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종아리까지 오는 헐렁한 흰양말, 스티커 사진, 핸드폰 액세서리.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 대만의 10대 소녀들에게 보편화된 것들이다. 원조교제도 그 중 하나다. 일본, 대만, 한국 등에서 원조교제는 이미 보편화된 현상.
최근 일본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 여성 10명중 3명 이상이 기회만 있다면 원조교제에 응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목적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원조교제를 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성인 남성들과 10대 여성들간의 성매매를 일컫는 원조교제는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현상. 초기에 원조교제는 중년 남성과 여대생 혹은 직장 여성들간에 선물이나 식사 등을 대가로 한 ‘교제’를 의미했다. 그러나 중ㆍ고등학생들이 성산업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돈을 대가로 한 성인 남성들과 10대 여성들간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한국, 대만 등에서 원조교제라는 말이 보편화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전화방,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중간 매개자 없이 구매자를 만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 성매매인 원조교제는 10대 여성들이 쉽게 성산업에 유입되도록 만든다. 지난 2일 ‘동아시아의 원조교제와 청소년 성매매’라는 주제로 연세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10대들을 둘러싼 사회. 문화 속에서 청소년 성매매 실태를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연세대 여성연구소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 등 각국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원조교제 등 신종 성매매 증가**
한국 사례를 발표한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원조교제는 남녀, 나이, 경제적 자원의 차이에 기반한 불평등한 권력관계”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대들이 경험하는 원조교제는 정서적 친밀감에 기반한 ‘교제’가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하는 성매매’"라고 강조하고 "원조교제를 경험한 한국의 10대 여성들이 말하는 ‘아저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변태''돈으로 보인다''말이 안 통하고 느끼하다' 등"이라고 공개했다.
우에노 치즈코 도쿄(東京)대 교수도 “원조교제라는 용어 대신 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조교제라는 용어는 그 안에 숨겨진 남성들의 욕망을 미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실 교수는 “원조교제, 폰섹스 등 기존의 단속이나 통계에 전혀 잡히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출하거나 학교를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10대도 성산업에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문화가 원조교제 부추겨**
김 교수는 “청소년 성매매 증가의 원인은 10대 여성들이 자신의 성이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인식되어지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소비문화와 성산업은 10대 여성들이 자신을 소비주체와 성상품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10대들은 중요한 소비의 주체로 등장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0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것이 현실.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편의점, 커피숍 등 아르바이트는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고된 일에 비해 임금이 너무 적다. 반면 성산업은 별다른 기술, 연령 등의 제한이 없고 오히려 어린 여성일수록 선호하며,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10대 여성들에게 커다란 유혹이다. 김교수는 “원조교제가 10대들에게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과 대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이완 람 아시아 문화연구 편집장에 따르면 타이페이시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52%가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로 원조교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람 편집장은 대만에서 90년대 말부터 원조교제가 증가하게 된 현상을 통해 “원조교제는 단순히 일본의 퇴폐문화의 유입이라기보다 각국에서 10대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관련지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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