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와 김대중평화센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사)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으로 주관한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학술회의 및 기념식 <정전을 넘어 평화로>가 14일 서울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과 63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근본적인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서울특별시와 김대중평화센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사)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으로 주관한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학술회의 <정전을 넘어 평화로>가 14일 서울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가운데)이 도널드 존스톤(왼쪽) 전 OECD사무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는 찰스 암스트롱(오른쪽) 콜럼비아 대학교 역사학 교수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
임동원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어렵게 마련한 남북 화해협력구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13주년을 맞는 심경은 착잡하다"면서도 "군사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되는 올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받들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가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한 대로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 관련 당사국인 미국 중국과 남북한의 4자 평화회담을 지체 없이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5년 만에 현직 통일부 장관이 행사에 참석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6.15 공동선언은 지금부터 13년 전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이라며 "6.15 13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북한이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 "유감스럽지만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보여준 북한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남북 간 초보적인 신뢰조차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시켜 주었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 더디더라도 작은 데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씩 신뢰를 쌓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리의 신념 역시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북한이 신뢰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기념식에 앞서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첫 번째 순서로 '북핵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리언 시갈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안보협력국장은 북한에 대한 더욱 가혹한 제재 조치와 무력을 과시하는 억지력, 외교적 이탈과 군사적 재균형 같은 조치들은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평화를 추구하고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면서 외교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북핵 해결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은 평화'담론'을 넘어 실질적인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심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심각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핵문제 해결과 평화논의에 한국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기도를 차단하고 한국이 정당하고 합당한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투 트랙' 전략을 주문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동시에 남북관계에서의 독립적 공간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써야한다"며 "의식적이고 강력한 자세로 남북 간에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에로의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과거의 반복된 경험이 증명하듯이 남북관계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제와 대북 처벌정책에 연계되고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화협정을 통한 평화체제, 현재 상태로 가능한 것인가
두 번째 순서로 북핵 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오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남한이 주도하는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지난 수개월 간의 위기상황이 정전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일각의 분석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상황이 정전체제의 효용성을 드러내주기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오히려 (한반도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쟁은 나지 않겠다는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도 멀어지고 현상유지만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숭실대학교 이정철 교수는 북핵의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에 평화협정과 평화체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변했다는 사실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90년대 제네바 합의 이후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를 한 묶음으로 다뤘다. 하지만 2009, 2010년 이후에는 북한이 북미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분리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잇달아 성공하면서 대미 억제를 자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는 생각을 우리가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북한 '벼랑끝 전술'의 목표와 성격이 변했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평화협정에 대한 관념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평화협정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다자적인 접근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양자 간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평화협정을 통한 평화체제를 원한다면 스스로 다양한 양자협상들을 주도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양자협상들이 교차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 간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남한이 주도할 수 있는 평화체제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는 평화체제와 전쟁상태를 양 극단으로 본다면 우리의 지향점을 평화체제 쪽으로 지속적으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 극단의 폭이 지난 위기상황 이후 굉장히 좁아진 것 같다. 매우 역설적인 안정적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이러한 상황을 잘 관리하기 위해 지향점은 평화체제 쪽으로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중간에 '종전선언'이라는 과도기적인 형태를 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들이 진전되고 현실에서 실천된다면 중간단계인 '종전선언'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에 걸맞는 제도적 형태를 구축하는 것이 상당히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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