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월드 DJ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상상공장 측은 공모에 뽑힌 출연 팀들에게 '공모 팀의 공식 페이는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주최 측은 다만 "35팀이라는 공모 팀의 숫자를 고려하여, 팀당 10만 원의 교통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11년 '월드 DJ 페스티벌' 포스터 ⓒ월드 DJ 페스티벌 |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웹포스터도 다 나온 뒤에 '출연료 없음'을 공지해 황당했다"면서 "뮤지션들은 큰 무대에 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교통비만 받고도 출연 의사를 밝힐 수야 있지만, 앞서 공지나 협의도 없이 통보한 것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 DJ 페스티벌'의 티켓 가격은 12만 원에 이른다. 뮤지션들은 "공연의 규모와 주최 측의 예상 수입에 비해 10만 원은 터무니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행사 위치가 양평이라는 점과 평균 3~4인 정도인 팀 멤버 수를 감안할 때 10만 원은 교통비도 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출연하기로 했던 한 DJ 듀오의 리더는 "우리 악기를 양평까지 나르려면 10만 원 가지고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직접 섭외한 국내외 유명 팀에게는 높은 출연료를 지급하고, 경쟁을 통해 공개 모집에 합격한 팀에 대해서는 출연료 지급 계획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시 됐다. DJ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배우 김민준 씨는 트위터를 통해 "유명인이란 허울 좋은 이유로 국내 아티스트들 틈에 껴서 저도 참여했지만 실상을 몰랐다"며 "'월드 DJ 페스티벌' 보이콧한 국내 아티스트들을 지지한다"고 나섰다.
'월드 DJ 페스티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모 당시에 교통비 지급 등 비용 관련 공지는 없었다"고 인정하고 나서 "섭외한 밴드들에게는 확실히 개런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둘 사이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월드 DJ 페스티벌'에 서고 싶은 밴드에게 기회를 드리기 위한 좋은 취지로 공모를 한 것"이라면서 공모 팀들을 비롯한 인디 밴드들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보이콧을 선언한 뮤지션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조율을 거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트위터와 인디 밴드 관련 커뮤니티에서 대형 페스티벌 내 스태프·뮤지션들에 대한 보상 지급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씨의 사망 이후 인디 뮤지션에 대한 공연 출연료·음원 수익 등 대가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례들이 알려져,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출연료가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대형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뮤지션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무대에 서는 행위를 일종의 '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면서 "상당히 불공정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불만을 느낀 뮤지션들이 단체로 대응하거나 따로 공연을 만들거나 하는 항의 행위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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