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 간 일본 증언집회를 다녀온 김복동 할머니는 29일 제1076차 수요시위에서 일본의 사과와 법적 배상을 위해 정부가 힘써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증언집회 기간 중 예정돼있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과의 면담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막말을 일삼는 사람과 만나봐야 뭐하겠냐"면서 "그런데도 (하시모토가) 또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더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 17일 후쿠야마(福山)를 시작으로 오사카(大阪) 등 총 6개 도시를 순회하는 증언집회를 가졌다. 집회에는 약 6000여명의 일본인들이 참석해 위안부 피해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왼쪽)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일본 6개도시를 순회하는 증언집회를 가졌다. 사진은 25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
김복동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잘 모르던 일본인들이 많았다며, 집회에 참석한 일본인들 대부분이 증언을 듣고 나서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과하는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이 아니라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이번 증언집회를 통해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위안부 문제가 귀찮은 한일 간 정치적 문제가 아닌, 여성과 인간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날 경과보고에서 "오사카에서 증언집회를 하고 난 뒤 성금이 32만 엔, 나라 현(奈良縣)에서는 10만 엔이나 모였다"면서 이 금액을 나비 기금으로 적립해 여성과 아이들을 후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시위에 참석한 김복동, 길원옥, 이막달 할머니를 언급하며 "시위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가 나는 김복동이다, 나는 길원옥이다, 나는 이막달이다 라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를 정대협과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여성단체연합 권미혁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하시모토 시장이 전시 때 위안부 문제가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할머니 분들이 일본에 가셔서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온몸으로 증언하고 오셨다. 후손들로써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일본은 법적으로 배상하고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자국 국민들에게 낱낱이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국무부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하시모토의 발언에 대해 "전 세계의 지방관료 하나하나가 이상하고 불쾌하고 비난받을 발언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대꾸할 수는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더는 밝힐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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