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일대의 삼림을 불법 훼손한 사실이 밝혀졌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달 20일경부터 포크레인을 동원,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지역 내부의 삼림 2만2천5백평(폭 5m, 길이 10㎞)을 훼손했다.
이와 관련 파주 환경련은 7일 “주한미군은 2백여만평의 스토리 사격장에 울타리를 치고 군용도로를 내기 위해 삼림을 파헤쳤다”고 밝히고 “녹지등급 7,8등급 이상으로 생태계가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지역을 무참히 파괴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산림법에 따르면 6등급 이상은 보존 가치가 있어 보전임지로 지정해 보호할 수 있다.
또‘현장에는 수십 년 된 자작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등의 밑둥이 드러나거나 부러진 채 참혹하게 널부러져 있고 수십 년 간에 걸쳐 잘 발달한 온갖 미생물의 서식처인 부엽토 퇴적층이 무참하게 파헤쳐졌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파주 환경련 이용남 정책위원장은 “이 지역은 국방부가 미군에게 공여한 땅이지만 법적으로는 명백한 주민들의 사유지”라며 “이번 사건은 미군의 불법 행위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보전임지인 이 지역의 경우 형질 변경을 위해서는 산림청장의 협의를 얻어야 하나 미군은 그러한 행정적 절차를 무시했으며 농지전용허가와 환경영향 평가 등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1><사진2>
한편 이 위원장은 “국방부는 7일 오전, 이 사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환경부 및 시민단체들과 공동조사를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주한미군측의 일방적인 연기 요청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 “파주지역 환경운동가들이 독자적인 현장조사팀을 구성, 조사에 나섰지만 국방부의 출입 통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제를 뚫고 잠입한 조사원들은 삼림 훼손의 현장을 목격했으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만큼 미군과 국방부 측의 일정을 따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개정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공여지에서의 시설물 설치에 대해 한국정부와 협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이번 사건은 개정된 SOFA를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스토리 사격장은 1973년 정부가 토지소유자들에게 어떠한 통보나 협의 없이 미군에게 공여한 지역으로 97년 이후부터는 이를 사후적으로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이 지역을 매입하고 있으나 아직도 매입이 완료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부터는 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사격장 폐쇄와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달았다.
특히 민통선에 집중된 미군 공여지는 스토리 사격장, 뉴멕시코 텍사스 사격장, 캔사스 사격장, 오클라호마 사격장 등 대부분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환경오염은 물론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상태라고 환경련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파주 환경련은 "민통선 내 사격장의 존재 자체가 주변 생태계를 초토화시키고 포탄의 각종 중금속, 화학물질로 토양 및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라며 "스토리사격장 뿐만 아니라 민통선 내에 존재하는 모든 미군 사격장 폐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삼림 훼손 사건과 관련해서 “곧 법률적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국방부와 미군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