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Rn)' 하면 일반 대중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라돈탕이다. 어떤 라돈 온천에서는 신경통이나 류머티즘관절염에 라돈탕이 좋다고 선전하고 있다. 심지어는 라돈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말에 이를 마시기도 한다.
'원자력을 이해하는 여성 모임'이란 단체는 자신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놓았다.
"국내 유명 온천 중에는 라돈 온천탕이 있으며, 건강에 좋다고 나온 광고 등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라돈탕에서 온천하는 것은 1~2시간 정도로 목욕 시간이 짧기 때문에 건강상 해로운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으며, 오히려 피부병 등과 같은 질환에는 라돈에서 방출된 베타 방사선이 피부 병원균만 살균하게 되므로 특효가 있습니다."
라돈 온천탕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른바 방사선 호메시스 효과(즉, 저선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몸에 이롭다는 주장 또는 학설)에 근거한 것으로 10여 년 전부터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일부 유럽 국가 그리고 일본에서는 라돈이 풍부한 온천을 치료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라돈 온천 치료의 뿌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06년 체코의 야키모프에서는 방사성 온천수가 치료에 이용됐으며 이보다 훨씬 전에 일본 도토리 현 미사사 온천과 오스트리아 가스타인 온천 등에서 라돈이 풍부한 온천이 질병 치료에 이용됐다.
지하수에는 라돈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지표수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며 라돈 온천은 특히 물속에 라돈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물속의 라돈은 기체로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라돈 온천탕에는 실내 라돈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아마 가장 궁금하게 여길 부분은 아무래도 라돈 농도가 높은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정말 이로운가, 해로운가 하는 것이다. 라돈을 포함해 방사선이나 방사성 물질, 그리고 모든 유해 물질이 실제 자신에게 얼마나 해로운가는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이다. 다시 말해 노출(피폭) 농도와 노출 시간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목욕 시간은 대개 1~2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매일 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라돈이 많은 온천욕을 즐긴다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만약 라돈 기체가 동굴 등에 많다고 해도 1년에 몇 차례 출입하거나 관람하는 것은 건강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류머티즘 라돈 치료 요법은 실제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작용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라돈뿐만 아니라 다른 방사성 물질에도 소량 노출되면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른바 방사선 호메시스에 관한 상당한 연구 자료가 나와 있다.
하지만 만약 저선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방사선 자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방사선에 의해 만들어진 이온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 미량 방사선의 건강 유익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라돈이 폐암을 유발하는 등 방사선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라돈이 지하수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고 라돈이 방사성 물질이므로 라돈 농도가 높은 지하수를 식수나 음식물을 만드는데 사용할 경우 해로운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라돈과 불안정한 라돈이 붕괴되면서 생기는 폴로늄과 같은 그 자핵종(子核種 또는 딸핵종)이 내는 알파 입자는 투과력이 매우 약해 음식물 자체에 흡수되므로 인체 조직이 피폭 받는 양은 매우 작다. 따라서 물속의 라돈 농도가 매우 높지만 않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라돈이라는 원소는 흙이나 암석 등 자연계의 물질 중에 함유된 우라늄(또는 토륨)이 연속 붕괴하면 라듐(Ra)이 되고 이 라듐이 붕괴할 때 생성된다. 라돈은 불활성 기체 형태의 무색, 무취의 방사성 가스로 반감기가 3.8일로 매우 짧다. 천연에 존재하는 기체 중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이며 또한, 불활성 기체이므로 다른 물질과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나 방사선을 내는 성질이 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청(EPA) 등이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많이 유발하는 주요 원인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는 라돈을 담배연기, 석면, 벤젠과 더불어 인체 발암 물질, 즉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미국에서는 폐암 환자 중 3~14퍼센트가 라돈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돈이 폐암에 기여하는 비율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고 개인 차원에서 보면 천차만별이다.
라돈이 인체에 폐암을 유발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토양 중의 라돈이 건물의 갈라진 틈, 배수관 등을 통해 실내에 유입되고, 라돈과 자핵종이 호흡을 통해 폐에 흡착되어 자연 붕괴 되면서 알파선을 방출한다. 이 방사선은 폐 조직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주어 폐암을 발생시킨다. 물론 들이마신 공기 중 라돈이 모두 폐에 달라붙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숨을 내쉴 때 다시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들이마신 라돈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폐에 달라붙는 양도 많아진다.
라돈은 우리가 흡입만 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근래 지하나 반지하 등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고 이들 주거 생활공간에서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건물의 지반 등에서 공기 중으로 스며든 라돈 기체가 실내 공기 중에 집적되어 농도가 높아질 경우 높은 농도의 라돈과 그 딸(자)핵종을 계속 호흡하게 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폐암 유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미국인 가운데 연간 2만 명가량이 라돈의 누적 폭로에 의해 폐암으로 숨지는 것을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 위험보다 10배 이상 높고 음주 운전에 의한 사망자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 환경보호청은 건물 보수가 필요한 조치 기준으로 공기 1리터당 4피코퀴리를 정하고 있으며 2~4피코퀴리의 경우도 되도록 보수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흡연자의 경우 라돈에 의한 인체 영향. ⓒepa.gov |
▲ 비흡연자의 경우 라돈에 의한 인체 영향. ⓒepa.gov |
흡연과 라돈은 나쁜 방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흡연과 석면이라는 두 위험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폐암의 위험이 엄청나게 높아지듯이 흡연과 라돈도 이와 똑같이 폐암 위험을 크게 높인다.
유럽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비흡연자의 경우 공기 1리터당 0, 100, 400베크렐의 라돈에 노출됐을 경우 폐암 위험도가 1.0, 1.2, 1.6으로 나타났으나 하루에 15~24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의 경우 같은 농도의 라돈에 각각 노출됐을 경우 폐암 위험도가 26, 30, 42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다중 이용 시설과 학교 실내 공기 중 라돈 권고 기준은 1리터당 4피코퀴리(1리터당 1피코퀴리는 1입방미터당 37베크렐에 해당함)이다. 하지만 이런 공공시설이나 학교보다 라돈 오염도가 높을 수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이런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 이 농도의 실내 공간에서 평생 생활하면 흡연자의 경우 1천 명 중 6.2퍼센트인 62명이 폐암에 걸린 위험이 있으며 비흡연자의 경우 그 위험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라돈은 지하수, 토양, 암반뿐만 아니라 건축자재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자재로 인한 라돈 노출은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건축자재로 인한 라돈 노출량은 전체 노출량의 2~5퍼센트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 석고 보드에 들어있을 수 있는 라돈을 측정하기 위해 석고 보드를 자르는 모습. ⓒ프레시안 |
환경과학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17종의 석고 보드를 대상으로 라돈 함량과 라돈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인산부산석고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배연탈황석고를 사용한 제품보다 라돈 방출량이 25배나 높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1개 제품은 국내 환경마크와 유럽연합 기준을 초과해 방사능이 우려될 정도였다.
석고 보드는 비료 공장, 화력발전소 등의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원료로 생산하는데 크게 인산부산석고, 배연탈황석고 등으로 구분한다. 석고 보드는 취급과 시공이 편하고 불에 타지 않는 장점 때문에 최근 주택의 벽체나 학교, 사무실 등의 천장재로로 많이 사용된다.
환경과학원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선택 때 신중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돈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맛과 냄새도 없어서 소비자가 석고 제품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999~2005년 전국 주택, 아파트 등 주거지 3500곳을 대상으로, 2009~2010년 공공건물 1100곳과 다중 이용 시설 330곳을 대상으로 각각 실내 공기 라돈 농도를 조사한 바 있다.
주택의 경우 영국 등 선진국의 권고 값인 1입방미터당 200베크렐을 웃도는 경우가 나와 충북 1350, 서울 1055, 인천 530 등의 지역별 최고 값을 보였지만 평균농도는 모든 시도에서 권고치 이하였다. 만약 이런 권고 값 농도(준위)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면 100명 중 1명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
주택 조사에서 계절별로는 여름이 가장 낮았고 겨울이 가장 높았다. 겨울철에는 여름에 견줘 환기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충북과 강원도가 다른 지역보다 라돈 농도가 높았으며 한옥이나 양옥 단독 주택이 아파트에 견줘 라돈 농도가 2배가량 더 높았는데 이는 단독 주택의 경우 집 주위에 토양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한옥과 양옥은 건축 연도가 오래됐을수록 라돈 농도가 높았는데 이는 노후한 가옥의 경우 바닥이나 벽 등에 틈이 생겨 지반 밑의 토양이나 안반으로부터 라돈이 스며들어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아파트의 경우 오래된 것일수록 라돈 농도가 낮았는데 이는 최근 지어진 것일수록 이중 창문을 설치한 곳이 많고 창문의 밀폐가 좋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공공건물이나 다중 이용 시설의 경우 권고 값을 웃돈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공건물의 경우 강원도와 충북의 경우 연평균은 113~119베크렐로 권고 값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이를 초과하는 일수가 각각 20퍼센트와 14퍼센트나 됐다.
▲ 전국 주택 가운데 일부를 골라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지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
한편, 환경부는 2010년 지질 특성상 자연 방사성 물질의 함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화강암 계통의 지역을 대상으로 해 전국 104개 시·군·구 314개 마을 상수도 원수 등에 대해 우라늄, 라듐의 농도를 조사한 결과 우라늄은 16개 지점(5.1퍼센트), 라돈은 56개 지점(17.8퍼센트)이 미국의 먹는 물 제안치를 웃돈 것을 나타났다고 지난 8월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수도물(지하수)을 장기간 마실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 있고 이런 물로 집안에서 빨래를 하거나 세수·목욕하고 음식을 만들 경우에도 라돈에 상당량 노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라돈의 위험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다. 이 때문에 전국 차원의 대규모 주택 라돈 조사 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라돈 위험 예방 대책 수립과 예산 지원도 미약한 편이다. 그 결과 라돈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어떤 정도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조사·분석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라돈은 지역에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 형태에 따라, 개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노출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므로 이른 시일 안에 대규모의 실태 조사와 함께 지역별, 주거 형태별 라돈 저감 대책과 행동 지침 등이 나와야 할 것이다. 라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정부가 운영하는 라돈 정보 센터(☞바로 가기)를 방문하라. 그리고 아래 지침은 내가 정리해본 라돈 위험 피하기 수칙이다.
라돈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십계명 1. 되도록이면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을 삼간다. 2. 환기 시설을 잘해 실내 오염물질을 공간 밖으로 내보낸다. 3. 오래된 건물의 바닥이나 벽 등에 균열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면 즉각 수리한다. 4. 봄, 여름, 가을에는 창문을 약간씩 열어두고 겨울에도 가끔 환기시킨다. 5. 집 안(특히 지하) 라돈 농도를 측정해 문제가 있는 수준인지 파악한다. 6. 아침에는 항상 환기를 시켜 밤사이 축적됐을 수도 있는 라돈을 내보낸다. 7. 정부가 운영 중인 라돈정보센터 등을 통해 라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한다. 8. 라돈 노출로부터 안전한 농도는 없다. 더 낮을수록 위험도 더 낮다 9. 라돈은 흡연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므로 담배를 즉각 끊는다. 10. 라돈 가스는 자연적이지만 실내 라돈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적이 아니므로 건축 때 이를 고려해야 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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