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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용산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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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용산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도시 주인 선언·27] 강제 퇴거 금지법 제정하자 ④

오늘도 도시 곳곳에서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인 퇴거와 철거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1월 용산 참사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쫓겨나고 저항하고 충돌하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12월 홍익대학교 앞 두리반 식당, 2010년 1월 왕십리 뉴타운, 2011년 4월 상도동, 2011년 8월 포이동 재건 마을, 2011년 명동의 카페 마리…. 언론에 드러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 출근길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개발 사업을 반대한다거나 여기서 못 나간다고 씌어 있는 현수막을 매일같이 목격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파트든, 주상 복합 건물이든, 새로운 공공시설이든, 그 공사가 시작되는 현장을 들여다보자. 외관상으로 사업 시행자는 적법한 집행권을 갖고서 사람을 퇴거시키고 건물을 철거하는 듯하다. 사업 시행자는 판결문을 가지고 있고 집행법상의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는 광경은 '적법'의 외양과는 사뭇 다르다. 퇴거와 철거를 실행하는 용역들의 폭력과 퇴거당하는 사람들의 저항으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 일쑤이다. 때로 퇴거와 철거는 겨울철이나 새벽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기습적인 방식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현장의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본다면, "이것이 과연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폭력적인 광경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퇴거와 철거를 둘러싼 현장의 모습들은 왜 변하지를 않는가? 아니면 변할 수 없는 것인가? 개발 사업 현장의 강제 집행은 으레 그런 것,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이미 우리 모두에게 만성화되어 있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강제 퇴거 금지법은 이런 현실이 자연스럽지 않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 침해이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하였다. 용산 참사 재발 방지법이라는 별칭으로 구상되기 시작한 강제 퇴거 금지 법안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내용을 담고 있다.

ⓒ뉴시스

우선, 강제 퇴거에 관련된 중요 개념과 권리를 명시하는 부분이다.

강제 퇴거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의 일반 논평 7(1997년)을 참조하여 '건축물 또는 토지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또는 비자발적으로 점유자를 퇴거하게 하여 점유자가 적절한 법적 보호 또는 그 밖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특정 거주지나 지역에서 거주할 수 없게 되거나 일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누리게 하기 위함임을 명시하고, 누구도 강제 퇴거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을 밝힌다.

한편으로 강제 퇴거는 사람이 퇴거되어 퇴거 전과 같은 상태로 재정착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재정착은 '거주민이 개발 사업의 시행 중 및 개발 사업의 완료 후에 개발 사업 시행 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거주하거나 일하는 것'으로 풀어쓸 수 있다.

둘째로 강제 퇴거 금지의 일반적인 원칙을, 퇴거 및 철거 시점을 기준으로, 사전 절차, 집행절차, 사후 절차의 세 단계로 나누어 쓴 부분이다.

퇴거와 철거의 사전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고지(告知)'이다. 종래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업 구역 내 (종종 용역 깡패로 불리는) 용역이 상주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욕, 폭행, 협박, 손괴, 성적 괴롭힘, 위력을 행세하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퇴거를 종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퇴거의 고지는 반드시 확정 판결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을 두고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집행 절차에서는 '사람의 생명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무수히 무시되고 간과되어 왔다. 퇴거를 실행하는 사람이 퇴거 현장에서 폭언, 폭행, 협박, 손괴 등 폭력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퇴거되는 사람의 동의가 없는 한, 일출 전과 일몰 후, 공휴일, 겨울철, 악천후에 퇴거시키는 것도 금지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켜지면서 퇴거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는지 감독하기 위하여 관할 행정 관청은 공무원을 파견하고 퇴거 준비부터 완료까지 현장에서 위법 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감독하여야 한다.

사후 절차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퇴거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안적 숙박 시설, 음식과 물, 위생 시설, 의복, 의료 서비스, 생계 수단, 교육 시설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주거 및 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개발 사업에서의 강제 퇴거를 규율하는 부분이다.

현재의 공익 사업과 일정한 유형의 건축을 개발 사업으로 유형화하고, 공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경우에만 시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개발 사업에 관해 현행 법률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도록 하였다. 즉, 소유자와 세입자를 포함한 거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개발 사업 구역의 지정, 개발 사업 시행을 위한 계획의 수립 또는 승인·인가 등 개발 사업의 주요 추진 단계마다 모든 거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이는 거주민들로부터 실질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가장 첨예한 문제는 '재정착'이다. 재정착의 핵심은 개발 사업 시행 전후에 동등한 수준의 주거나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거를 영위하는 거주민들에게는 개발 사업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주거의 면적, 주거비, 주변 환경, 생활권이 동등한 수준인 주택을 보장하거나 안정적인 점유가 보장되는 임대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또 생업을 영위하는 거주민들 역시 개발 사업 시행 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생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당한 사회 경제적 손실 보상과 임시 이주 대책, 대체 상가 등이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에 적힌 내용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금지된 강제 퇴거를 막기 위하여 형사 처벌 외에도 행정적 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퇴거·철거에 대한 강제 집행, 행정 대집행 및 강제 퇴거 금지, 개발 사업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여 강제 퇴거 금지법을 적용하고,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도 강제 퇴거 금지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이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되어 '강제 퇴거 금지법'으로 제정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현재 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법률들(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도시 개발법,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과 집행에 관한 법률(민사집행법, 행정대집행법, 경비업법 등)들이 있고, 이 법률의 개정안들도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데, 다른 법률들의 개정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닌가. 주거 기본법이나 개발에 관한 기본법을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재산권과의 충돌이 우려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제는 도시의 어떤 공간에서, 집에서, 산다는 것, 나의 뜻과는 달리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그 곳에서 쫓겨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때이다. 지금까지, 거주와 퇴거, 삶과 쫓겨남을 가두어 온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강제 퇴거를 둘러싼 수많은 법제도를 수정할 수 있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강제 퇴거 금지 법안이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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