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승부사들의 적나라한 심리전, 최후의 '천재'는 누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승부사들의 적나라한 심리전, 최후의 '천재'는 누구?

[TV PLAY] tvN의 두뇌게임 리얼리티 쇼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보는데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일시정지하고 잠시 메모를 하며 생각을 정리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정주행까지 했다. 재밌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게 아니라 이해를 못해서 그랬다. 이쯤 되면 포기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할 법도 한데, 희한하게 오기가 생겼다. 그럴수록 머리는 더욱 복잡해지고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tv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이하 <지니어스>) 출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니어스>는 심리전과 두뇌게임을 합친 포맷이다. MBC <무한도전>이 떠오르기도 한다. '말하는 대로' 편은 추격전에 두뇌싸움을 얹었고, '뱀파이어 전쟁' 편은 스파이가 또 다른 스파이를 확보하는 형식이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지니어스>는 철저한 심리게임이다. 배신, 연맹, 음모, 의심, 신뢰가 마구 뒤섞여 있다. 몇 번을 돌려봐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전의 결과를 먼저 공개하고 역순으로 보여주는 편집방식 덕분에, 한 번 봤을 때 보이지 않던 구도가 두 번 보면 보인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출연진 중 일부. 왼쪽부터 방송인 김구라, 만화가 김풍, 아나운서 김경란. ⓒtvN

그런데 이상하다. 룰은 늘 심플하다. 세 줄 요약만 봐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룰을 완벽하게 숙지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니어스>는 보기 좋게 시청자를 농락한다. "말도 안 되는" 변수가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2회에 방송된 대선게임이 흥미로운 건 그래서다. 일반적인 선거처럼 후보자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일방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는 자신을 진심으로 설득하는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당선될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후보자는 단순히 민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만큼의 지지자를 확보했으니 너도 날 뽑으면 가넷(일종의 게임머니)을 얻을 수 있다'며 실체적 데이터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는 후보자의 말을 100% 믿을 수 없고, 후보자 역시 유권자의 대답을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 결국 <지니어스>의 대선게임은 유권자 vs 후보자 간의 싸움뿐 아니라 유권자 vs 유권자의 심리전이기도 하다. '심리'라는 주관적인 요소, '지지자'라는 객관적인 요소가 한데 얽혀 굉장히 복잡한 게임이 탄생한다.

탈락자를 선정하는 데스매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탈락자를 가르는 연장전이 아니라 또 다른 심리전이다. 1~2회 데스매치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우승할 수 있는 연승게임이었다면, 3회 데스게임인 전략 윷놀이는 상대방의 욕망을 읽어내는 게임이었다. 자신의 작전은 숨기되 상대방의 작전을 꿰뚫어야, 상대방이 원하는 패를 내지 않을 수 있다.

결국엔 사람이다. 룰이 심플하다는 얘기는, 누구와 어떤 전략을 짜서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승할 수도 탈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누군가를 주축으로 한 '연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니어스>에는 세 부류의 캐릭터가 있다. 똑똑한 놈, 순진한 놈, 민첩한 놈. 두 번 연속 배신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상대방을 믿는 김민서(2회 탈락자)가 대표적인 '순진한 놈'이다. 승률이 낮은 쪽의 정보를 몰래 빼내 승률이 높은 쪽에 제공하는 등 게임 판을 빠르게 파악하는 김풍, 최창엽은 '민첩한 놈'에 속한다. '순진한 놈'과 '민첩한 놈'은 철저히 자신의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전체적인 판을 뒤흔드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똑똑한 놈', 김구라다. 초반에 떡밥을 슬쩍 던져놓고 방관자인 척 하지만 결국엔 게임을 조종하는 배후세력이다. 남들이 연합을 결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의 세력을 모아 작전을 짠 후 정작 본게임에서는 '마이웨이'를 걷는 행세를 한다. 김구라의 "좌심방 우심실"이라 불리는 김풍과 이상민은 <지니어스>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이다. 3회가 김구라 연맹 vs 차민수 연맹의 싸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구라 통합당' 덕분이다. 결국 <지니어스>를 움직이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사람이다. 매번 봐도 익숙해지지 않고 매회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니어스>는 잔인한 동시에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고, 막바지까지 의리를 지키다가도 가넷(게임머니) 때문에 등을 돌리는 출연자들을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서바이벌이다. 그러나 3회에서 김경란은 자신을 1등으로 만들어주고 탈락한 차민수 때문에 눈물을 보였다. 욕심, 이기심, 의심이라는 '3心'이 난무하고 스스로를 가리켜 "파리 목숨"이라 칭하는 세계에서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게임이 사람을 울린다. 그것이 <지니어스>가 보여주는 게임의 법칙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