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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게 했던 그 때 그 준결승전!

[예병일의 '스포츠 뒤집어보기'] 1972~2007, '준결승전'을 추억하다

1월 23일 새벽 한 시 반에 벌어진 2011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리나라는 기대대로 이란에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연장전까지 120분에 걸친 혈전을 치르느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경기가 끝나는 바람에 밤잠을 설치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휴일이라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시원한 승리도 거두었으니 밤을 지샌 보람이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거둔 성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얘기를 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숙적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를 앞두고 있으니 휴식시간이 하루 짧고, 연장전까지 치른 것이 부담이 됩니다만 이번 대회에서 만큼은 어떤 고난도 이겨내어 51년만의 우승을 안겨다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이 치른 준결승경기는 모두 다섯 차례뿐

지나간 14차례의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 이내의 성적을 거둔 것은 불과(?) 8번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1968년의 4회 대회까지는 참가팀수가 5개국 이하였으므로 풀리그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당연히 준결승과 결승 경기는 치러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5회의 준결승만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차례에는 "아시안컵 결승전 다시 보기"라는 글을 쓰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한국이 치른 다섯 차례의 준결승 경기를 돌이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 23일 오전 카타르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이란 경기에서 윤빛가람이 하디 아길리의 수비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림 공격진이 출전한 첫 준결승 경기-1972년

우리나라는 1972년에 개최된 뮌헨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요즈음처럼 월드컵이나 올림픽 예선을 밥먹듯이 쉽게 통과하는 상황에서는 과거에 왜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무조건 1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만찮은 강적을 물리치고 예선을 통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뮌헨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팀은 이란, 버마(미얀마), 말레이시아였습니다. 이란이야 70년대 최강팀이니 그렇다 치고, 70년대 초에 동남아시아 최강이었던 버마는 지금도 가끔씩 후진양성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나라로 그 이름이 등장하곤 합니다. 이 세 나라중 한국을 누른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놀랍게도 말레이시아입니다. 서울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수중전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경기를 벌이고도 (이 대회 전후로 거의 10년 가까이 우리 팀에게 애를 먹인) 찬드란이 결승골을 터뜨리는 바람에 울분을 삼켜야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실력이 못하면서도 중요한 경기에서 발목잡는 일을 일삼은 말레이시아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 결승에서도 예상외로 승리를 거두어 우리나라를 탈락시켰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에서도 우리의 발목을 잡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네팔에게 예상외의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마지막 서울 어웨이 경기에서 우리나라에게 2차 예선 티켓을 넘겨 주었지만 말입니다.

당시만 해도 4-2-4 전형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던 시기라 박이천 주장이 이끄는 공격진에는 이회택, 김재한과 함께 막 청소년대표에서 발탁된 차범근이 공격을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치른 4경기 모두에서 골을 기록한 박이천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타이와의 준결승에서는 쉽게 승리하지 못하고 1대 1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당시의 전력을 생각하면 의외의 고전을 한 셈이며, 이번 대회에서 51년만에 우승을 노린다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결승에서는 연장전 끝에 이란에게 우승을 내주게 됩니다.

사상최고의 혈투-1980년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에서 이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진출권을 놓친 우리나라는 이란이 불참한 아시안게임에서 월드컵 예선 3위팀 쿠웨이트를 2대 0으로 누르는 등 참가팀중 최고의 실력을 보여 주면서 결승에 올랐습니다. 결승상대는 북한이었으며, 약간 우세한 경기 끝에 무승부로 공동우승을 차지했으니 아쉽지만 체면치레는 한 셈입니다.

프로축구팀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한 대표팀의 많은 선수들이 외국으로 진출을 했습니다. 차범근은 독일, 허정무는 네덜란드, 김황호와 조영증은 미국, 박종원은 벨기에, 기타 여러 선수들은 홍콩의 세미프로팀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980년 아시안컵 대표팀은 스무살 전후의 신예들이 많이 포진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경기여서 당시에도 이번 아시안컵 대회처럼 밤잠을 설쳐야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섯팀씩 2개조로 나뉘어서 벌어진 예선 경기에서 주최국이자 유력한 우승후보인 쿠웨이트를 3대 0으로 이기는 등 파죽지세로 예선을 통과한 우리의 준결승 상대는 1978년 아시안게임 이후 2년만에 만나게 되는 북한이었습니다.

3승 1패로 이란에 이어 조 2위로 준결승에 오른 북한보다는 우리가 더 강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경기 시작하자마자 북한의 공격은 한국의 수비벽을 뚫고 골대를 맞히는 아찔한 순간을 보여 주었습니다. "골대 맞히면 진다"는 속설은 그 때도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우리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으나, 전반 19분 박종헌에게 패널티킥 골을 내준 뒤, 우세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득점을 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수 개월전, 만 18세 4개월에 당시로서는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순호는 그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10년간 한국축구의 대들보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한국 대표팀에는 최순호 외에도 만 21세를 갓 넘긴 정해원이 있었습니다. 정해원은 10분을 남기고 헤딩으로 동점골을 기록하더니 후반 44분에 회심의 왼발슛으로 잠을 설친 고국팬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설 수 있도록 승리의 기쁨을 전해 주었습니다.

앞 길을 막지마라-1988년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카타르에서 개최된 1988년 대회는 아시안컵 참가 역사상 결승에 오르기까지 가장 순탄한 길을 걸었던 대회입니다. 10팀이 참가하여 2개조로 나뉘어서 열린 예선에서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레이트(1대 0), 일본(2대 0), 카타르(3대 2), 이란(3대 0)을 차례로 물리치며 4연승으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약관의 황선홍이 합류한 대표팀은 1986년의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선전과 서울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룬 팀이었으니 당연히 우승을 노릴만 했습니다.

준결승 상대는 2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2승 2무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한 중국이었습니다.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아시아 변방국이던 중국이 아시아 대회에서 성적다운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대회입니다. 도하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우리나라는 의외의 고전 끝에 0대 0 무승부 상태에서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연장전 3분이 지날 무렵 재간동이 이태호가 선취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으나 7분 후 중국의 마이차오는 동점골을 기록하며 복병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국가대표 생활 8년에 접어든 이태호는 연장전 전반이 끝나기 전에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아직은 우리가 중국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 주었고, 그 당시에 시작된 중국의 공한증은 아직까지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 대표팀은 누가 맡을 것인가?-2000년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해 놓은 상태에서 한국축구는 도약을 기대했으나 상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6대 2의 수모를 당한 후 박종환 감독이 물러나고, 차범근 감독이 뒤를 이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때만 해도 "차범근은 선수로서뿐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최고"라는 평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월드컵 두 번째 경기에서 히딩크가 이끄는 네덜란드에게 5대 0으로 지고 나자 기술위원장 조중연(현 대한축구협회장)은 대회중간에 감독을 경질하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는 허정무였습니다. 이미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맡는 등 대표팀을 경험한 바 있는 허 감독은 1998년 아시안게임에서 두 명이 퇴장당한 태국에서 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2000년 아시안컵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보다 8년 앞서서 2002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2000년의 아시안컵 대회에서 대표팀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12팀이 참가하여 4개팀씩 3개조로 개최된 예선에서 우리나라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함으로써 1승 2무의 중국과 쿠웨이트에 이어 조 3위를 차지했습니다. 다행히 와일드카드로 8강에 올라 연장전 끝에 이란에게 4년전의 치욕을 갚아주며 준결승에 오른 것까지는 봐줄 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준결승에서는 시종일관 끌려다니면서도 후반 중반까지 잘 버티기는 했지만 20분을 남겨 놓고 알메샬에게 두 골을 허용함으로써 2대 0을 기록했습니다. 그 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이동국이 추가시간중에 한 골을 만회하여 끝까지 지켜 본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었을 뿐입니다.

3,4위전에서는 중국에게 1대 0 승리를 거두었지만 귀국 후 허정무 감독도 짐을 싸야했습니다. 더 이상 한국내에서 대표팀을 맡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도 없었고, 선임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가삼현 국제부장은 감독 후보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결과 히딩크를 다음 감독으로 모셔오게 됩니다.

정말 재미없는 준결승-2007년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대표팀 감독은 핌 베어벡에게 돌아갔습니다. 예선 첫경기에서 우승후보 사우디아라비아와 1대 1로 비길 때만 해도 최성국의 선제골을 못 지킨 것이 아쉽지만 봐 줄 만은 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에서 경기시작 4분만에 터진 김두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바레인에게 2대 1 역전패를 당하자 "베어벡도 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김정우의 결승골로 다행히 (이미 바레인에게 이긴 바 있는) 인도네시아를 꺾음으로써 1승 1무 1패라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우리나라의 8강 상대는 이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대회가 끝나기까지 이란과의 8강전,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우리나라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승부차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나마 우세한 경기를 벌인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한 골이라도 넣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면 베어벡 감독이 좀 더 자리를 지켰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대회에서 보여 준 여섯 경기에서의 경기력은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우리보다도 실력이 못해 보이는 이라크가 결승에서 불리한 경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역습골 한 방으로 첫 우승을 차지한 걸 보면 축구가 의외성의 경기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도 했지만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답답한 모습은 결국 감독 교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7년만에 감독직에 다시 오른 허정무 감독이 그로부터 1년 반 동안 한국 대표팀을 잘 가꾸어놓은 게 축구팬들에게는 기쁨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아시안컵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치른 다섯 차례의 준결승경기 중 세 번은 이기고, 두 번은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쉽게 이긴 경기가 한 번도 없었지만 1980년 북한과의 경기나 1988년 중국과의 경기는 끝나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연출된 까닭에 밤새 경기를 지켜보신 축구팬들이 피로감을 덜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을 맞이하여 쉽지 않은 경기를 벌여야겠지만 지금까지 보여 주었듯이 세련된 경기운영을 통해 아시안컵 대회 준결승에서 네 번째로 시원한 승리를 기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이란전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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