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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좌절된 기적…"공은 둥그니 차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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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좌절된 기적…"공은 둥그니 차봐야 안다"

[예병일의 '스포츠 뒤집어보기'] 와일드카드의 기적

콜롬비아에서는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가 한창입니다.

28년 전,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벌떼 축구"라는 별명을 지닐 만큼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으로 세계 4강의 기적을 이룬 바 있습니다. 산소가 희박한 멕시코 고지대에서 시종일관 운동장 전체를 누비고 다닌 한국 팀의 활약은 전설로 전해졌으며,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이때의 일이 회자되곤 했습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 대표 팀도 대회 시작 전에는 8강 또는 4강을 목표로 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첫 경기에서는 기대대로 말리를 이겼으나 프랑스와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16강이 겨루는 2회전에 올랐습니다.

결국 지난 11일 오전 7시(한국 시각) 한국 청소년 축구 대표 팀은 강호 스페인을 맞아 승부차기 끝에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뉴시스

1999년 대회의 돌풍 우루과이

지난 글에서 일본 청소년 축구 팀이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999년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팀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시아 예선에서 우리에게 두 번이나 진 팀이었고, 이동국과 김은중 투톱이 이끄는 한국 팀에는 설기현, 김용대 등 출중한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당시에는 한국 청소년 팀 역사상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일본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니 예선에서 꼴찌로 탈락한 아픔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선 D조에 속한 우리의 상대는 포르투갈, 우루과이, 말리였습니다. 첫 경기에서 우리는 포르투갈에 3대 1로 패했고, 말리는 우루과이에 2대 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한국이 예선을 통과하려면 두 번째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꼭 잡아야했으나 1대 0으로 패하고 말았고, 포르투갈이 예상외로 말리에 2대 1로 지고 말았습니다.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말리가 선전을 거듭하자 선수들의 외모로 볼 때 청소년이 아니라는 의문을 가지는 기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말리 선수들 중에는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 "태어난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 나라의 행정 수준을 보여 주었고, 장차 청소년 대회에서는 나이 확인을 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는 1995년 대회까지는 16개 팀이 출전했으나 1997년부터는 24개 팀이 출전하고 있습니다. 4개 팀이 6개조로 나뉘어 조 2위까지는 예선을 통과하고, 조 3위 팀들은 여섯 팀 중 승점이 높은 네 팀이 예선을 통과하는 방식입니다. 예선 통과가 확정된 말리는 아깝게 두 경기를 지고 난 우리나라를 상대로 덜 치열한 경기를 치르면서 4대 2로 졌으며, 우리나라는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예상대로(?) 경기장에서 서성거리기로 일관하다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승 1패의 말리가 1위, 1승 1무 1패로 동률이지만 골득실이 한 점 높은 포르투갈이 2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우루과이는 3위 여섯 팀 중 카메룬에 이어 두 번째로 16강 티켓을 받았습니다.

우루과이는 16강전에서 A조 1위 파라과이를 맞이하여 2대 2 무승부를 이룬 후 승부차기에서 10대 9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8강전에서는 브라질을 2대 1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2대 1로 패한 일본은 미국을 3대 1, 잉글랜드를 2대 0으로 격파하면서 일본, 카메룬, 미국이 2승 1패 동률을 거둔 후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1대 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를 거두었고, 8강전에서는 멕시코를 2대 0으로 이기며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일본이 우루과이를 2대 1로 이겨 결승에 오른 것은 일본 역사상 최초로 FIFA가 주관하는 대회의 결승에 오른 것이었으며, 스페인에 4대 0으로 패하여 준우승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1981년 대회의 카타르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 국가가 결승에 오른 기록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말리는 16강전에서 카메룬을 5대 4로, 8강전에서는 나이지리아를 3대 1로 꺾으며 준결승에 올랐으나 스페인에 3대 1로 짐으로써 준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지만 3-4위전에서 우루과이를 1대 0으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루과이는 비록 4위에 머물렀지만 1997년 대회에서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후 처음으로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한 팀이 준결승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16위로 예선을 통과하여 4강에 오른 코스타리카

2년 전, 이집트에서 개최된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팀에는 이청용도 기성용도 없었습니다. 제일 잘 하는 선수 둘을 제외하고 구성된 대표 팀이었기에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구자철, 김보경, 이승렬, 김민우, 홍정호, 김영권 등이 주축을 이룬 한국 팀은 예선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2대 0으로 지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 독일에게 선취점을 내 주었으나 만회골을 터뜨리며 무승부를 이룬 후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3대 0으로 승리를 거두며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16강전에서는 A조 2위 파라과이에 3대 0 쾌승을 거두며 갈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8강전에서 가나에 3대 2로 석패하면서 경기를 끝냈습니다. 가나는 준결승에서 헝가리에 3대 2 승리를 거둔 후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09년 대회에서 조 3위를 차지한 팀 중 이탈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승 1무 1패로 승점 4를 획득하여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했고, 1무 2패로 승점 1점밖에 얻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하면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미국은 모두 1승 2패로 승점 3점을 얻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골득실이 +3이었으나 코스타리카와 미국은 -3이라는 골득실마저 똑같았습니다. 코스타리카는 득점 5, 실점 8, 미국은 득점 4, 실점 7이었으며, 다득점 원칙에 의해 코스타리카가 16강이 겨루는 2회전에 진출했습니다.

16팀 중 16위로 예선을 통과한 코스타리카의 앞길에는 약간의 행운도 있었습니다. 16강 상대자가 A조 1위를 차지한 이집트였기 때문입니다. 주최국으로서 이탈리아를 조 3위로 끌어내리며 예선을 1위로 통과하기는 했지만 이집트가 전통의 축구 강국이라 할 수는 없으며, 조 1위의 어드밴티지를 이용하여 먼 길을 날아온 코스타리카를 맞이했습니다.

결과는 뒤늦게 힘을 내기 시작한 코스타리카의 2대 0 승리였습니다. 코스타리카는 8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를 맞이하여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16위로 예선을 통과한 팀이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브라질에 1대 0으로 패했고, 3-4위전에서는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1대 0으로 앞섰지만 경기 끝나기 직전에 동점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부차기까지 가야 했으며, 네 명의 키커가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 주면서 2대 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와일드카드로, 그것도 마지막 순위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공임을 보여 준 코스타리카의 분전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 대회에서 계속된 와일드카드 팀들의 분전

1978년까지 16개국이 본선에 진출하던 월드컵 축구 대회는 1982년부터 1994년 미국 대회까지 24개국이 출전했고, 1998년 대회 이후에는 32개국이 출전하고 있습니다.

24개국이 처음 출전한 1982년 대회에서는 와일드카드라는 제도가 없이 조 2위까지 예선을 통과하여 12개 팀이 3팀씩 네 개조로 나뉘어 2차 예선을 치르는 방식을 택했으나 1986년 이후 세 대회에서는 조 3위 팀 중 네 팀이 2회전에 진출하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1986년 대회에서는 벨기에가 와일드카드 제도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멕시코와 파라과이에 이어 조 3위로 올라 와일드카드로 2회전에 오른 후 프랑스를 조 2위로 몰아낸 소련을 맞이하여 4대 3으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8강전에서는 스페인마저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와일드카드 제도 시행 첫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마라도나에게 두 골을 내 주면서 아르헨티나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1990년 대회에서는 전 대회 우승 팀 아르헨티나가 와일드카드 덕분에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패한 아르헨티나는 둘째 경기에서 소련에 승리를 거두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루마니아와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루마니아와 1승 1무 1패 동률을 기록했습니다. 골득실도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루마니아에 한 점 뒤지는 바람에 카메룬과 루마니아에 이어 조 3위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전 대회에서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와일드카드 덕분에 예선을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예선에서 3승을 기록한 두 팀 중 한 팀인 브라질(다른 한 팀은 이탈리아)을 맞이하여 시종일관 뒤지는 경기를 했지만 81분에 터진 마라도나의 절묘한 패스를 카니자가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8강전에서는 유고에 0대 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 승을 거두었고, 준결승에서도 이탈리아와 1대 1로 비긴 후 또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결승 상대는 전 대회 결승전에서 3대 2로 승리를 거둔 독일이었지만 마테우스가 이끄는 독일은 브레메의 결승골로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두 대회 연속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팀이 돌풍을 보여 주면서 대회의 흥미는 더해갔습니다. 1994년 대회에서는 어느 대회보다 치열한 예선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앞선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돌풍의 주역이 된 벨기에와 아르헨티나가 또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했고,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도 와일드카드의 행운을 잡았습니다.

와일드카드 중 1, 2위를 차지한 아르헨티나와 벨기에는 모두 예선에서 2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 불가리아와 2승 1패 동률을 이루었으나 나이지리아에는 득실에서 뒤졌고, 불가리아에는 상대 전적에서 뒤지는 바람에 조 3위를 차지했습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와 2승 1패 동률을 이루었으나 득실에서 뒤져 조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승점이 6점에 달했으니 와일드카드 1,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선 통과는 아시아 팀으로는 1966년의 북한 이후 두 번째 예선통과였습니다.

와일드카드 3, 4위는 각각 1승 1무 1패를 기록한 미국과 이탈리아가 차지했으며, 예선 탈락이 가장 안타까운 팀은 노르웨이였습니다. 노르웨이가 속한 E조에서는 멕시코, 아일랜드, 이탈리아, 노르웨이가 모두 1승 1무 1패 동률을 이루었지만 다득점에서 뒤진 노르웨이는 승점 4점을 기록하고도 조 4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예선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조 3위 여섯 팀 중 4위를 차지함으로써 16강에 오른 팀 중 최하위로 예선을 통과한 이탈리아에는 로베르트 바지오, 디노 바지오 등 유명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선전이 끝나야 본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흔히 보여 준 과거의 이탈리아처럼 1994년의 이탈리아도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한 후에는 나이지리아, 스페인, 불가리아를 차례로 2대 1로 물리치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호마리우와 베베토의 투톱이 이끄는 브라질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열린 결승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0대 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 의해 우승국이 결정되었으며, 로베르트 바지오의 마지막 페널티킥이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망연자실하던 그의 모습은 해외 토픽 등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김호 감독, 허정무 코치가 이끈 한국 대표 팀은 스페인에 2대 2, 볼리비아에 0대 0으로 비긴 후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전에 세 골을 내주고, 후반전에 두 골을 따라붙은 후 마지막 20여 분간 독일의 월드컵 출전 역사상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게 했지만 예선 3위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순간에 찬스를 놓친 하석주는 그 후로 직선으로 차는 대신 휘어 차는 법을 연마하여 왼발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만약 이 때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면 와일드카드에 의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대신 탈락하는 팀은 이탈리아가 되었을 테니 세상만사는 참으로 종잡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게도 한국 청소년 대표 팀은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했습니다. 스페인을 이겼더라면 앞에서 살펴봤듯이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한 후 좋은 성적을 거둔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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