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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시대를 반영한다…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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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시대를 반영한다…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TV PLAY] OCN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 2>

"형사라는 직업 자체가 보는 일과 대하는 일이 인간의 이면입니다.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본 백도식이란 사람은 인간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을지도 모르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까? 백도식이라는 친구가 장가를 가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의 직업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절대 세상의 전체가 아니고 세상의 일부일 뿐이며 그 다른 쪽 세상은 굉장히 아름답다는 걸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 <특수사건 전담반 TEN 2> ⓒOCN

최근 1년 반 만에 새 시즌을 시작한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이하 <TEN 2>)는 첫 회 방송 전 배우들과 제작진의 코멘터리를 담은 스페셜 <TEN 특별수사일지>를 방송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상호는 자신이 맡은 백도식 형사가 결혼을 못 하는 이유에 대해 위처럼 말했다.

<TEN>은 지난 2011년 방송 당시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2011 케이블TV 방송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른바 '웰 메이드 수사극'으로 호평을 받은 <TEN>의 핵심을 압축해서 보여준 <TEN 특별수사일지>에서 유독 김상호의 저 대답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TEN 2>의 1, 2회가 방송된 지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늦은 밤, 불 꺼진 방 안에서 <TEN 2>를 보다 문득 뒷덜미가 쭈뼛하는 느낌에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잘 잠긴 창문이며 방문 손잡이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수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소름이 돋고 팔뚝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는 건 예사로운 일이다. 그런데 유독 <TEN> 시리즈는 극중 인물들과 나와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사건 구성과 캐릭터 설정에서 현실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인은 시대를 반영하고 수사는 시대를 해부한다"는 문장이 이 시리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힌 이승영 감독의 말처럼, <TEN> 시리즈에는 우리의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어두움, 그로 인한 불안과 피로, 무엇보다 상처가 망령처럼 떠돌아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 광역수사대 에이스로 범죄의 피해자를 수사의 미끼로 쓸 만큼 냉정한 성격의 여지훈 팀장(주상욱)은 그 과정에서 연쇄살인마 F에게 약혼자를 잃었다. 7년 전의 이 미제 사건은 여지훈에게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들러붙어있는 기억이다. 그런 여지훈을 중심으로 각기 직감, 심리 추리, 눈썰미를 자랑하는 백도식(김상호), 남예리(조안), 박민호(최우식) 형사가 검거율 10퍼센트 미만의 강력 범죄를 다루는 특수사건 전담반 TEN의 일원이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가 <TEN>이었다.

<TEN 2>는 시즌 1의 마지막 회에서 갑자기 잠적한 여지훈의 행적을 쫒던 팀원들이 그가 남긴 사건 파일을 통해 자신들이 TEN의 일원이 된 진짜 이유와 마주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미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못 풀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잊힐 때 미제가 된다"는 이 시리즈의 주요 명제에 다시 한 번 방점을 찍는 것이었다.

▲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의 여지훈 팀장(주상욱). ⓒOCN

여지훈의 약혼자를 죽인 범인이 밝혀진 순간, '왜 사건이 벌어졌는가'에서 범인을 찾는다는 이 시리즈의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TEN>은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그 사람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끝내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분명히 존재하는 시대를 인정한 위에 그려진 수사극이다. F사건의 피해자들은 혼자 사는 여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경제적 취약 계층의 여성 등 쉽게 범죄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뿐 아니라 죽은 뒤에도 충분한 수사를 받지 못 한 탓에 쉽게 잊히고 결국 미제 사건의 희생자로 남았다.

이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 같은가. 지금같이 경제력으로 대표되는 자립과 자기방어 능력을 상실한 취약 계층이 증가하는 시대에는 누구나 비단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하루아침에 시스템의 보호에서 이탈되어 범죄의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범죄들이 더욱 가속화되면 되었지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은 세상이 점점 잔혹해진다고 체감하는 비관론자의 섣부른 단언일까.

다시 김상호의 말로 돌아가 보자. 그는 백도식의 결혼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온갖 범죄 현장을 누비며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본" 그의 내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범죄 현장이 "세상의 일부일 뿐"이고 "굉장히 아름다운"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야만 백도식이 결혼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뒤집어 보면 평온한 일상과 추악한 범죄 환경이 그만큼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게다가 그 "일부"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욱 큰 확률로 존재한다. 결국 사건 현장에서 살아가는 형사만이 아니라, 매일같이 뉴스에서 내 이웃에게 일어나는 '영화 같은' 강력 범죄를 목도하는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이를 직시하는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더해 <TEN> 시리즈는 이를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잊지 않아야 한다고 외친다.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다.' 이 목소리는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앵글과 미장센, 화면의 중첩 구조로 만들어진 영상미에서부터 캐릭터와 배우의 시너지, 치밀한 구성의 합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못지않게 <TEN>의 서늘한 온도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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