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는 수녀와의 성행위 장면 등을 문제 삼아 이 소설을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결정, 지난달 25일 출판사 이상북스 측에 통고했다. 이에 이상북스는 17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는 실제적인 판매 금지 조치"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게르마늄 라디오>는 살인을 저지르고 수도원에 숨어든 주인공 '로오'가 성애와 폭력 행위를 통해 이중적인 현대 종교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종교는 인간을 구하거나 벌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파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 <게르마늄 라디오>(하나무라 만게츠 지음, 양억관 옮김, 이상북스 펴냄). ⓒ이상북스 |
이에 이상북스는 "독자에 따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폭력 및 성 묘사가 들어 있기는 하나, 저자의 저작 의도에 따른 소설의 필요 요소이지 단순히 폭력을 위한 폭력 묘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상북스는 이 작품이 일본의 대표적인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 119회 수상작이라는 점을 들어 "간윤위의 결정은 문학 작품을 문맥을 통해 읽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고 비난했다. 또 이번 결정에 따라 작품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표시를 할 경우 독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대부분이 영세하게 소규모인 출판사의 상황을 외면한 가혹한 심사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간윤위 관계자는 "메시지를 떠나 작품의 13%에나 해당되는 문제 장면들이 우리 사회의 통념에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정하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만화책, 소설을 포함해 약 2600종의 간행물이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지정되었는데 단 한 권에 대해서만 재심 청구가 있었다"며 "그만큼 심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5일 출간된 이 책은 1999년 원제인 <게르마늄의 밤>(씨엔씨미디어 펴냄)으로 나왔을 당시에도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판정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한일 간 문화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간윤위는 소설 일부 장면의 노골적인 성애 묘사 등이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작품은 비닐 포장돼 '18세 미만 구독 불가' 스티커가 붙여졌다. 그러자 작품을 처음 출판한 일본 문예춘추사의 <슈칸분슌>은 특집 기사를 통해 이러한 조치를 비난했다.
11년 만에 제목을 바꿔 나온 <게르마늄 라디오>도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결정됨에 따라 '19세 미만 구독 불가' 스티커가 붙여져 일반 서적과 구분되어 판매되게 됐다. 청소년에게 대여 및 판매가 금지되며, 인터넷 서점·포털 사이트에서도 '19세 이상 회원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성인이라도 책의 표지나 도서 소개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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