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간주의를 동양사상의 특징으로 거론하는 경우 우리는 자칫 인정주의 수준의 내용으로 파악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면 서양의 고대노예제에 비하여 동양적 노예제가 훨씬 인간적이라는 평가가 그렇습니다.
인정주의도 인간주의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동양사상의 인간주의라고 하는 경우 그것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인문적 가치라는 사실입니다.
인성(人性)의 고양(高揚)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사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입니다.
인간의 외부에 어떤 초월적 가치를 상정하고 그것의 종속적 개념으로서 선의 개념을 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善)한 인간, 어진(仁) 인간처럼 그 자체로서 가치입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인성은 그 개인이 맺고 있는 여러 층위의 인간관계로서 파악된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이 개인적으로 이룩하고 있는 품성의 의미를 넘어선 관계론적 관점에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동양사상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인(仁)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인이 무엇인가는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논어에서 그것을 묻는 제자에 따라서 공자는 각각 다른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만 인은 기본적으로 人 + 人 즉 二人의 의미입니다.
즉 관계론의 관점에서 본 인간입니다. 문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인간을 인간(人間) 즉 인(人)의 사이(間)로 이해하는 다석 유영모의 ‘사이의 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여하튼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은 개별 인간의 내부에 쌓아 가는 어떤 가치가 아니라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망과 장의 개념으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관계론적 의미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지요. 동양적 사상에서 인간주의는 이처럼 철저하게 이러한 관계론적 개념입니다.
인성(人性)의 고양(高揚)은 먼저 기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기(自己)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것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자기를 키우는 순서입니다. 예를 들면 나의 자식과 남의 자식, 나의 노인과 남의 노인을 함께 생각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는 것(成人之美)을 인(仁)이라 합니다.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론이 확대되면 그것은 곧바로 사회적인 것이 됩니다.
동양사상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거론되는 화해(和諧)의 사상 역시 그렇습니다. 화(和)는 쌀(禾)을 함께 먹는(口) 공동체의 의미이며, 해(諧)는 모든 사람(皆)들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言) 민주주의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성의 고양이며 관계론의 사회적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양사상은 초월적 가치를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종교적이며 인간주의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배타적 존재로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천지인의 삼재의 하나이며 그 자체가 어떤 질서와 장의 일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입니다.
그리고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인식하는 경우에도 인간을 관계론적 의미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그것의 내용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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