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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흡혈귀는 '사채'가 아니라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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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흡혈귀는 '사채'가 아니라 '은행'!

[親Book] 엘렌 브라운의 <달러>

몽고메리 퍼스트내셔널 은행 대 댈리 사건

현대의 금융 제도는 처음부터 전 국민을 채무 노예로 만든다. 부분 지급 준비 제도는 은행으로 하여금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돈을 가상으로 만들어서 대출을 할 수 있게 만든 연금술의 제도이다.

1969년 미국 미네소타의 변호사 제롬 댈리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1만4000달러를 빌렸는데, 은행에서 담보 몰수 처분을 하자 은행이 자신에게 대출할 때 실제 지불한 돈이 하나도 없으므로 몰수는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었다. 말도 안 되는 댈리의 주장에 사람들은 모두 황당해 했고, 댈리가 정신이 돌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은행장이 자기 입으로 은행은 대출금을 허공에서 만들어내며 그것이 주요한 은행 업무라고 말하는 순간 상황은 돌변했다. 댈리는 승소했고, 그의 집을 지킬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몽고메리 퍼스트내셔널 은행 대 댈리 사건이다.

댈리 사건은 현대 금융 자본주의의 본질이 처음부터 사기였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준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은행이 우리에게 대출해 주는 돈은 은행의 돈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신용이다. 그러니 우리는 솔직히 은행 부채를 갚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뱀파이어의 나라

2007년 11월 수산물 가게를 하는 장 아무개 씨는 일주일 뒤 350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300만 원을 사채 대부업자 한 아무개 씨로부터 빌렸다.

그런데 일주일 뒤 약속한 돈을 갚지 못하자 이 대부업자는 칼부림까지 하는 집요한 빚 독촉 끝에 장 아무개 씨로부터 자필 서명과 도장이 찍힌 약속 어음 2장과 위임장 2장을 받아갔다. 이 고리대금업자가 장 아무개 씨로부터 받아간 이자는 총 1억7000만원이나 되었고, 이자는 최소 연 133.33퍼센트에서 많게는 연 3163.33퍼센트나 되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 고리대금업자는 약속 어음과 위임장을 근거로 총 6억 원의 채권 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이런 소송에 대해 법원은 고리대금업자의 손을 들어주었고, 장 아무개 씨 통장은 강제 압류가 되고 말았다.

한 여대생은 등록금 200만 원을 전단 광고지를 보고 사채업자로부터 빌렸다가 결국에는 유흥업소에 팔려나갔다. 이 여대생이 낸 이자는 연 1000퍼센트가 넘었다.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집마저 날린 어느 가장은 자책감에 자살하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 너무 많아서 보도도 잘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이런 악덕 고리대금업자와 금융 부패와 비리를 왜 척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아주 단순한 의문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당시에 금융권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자들의 명단을 보면 쉽게 풀린다. 이 명단에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의 임직원부터 검찰과 법원,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회의원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내로라하는 권력 기관들이 망라되어 있다.

불법 고리대금업자를 단속하고 금융 부패와 비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수많은 임직원들을 이들 은행과 보험업체들과 대부업체들에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란 조소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솔직히 이들 금융 감독 기관들은 흡혈귀의 대변 기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정부의 화폐 주권 탈환 운동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런 불법 탈법이 고리대금업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최근에 밀항 주선의 대가로 조폭에게 3억 원, 입막음용으로 운전기사에게 7억 원을 주고 총 5000억 원이 넘는 은행 돈을 빼돌린 어느 저축은행 대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에 뇌물을 받았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임직원 또한 부패와 비리 사슬의 일부일 뿐이다.

불법 고리대금업자는 붙잡아 처벌하고, 금융 비리와 부패는 척결하면 된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화폐 제도 자체가 거대한 사기이자 허구이며 인민을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영원한 채무 노예로 만들어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잔챙이 고리대금업자와 금융 부패를 척결한다고 해서 인민을 채무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킬 수는 없다.

영원한 채무 노예 신세를 벗어날 길을 엘렌 브라운은 간명하게 제시한다. 국가가 화폐 발행 주권을 찾아와 정부가 빚을 만들어내지 않는 돈을 찍어내면 된다. 링컨이 은행가들의 돈을 빌리지 않고 연방 정부가 발행한 그린백 달러로 전쟁 채무를 갚고 경제를 부흥시켰듯 달러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 정부가 발행하면 된다.

문제는 금융 시스템 자체의 개혁과 혁명에 있는 것이다. 금융이 상품이 되고 나아가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는 극단의 파생 상품이 횡행해서 인민들을 채무 노예로 전락시키는 신자유주의 금융 독재 제도 자체를 때려 부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자유인이 될 수 없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바로 이런 시스템을 바꾸는 혁명 운동의 시작이다.

서민의 상호 부조 능력을 없애려나?

▲ <달러>(엘렌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AK 펴냄). ⓒAK
엘렌 브라운이 <달러>(이재황 옮김, AK 펴냄)에서 제시하는 국가의 화폐 발행권 탈환과 동시에 우리가 대안 운동으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인민의 상호 부조 능력을 조직화하는 협동조합 운동이야말로 인민 스스로 자신을 채무 노예에서 해방시키는 가장 유력한 대안 운동이다.

2011년에 통과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었다. 사실 협동조합기본법은 신용 사업과 공제 사업이 배제된 반쪽짜리 기형의 기본법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소액 대출과 상호 부조 사업의 길을 일부분 열어 놓음으로써 서민들의 신용 결핍을 상부상조와 연대의 힘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끔 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입법 예고한 시행령은 협동조합기본법 10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모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취지의 시행령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 시행령 안은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의 상한을 100만 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100만 원? 유치원 장난도 아니고 세상에 100만 원이란 액수의 근거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공무원들은 100만 원으로 장례식도 치르고, 결혼식도 치르고, 병원에 가서 수술도 받고, 대학 등록금도 내고, 화재가 났을 때 집도 짓고 등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는 소액 대출 사업과 상호부조 사업의 근본 취지를 헤아리기보다 당장의 금융 사고와 악용 사례를 극단으로 걱정한, 구더기 무서워서 아예 장을 담그지도 못하게 가로막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악용이 걱정된다면 소액 대출의 이자율 상한을 5퍼센트로 정하고 상호부조 사업은 무이자로 하고, 그리고 나머지는 자율로 하면 된다. 그러면 고리대금업자들이 협동조합을 악용할 여지는 전혀 없다.

상호부조란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 연대와 호혜의 정신으로 이웃들이 십시일반 돈과 물품을 모아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서로 돕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영어 표현으로 흔히 사용하는 뮤추얼 에이드(mutual aid)가 이에 해당한다.

협동조합기본법상의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은 극단으로 상품화된 일반 금융권의 신용 사업과 공제 사업과는 처음부터 그 철학과 정신이 다르다. 영리 회사들의 신용 사업과 공제 사업은 상품으로서 판매하며, 이윤 극대화가 목표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는 상품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는 인간관계이며 조합원의 상부상조가 목표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제 상품은 이른바 유사 보험 상품으로서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그리고 이들 공제 상품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한다.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는 이런 상품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 하는 일종의 공동체 회복 운동이다. 시행령 제정 과정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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