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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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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2>

제5강 주역(周易)-2

***1.주역의 의미**

우선 주역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주역의 본 이름은 그냥 역(易)입니다. 그리고 역(易)에는 하(夏)나라의 연산역(連山易. 神農氏시대의 역), 은(殷)나라의 귀장역(歸藏易. 黃帝시대의 역)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현재 전(傳)하는 것은 주나라 문왕(文王)때의 역(易)이라 추측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역(周易)이라 합니다.

역(易)은 글자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일(日)과 월(月)의 회자(會字)입니다. 일(日)은 양(陽), 월(月)은 음(陰)을 의미하여 역은 음양(陰陽)이란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물을 음양의 대립과 통일로 설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지(天地), 일월(日月), 강유(剛柔), 고저(高低), 명암(明暗), 대소(大小), 남녀(男女), 군신(君臣), 선악(善惡), 길흉(吉凶) 등 천지 만물과 그것의 변화를 음양과 음양의 작용으로 이해합니다.

이것은 모순(矛盾), 대립(對立), 통일(統一), 연관(聯關), 전화(轉化) 등 변증법적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주역정의’(孔潁達 周易正義)에 ‘易一名而含三義 易簡 易變 不易’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이라는 이름에는 3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그 3가지가 바로 역은 간단하고(易簡), 역은 변화이며(易變), 역은 불변이다(不易)라는 것입니다. 그 3가지의 함의(含意)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역(易)은 간이(簡易)의 의미입니다. 즉 간단하고 쉽다는 의미입니다. 복잡한 현상을 간소화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만물의 구성과 운동을 2개의 개념 즉 음양으로 설명하는 것은 복잡한 것을 간소화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만물이 이루어내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세상의 변화를 8괘와 64괘로써 설명하고 있습니다.

극도로 단순화된 추상적인 모델입니다.

2) 역(易)은 변역(變易) 즉 변화라는 뜻입니다. 즉 변화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역은 변화에 관한 법칙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역은 사물의 변화 발전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변화에서부터 생주이멸(生住移滅) 길흉화복(吉凶禍福)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무한한 변화의 와중에서 영위됩니다.

이 변화의 와중에서 피고취락(避苦趣樂)하려는 의지는 생명의 운동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변화를 읽으려는 의지는 매우 현실적이며 지극히 근원적인 생명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역(易)은 불역(不易) 즉 불변의 의미입니다. 주역은 불변의 법칙이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변화의 내면을 일관하고 있는 법칙이라는 의미입니다. 불변의 진리라는 뜻이지요.

복잡다단한 변화발전의 과정을 법칙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구조를 주역은 제시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역(不易)이란 의미는 두 번째의 의미인 변역(變易)과 첫 번째의 의미인 간역(簡易)의 결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변화를 간단한 개념으로 법칙화한 것이란 의미입니다.

주역이 이와 같은 3가지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역이 사물의 변화에 대하여 어떠한 관점에서 이를 법칙화하고 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크게 대별(大別)합니다. 공자 이전 2천5백년과 공자 이후 2천5백년이지요.

<그림>

공자 이전 2천5백년은 점복(占卜)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 이후의 시기는 주역의 견(經.텍스트)에 대한 해석(傳)의 시대입니다.

텍스트에 대한 철학적 해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사물과 사물의 변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 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傳)은 이를테면 논문입니다.

예를 들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란 책은 ‘춘추(春秋)’라는 텍스트(經)를 좌씨(左氏.左丘明)가 해설한(傳) 책이란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역의 경(經)과 전(傳)에서 동양적 사고의 체(體)와 용(用)을 함께 읽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학파가 경에 딸린 10개의 해설인 십익(十翼)을 이루어 놓기 이전은 복서미신(卜筮迷信)의 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역의 경(經) 즉 텍스트 자체는 동양사상의 근본적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오랜 경험과 그 경험의 반복과 축적 위에서 형성된 실천의 결과물이라고 해야 합니다. 삶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점(占)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고 해석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자의성(恣意性)을 지적하여 미신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괘(卦)의 구성과, 점을 친 기록들인 괘사(卦辭) 효사(爻辭)에는 동양사상의 원형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역을 흔히 춘추전국시대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춘추전국 시대 5백50년 간은 기존의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부국강병이라고 하는 유일한 국가 경영목표를 위하여 사활을 건 무제한의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행해지던 시기였습니다.

기존의 가치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가 수립되기 이전의 혼란한 질서 속에서 불변의 진리와 법칙성에 대한 탐구가 불역(不易)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시기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이론에 대한 근본적 담론이 가장 왕성하게 개진되었던 시기였음은 전에 이야기했지요.

한마디로 주역은 변화에 대한 법칙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던 시기에 이루어진 시대적 산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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