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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하냐?" 수목 드라마 전쟁,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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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하냐?" 수목 드라마 전쟁, 당신의 선택은?

[TV PLAY] '주군의 태양'을 물려받을 수목 드라마의 승자를 찾아라!

<주군의 태양>이 '꺼진' 자리, <비밀>로 인한 가혹한 운명에 휘말린 네 남녀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과 투쟁하는 어린 <상속자들>과 실력과 신념을 겨루는 <메디컬 탑 팀>의 의사들이 격돌한다.

방송 내내 수목 드라마 시청률 패권을 차지했던 SBS <주군의 태양>이 종영한 후, MBC <메디컬 탑 팀>과 SBS <상속자들>이 동시에 첫 방송을 했다. 일단 시청률의 승기를 먼저 잡은 쪽은 이들보다 2주 먼저 방송을 시작한 KBS <비밀>이다. <비밀>은 <주군의 태양>에 밀려 한 자리 수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시청률 보증수표 중 한 명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상속자들>과 역시 지난해 <해를 품은 달>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김도훈 감독의 <메디컬 탑 팀>의 초반 스퍼트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KBS 수목 드라마 <비밀>. ⓒKBS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하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 경쟁이 나쁘지 않다. 그 중에서도 좀 더 흥미를 끄는 것은 <비밀>과 <상속자들>의 대결이다. 의학 드라마 <메디컬 탑 팀>이 장르상 다른 리그라면 두 드라마는 로맨스 안에서 만난다. 게다가 미니시리즈 입봉 작가들이 그리는 정통 멜로와 이 세계에서 한 획을 그은 고수의 야심작의 대결이니 말이다.

우선 <비밀>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가장 통속적인 설정에서 시작된다. '사랑을 믿지 않는' 안하무인 재벌가 남자와 '사랑을 믿었지만' 그 사랑에 제 발등을 찍힌 가련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KBS 드라마 스페셜 <태권, 도를 아십니까>, <상권이>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유보라 작가와 역시 다양한 극본 공모전 수상 경력을 가진 최호철 작가가 함께 각본을 쓰고 있다. 검사 임용을 앞둔 연인의 앞날을 위해 그가 저지르는 뺑소니 사고를 뒤집어쓴 유정(황정음)과 그 사고로 연인을 잃고 복수심을 키우는 민혁(지성). 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될 <비밀>은 다소 자극적이고 빤한 설정이 양날의 검이다.

<주군의 태양>의 성공이 보여주듯 경쾌하고 독특하게 변주된 로맨스가 멜로의 트렌드지만 <비밀>은 통속과 치정의 색깔이 강한 정통 멜로를 지향한다. 그래서 사랑할 수 없는 혹은 사랑해서는 안 될 남녀의 만남이라는 점은 <비밀>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이 되어주는 동시에 끝없이 고난에 처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지난 6회까지 방송된 것으로 판단할 때 <비밀>은 이 우려를 회피하지 않고 씩씩하게 돌파하는 듯하다. 한 번의 판단으로 인해 계속 죄를 쌓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도훈(배수빈)을 비롯해 각 인물들이 선악의 기계적인 판단 이전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는 일견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공들여 묘사해, 각 인물들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설득하고자 한다. 이 점이 <비밀>이 망나니 재벌 남자와 아무리 힘들어도 웃는 캔디 여자의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모든 것이 교환가치로 인식되는 시대에 사랑의 의미를 묻겠다는 기획의도를 믿고 싶게 한다.


▲ SBS 수목 드라마 <상속자들>. ⓒSBS

김은숙 작가의 이름값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상속자들>은 당연하게도 김은숙 작가의 장점과 약점을 고스란히 계승한다. 지난 10년간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최전선에서 한국형 로맨스의 틀을 만들어 온 김은숙 작가가 '사악하고 섹시하고 격정적인 하이틴 로맨스'임을 천명한 <상속자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부모의 계급과 재력을 물려받은 10대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와 씨름하는 이야기다. 이민호, 박신혜를 비롯해 김우빈, 최진혁, 크리스탈(정수정), 강민혁, 박형식 등 가장 핫한 청춘스타들이 승선한 이 화제작은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온갖 요소로 무장했다.

재벌도 평범한 재벌과 왕족에 비견될 재벌이 나뉘는 <상속자들>의 세계에서, 화사한 색감 속에 담아낸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로케이션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대저택과 화려한 일상은 당연하다. 그 속에서 재벌가 서자로 살아가는 탄(이민호)이 알고 보면 상처와 아픔을 위악으로 가리는 왕자인 것도 당연하다. 이와 극단적으로 비견되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거라곤 가난과 그로 인한 비루한 일상밖에 없는 은상(박신혜)은 온갖 아르바이트로 손에 물마를 날이 없는 당연한 신데렐라다. 김은숙 작가는 빤한 구도나 자기복제라는 비난에 아랑곳 않는다. 대신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으로 대응하며 묻는다. 그래서 뭐? 이래도 안 볼 거야? 라고.

<상속자들>의 인물들은 호오가 갈릴지언정 평면적이지 않아서 끌린다. 말도 안 되는 재력과 권력을 가졌고 그래서 오만방자하고 심지어 나쁘기까지 하지만 10대라는 보호막과 나름의 특수한 성장 환경이 이들의 악행을 미숙함으로 변호할 여지를 남겨 둔다. 로맨스는 더욱 유혹적이다. 탄은 <시크릿 가든>의 주원(현빈)이 그랬듯이 자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온 은상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이 호기심이 무례하고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기 전에 시청자는 "나 너 좋아하냐?"는 탄의 고백에 먼저 설레게 된다.

마찬가지로 특성 세대와 계층의 인물들의 로맨스를 그렸던 전작 <신사의 품격>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하는데 실패했지만, 김은숙 작가는 여전히 이 과도하게 부유한 세계가 선사하는 판타지를 놓고 싶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더욱 극단적으로 파고든다. 다만 <상속자들>은 씩씩한 캔디 혹은 불쌍한 신데렐라, 거칠고 불안한 테리우스라는 로맨스의 원형을 적극적으로 가미했다는 점에서 <시크릿 가든>의 성공이 가르쳐 준 교훈도 잊지 않은 듯하다. 설레고 부럽고 마음 아픈 로맨스의 힘은 강하다.

▲ MBC 수목 드라마 <메디컬 탑 팀>. ⓒMBC

빨리 출발한 <비밀>이 유리한 위치일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두 작품의 스코어 차이는 무의미한 수준이다. 의학 드라마에 대한 지지 기반을 생각하면 <메디컬 탑 팀> 역시 앞으로 흥미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 더욱 즐거운, 새 수목 드라마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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