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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의 주체 되겠다”

전국교수노조 초대 위원장 황상익 교수

지난 10일 공식출범한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의 초대 위원장에 황상익 교수(서울대 의대)가 선출됐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10일 오후 2시 서울대에서 강행된 초대 대의원대회에서 그는 위원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으며, 찬반투표를 거쳐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초대 부위원장으로는 박거용(상명대), 이용구(경문대), 유재오(전북대)교수 등이 선출됐다.

교수노조 공식출범 전날인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사무실을 찾았다. 여기서 황상익 교수가 교수노조 초대위원장으로 추대될 것이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 '법외노조'이기 때문에 교육부와의 마찰, 대학재단의 탄압 등이 예상되므로 국립대 교수가 초대위원장을 해야 했고, 민교협 의장인 황교수가 그 책임을 맡은 것.

황교수는 또 국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사단법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북한 기아 아동 문제의 연구.지원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민교협에서 교수노조 추진단이 꾸려지고 올 4월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뒤 ‘교수가 노동자냐’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교수노조. 현행법은 공무원과 교수의 노조결성을 금지하고 있어 ‘법외노조’로 출범을 강행하는 교수노조의 초대위원장으로써 황 교수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고 보여진다. 또 교수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교수노조가 교수의 신분을 노동자로 규정함에 따라 대학의 아카데미즘을 훼손,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회의적인 의식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불법노조라는 이유로 서울대 본부 측에서 인문관 대형강의실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아 인문관 앞에서 진행된 출범식에서 황 교수는 “교수노조가 대학개혁을 위한 실질적 주체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빈사상태의 대학에 공공성, 민중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교수노조는 이날 출범선언문을 통해 ▲교수 계약제·연봉제 도입 중단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국립대.전문대 발전방안 결정과정에 교수참여 보장 등을 촉구했다. 또 교수노조는 이날 사립대학들의 부정. 비리 실태 등을 담은 ‘사학비리백서’를 발간했다.

***“교수도 노동자다”**

황 교수는 출범식을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초대위원장이 되어 벅차기도 하고 부담도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몇 개 단체를 중심으로 대학개혁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해왔지만 임의단체로 요구를 이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교수가 대학개혁의 실질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교섭권과 협상권 등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교수노조 설립취지에 대해 밝혔다. 황교수는 “교수의 노동자 선언으로 노동운동의 기존 인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출범까지 노조 가입의사를 표명한 교수는 서울·제주지부 245명 등 총 1백13개 대학 1천4명. 교수노조 준비위가 당초 목표로 한 1천5백명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황상익 교수는 “초대 조합원수가 당초 계획보다 적은 것은 신분상의 막대한 위협이라는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교수신문이 설문조사한 결과 68%의 교수가 ‘합법화된다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교육부와 노사정 위원회의 자체 조사에서도 55%가 교수노조 설립을 찬성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5일 각 대학에 ‘불법적인 교수노조 결성 기도에 총·학장의 적극적인 대처와 사전예방을 위한 능동적인 역할을 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교수노조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대학의 80%가 사립학교이므로 대다수의 교수가 당국과 재단의 탄압과 보복이 두려워 노조가입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공문을 통해 “노동 3권은 종속적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사회적 존경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대우를 받는 대학교수들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또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를 사명으로 하고 있는 대학 교수의 직무가 스스로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99년 초·중등교원에게 허용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조차 교수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연세대 송복 교수가 동아일보에 ‘선생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죽는 일이 있어도 안된다’는 글을 기고하는 등 교수사회 내부에도 ‘교수가 노동자’라는 교수노조의 기본전제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해당 대학의 고용자라는 교수의 신분 면에서나 연구와 교육이라는 교수의 주된 업무면에서 볼때 교수도 엄연한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우리사회에서 일정한 사회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교수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과 사회적 신분 격차는 존재한다.

또 선진국에서 교수노조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약 백여년전부터 교원노조가 있었고, 독일에서도 대학교수들이 공무원 관련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일본도 각 대학별로 노조가 설립돼 있다.

교수가 노동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미 합의된 바이다. 교육부와 재단, 일부 교수들은 ‘교수노조가 교권을 실추시킨다’고 주장하지만, 교수에게 교권과 노동권은 분리될 수 없다.”

***합법화가 우선 과제**

현재 교수노조가 넘어서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합법화’이다. 교수노조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법외노조’이므로 조직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 황상익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결성의 자유를 하위법인 국가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서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무원 노조와 함께 합법화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교수노조 합법화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공식출범을 계기로 삼아 합법화 시기를 앞당기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수노조는 공무원 노조와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공동청원했다.

또 교수노조는 빠르면 이달중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저지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 교수1만인 선언과 전국 교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황교수는 “특히 교수 계약제, 연봉제는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75년 실력없는 교수를 퇴출시키겠다는 명분하에 설립했던 교수 재임용제가 실제 어떻게 기능했는가. 국공립대는 반정부, 반체제 인사, 사립대는 반재단 인사를 퇴출하는데 이 제도를 이용했다. 계약제도 마찬가지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력없는 교수가 아니라 비판적인 교수가 쫓겨나게 될 게 뻔하다.”

황 교수는 “현재 6만명에 달하는 시간강사들은 학문 후속세대로 실력을 쌓을 기회가 주어지기는커녕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사비, 불안정한 고용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의 처우개선문제도 교수노조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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