적인 개혁에 실패했다고 지적됐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회계사)은 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부가세 과세, 삼성의 변칙증여에 대한 증여세 과세 등 시민들의 요구로 일부 개혁적 정책이 시행됐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개혁 퇴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팀장은 최근 특소세율 인하를 비롯한 세금 감면정책을 대표적인 반개혁적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가뜩이나 재정 적자에 허덕이면서 정확한 판단과 세수 결손분에 대한 대책도 없이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며 “이는 정부가 표방해온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 경감이나 국가재정 건실화와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세까지 포함한 최고세율이 44%로 미국 45%, 일본 50%, 프랑스 61.6%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미국 부시정부의 감세정책은 재정흑자기조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또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신용카드 복권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으며, 정부가 추진한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목적세 정비도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 추진한 조세 개혁 정책인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에 대해서도 “부가세법 시행령 79조에 ‘변호사 등 전문직 사업자가 아닌 개인을 고객으로 할 경우 세금계산서가 아닌 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입법취지가 훼손됐다는 것.
게다가 정부가 지난 99년 도시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확대 실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봉급쟁이만 봉이냐’며 근로소득자들의 반발이 폭발하게 됐다.
유경문 한국 납세자 연합회 사무총장(서경대 교수)도 “최근 한국납세자연합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조세가 불공평하다고 대답했다”며 김대중 정부가 조세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감사원의 특별감사결과 갖가지 부당행위가 드러난 공적자금제도가 현 정부의 가장 실패한 조세정책으로 지적됐다.
주영섭 재경부 법인세과 과장은 “구조조정과정에서 투입된 공적 자금을 현 정부의 조세정책의 잘못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정책 마련이 지적됐다.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근로소득자들의 조세저항감을 줄이기 위해서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소득파악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일반영수증의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무조사의 강화 및 객관성 확보, 탈세통계의 조사 및 공표, 재벌들의 불법 변칙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포괄주의 과세의 적극 활용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는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이, 토론자로는 권기룡 국세청 소득세과 서기관, 오건호 민주노총 정책부장, 주영섭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 과장,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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