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입구에는 "부의금을 정중희 사양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문학 동료들의 어려운 사정을 걱정하며 '문인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다'는 뜻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간 고인의 빈소에는 소설가 박범신, 은희경, 김연수, 김승옥 씨 등 여러 문인들과 이해인 수녀, 가수 김창완 씨 등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도 조화로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 한국 문학의 거목, 고(故) 박완서 선생이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이외수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난다…시린 하늘"
온라인에도 추모 물결이 일었다. 소설과 이외수 씨는 22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새벽, 박완서 선생님께서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23일 오전에도 "척박한 이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라 가르치시던 분들이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가시네, 시린 하늘"이라는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소설가 은희경 씨도 "(고인을)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뵈올 수 있었으면"이라며 "추모를 하지 못하겠다. 많은 게 후회될 뿐"이라는 글을 올려 슬픔을 전했다.
이어 "봄이 오면, 영화 보고 맛있는 거 사주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한 분이 앓을 때 얼마나 두려울까 하면서도 오지 말란다고 안 갔던 게 후회되어 눈물 흐른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고인이 10년 전에 쓴 단편(<그리움을 위하여>)의 서두인 "올 겨울 추위는 유별나다. 눈도 많이 왔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다시 보니 예사롭지 않구나. 먼 길 편히 가소서"라고 추모했다.
다큐멘터리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에서 고인의 모습을 담은 인연이 있는 변영주 감독도 "<나목>과 같은 서슬 퍼런 데뷔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선생님 벌써 그립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와 게시판 등에서 애도를 뜻하는 근조 리본('▶◀')을 달고 고인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부의금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의미 있는 글을 쓰셨듯이 의미 있는 뒷모습을 보이신다"(@sxze), "아름다움을 남겨놓고 가셨다"(@larze0)와 같은 반응이 줄 잇고 있다.
고인의 발인은 25일 아침 8시 반에 치러지며 발인 후 구리시 토평동 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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