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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47>

제6강 논어(論語)-6

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學而)

學(학) : 六經은 詩書禮樂易春秋 時(시) : 때때로. 때에 맞추어.
習(습): 익히다. 실천. 不慍(불온) : 노여워하지 않다.

여러분도 아마 알고 있는 학이편(學而篇)에 있는 논어의 첫 구절입니다. 뜻은 알고 있지요?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여러 가지 번역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구(字句)해석에 관한 몇가지 차이점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구절에 담겨 있는 사회적 의미를 읽어야 합니다.

춘추전국시대가 종래의 종법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기 이전의 과도기, 격동기였다는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 우선 눈에 뜨입니다. ‘학습(學習)’이 그것입니다.

오늘날도 학습을 통하여 사회적 신분상승을 도모하기도 하지요. 학(學)의 내용이 당시에 무엇이었는가에 대하여 흔히 육경(六經)를 들기도 하지만, 크게 보아서 그것은 어떻든 개인의 수양에 관한 내용과 사회경영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었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예제사회나 신분제사회에서는 학습은 의미가 없습니다. 수기는 물론이며 치인도 학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완고한 신분제의 억압 속에서 학습이 갖는 의미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물론 ‘기쁘지 않으랴’라고 공자 자신의 심경의 일단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지극히 사적인 형태로 개진되고 있습니다만 학습의 의미에 대하여 언급한다는 것은 사회의 재편기와 관련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그러한 성격은 다음 구절에도 있습니다. 즉 붕(朋)의 개념입니다. 붕은 친우(親友)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친우라는 것은 수평적 인간관계입니다. 신분사회에는 없는 개념입니다.

같은 계급 내에서는 물론 존재할 수 있습니다만 멀리서 벗이 온다는 것은 수평적 인간관계가 사회적 현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분제를 뛰어 넘은 교우(交友)에 의미를 두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자 역시 자신이 천한 출신임을 피력하기도 하였으며 실제로 성인지후예(聖人之後裔)라는 것을 성인(聲人)의 자손으로 해석하여 그가 무당의 자손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붕(朋)은 수평적 인간관계이며 또 뜻을 같이하거나 적어도 공감대가 있는 인간관계를 의미합니다.

공자의 학숙(學塾)에는 초기에는 천사(賤士)의 자제가 찾아왔으며 후기에는 중사(中士)의 자제도 입학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더라도 붕(朋)의 개념이 등장한다는 것은 종래의 획일적 질서가 변화하는 사회 재편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엽지 않다는 구절을 들어 이 구절이 공자 만년(晩年)에 쓰여졌음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공자는 식읍(食邑)을 봉토로 하사 받는 대부(大夫)가 되기를 원하였으나 결국 그러한 신분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녹(祿)을 받는 사(士)로서 피고용자에 머무르고 결국 학원원장(學院院長)으로 만족해야 했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지요.

그러한 자신의 일생을 돌이켜보고 공자학단의 역사적 책무에 관한 소명의식을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의미부여이기도 합니다.

어쨌건 귀족신분이란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존립이 불가능한 속성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복식(服飾)이나 가옥(家屋) 거여(車轝) 등등을 색깔이나 디자인으로 구분하고 등급화하는 것이지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엽지 않으니 이 어찌 군자라 하지 않겠는가 라는 것은 공자 자신의 달관의 일단을 피력하는 것이면서 그러한 달관이 사회적 의미로 읽혀질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첫 구절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것 바로 이러한 사회 재편기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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