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간병비 부담과 낮은 간병 서비스 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환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간병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는 당연히 경증의 만성기 환자보다는 중증의 급성기 환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은 다인실에 1인의 간병인이 6~8인의 환자를 한꺼번에 간병하는 공동 간병인 모델이다. 집중 관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나 급성기 환자는 당연히 불안 때문에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러한 공동 간병인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012년 8월부터 시민·사회단체, 환자 단체, 보건의료노동조합 등과 단순히 간병인 숫자를 늘리는 충원 방식을 넘어 간호 보조 인력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까지 포괄해 대폭 증원하는 방식으로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어도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 안심 병원' 모델을 준비했었다. 지난 6개월간의 노력 끝에 '환자 안심 병원'이 탄생했고 가장 먼저 서울의료원에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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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은 총 180개 병상을 환자 안심 병원으로 운영하고 이를 위해 총 107명의 간호사 및 간호 보조 인력을 신규 채용한다고 한다. 그것도 파견이 아닌 병원의 직접 고용이다. 이 경우 이 병원은 현재의 간호 등급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간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수준의 간호 인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또 급성기 질환 중심으로 중증도에 따라 중환자 병실과 경환자 병실로 따로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고 간병비는 전액 무료라고 한다.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보호자 없는 병원 어젠다가 20011년 보건복지부 2차 사범 사업과 2012년 경상남도, 인천, 충청남도, 충청북도 등의 지방자치단체 공동 간병인 사업을 거치면서 2013년 1월 17일 마침내 보호자 없는 병원의 최종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 안심 병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의도만 좋다고 모든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안심 병원이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첫 번째 산은 신규 채용 간호 인력의 마인드와 동기 부여다. 신규 채용 인력 107명 중에서 79명이 간호사인데 이들이 과연 환자의 대소변을 치우는 일까지 자신의 업무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지 의문이다. 더욱이 간호 업무 이외의 간병 업무까지 해야 하는데 급여 수준은 대형 병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당연히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간호 간병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대책이 시급하다.
두 번째 산은 환자이다. 간병비가 무료이니 환자 안심 병원에 간병이 필요한 환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다. 이때 어떤 환자부터 입원시킬 것인지와 간병이 불필요하거나 퇴원을 해야 하는 환자가 전실이나 퇴원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환자의 다양한 민원이나 불만 해소 방안도 준비해야할 것이다.
세 번째 산은 이 병원의 중장기적인 이미지다. 환자 안심 병원이 단순히 간병비가 공짜이고 간호사 수가 많아 좋은 병원이라는 말초적인 호감이 아닌 충분한 간호 인력 배치로 의료 서비스 질도 우수하고 병원 안전사고도 없는 병원, 쉽게 설명하면 보호자가 없어도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서울시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보호자 없는 병원 예산으로 100억 원을 확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여기에 추가 재원을 투입하고 서울시의 환자 안심 병원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제3차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환자 안심 병원은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병실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보호자 없는 병원의 시청각 교재가 될 것이다. 서울시가 교재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는 이제 1월 17일 서울의료원의 환자 안심 병원이 오픈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꼭 성공해 환자 안심 병원이 13개 서울시립병원의 새로운 공공 의료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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