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고라? 트위터? 민주 시민의 요람은 따로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고라? 트위터? 민주 시민의 요람은 따로 있다!

[프레시안 books] 최정태의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자유로운 도서관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요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한길사 펴냄)은 위와 같은 믿음을 가진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최정태가 찾아다닌 자유로운 도서관, 그래서 스스로 민주주의의 요람이 된 도서관 열두 곳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로 자유로운 도서관이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키워 온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은 자유로운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있어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답을 들려준다.

이 책을 쓴 최정태는 이미 2006년에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펴냄)이라는 책을 펴 낸 바 있다. 이번에 펴낸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 도서관 순례의 결과물이다. 첫 번째 책이 전 세계를 다니며 그 도서관만의 가치와 이념을 지닌 곳을 찾아 나선 기록이었다면, 이번 책은 도서관들이 어떻게 그 사회 속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며 성장해 왔는가에 초점을 둔 기록이다.

{#8935661694#}
▲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최정태 지음, 한길사 펴냄). ⓒ한길사
사실 '이런 도서관이 위대한 도서관이다'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위대한 도서관에 대한 뚜렷한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위대한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건물이 특색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또 규모와 내용이 설립 목적과 균형이 맞아야 한다. 거기에 이용자 수준을 고려한 충분한 장서와 유용한 시설물이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위치 역시 중요하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하기가 쉬워야 하고, 주변 환경도 쾌적해야 한다. 또 지적 호기심을 주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 이미지를 갖추어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곳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하는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저자는 이들 도서관을 단순한 구경꾼처럼 바라보지 않았다. 도서관 전문가로서, 그리고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서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고, 그 도서관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때때로 위대한 도서관을 향한 애정과 그 순례의 밀도가 너무나 '빡빡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저자가 단순히 아름다운 도서관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도서관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위해, 우리 공공 도서관의 미래를 찾기 위해 순례를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매의 눈'으로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을 뜯어 본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 도서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도서관으로 순천시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을 꼽는다. 책에 따르면 기적의 도서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서관이 보여 온 권위적이고 도식화된 도서관 건축 방식을 극복해 친환경적이고 주민 친화적 건축을 선보였고, 전문직 관장과 유능한 직원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운영 방식 등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 도서관이 세계적 도서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08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행하는 <도서관계>에 '도서관, 그 위대함이여!'라는 주제로 연재된 글을 엮은 것이어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구체적 정보,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전문가 시각이 반영된 사진들이 있기에 현장성이 두드러진다. 마치 저자와 함께 그 도서관을 직접 둘러보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발품을 팔아 순례한 도서관들을, 책 한 권 쥐고 편안하게 둘러 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 크다. 그러나 책의 끝에서 만나는 저자의 간곡한 부탁에 이르러서는 너무 편하게 책을 읽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도서관이 즐비하다. 도서관에 관심 있는 우리 이웃을 위해서, 사서라는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학문에 뜻을 품은 문헌정보학 학우들을 위해서, 누군가 '위대한 도서관 오디세이' 바통을 이어받아 아름다운 도서관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서 도서관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 시민들이 새롭게 도서관을 보고 있고, 그 얘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이 쓴 <세계 도서관 기행>(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나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이 쓴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우리교육 펴냄) 등이 참고할 만하다. 이 책들도 같이 읽으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서관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여러 도서관을 두루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한 도서관을 깊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에 포함된 기적의 도서관에 대한 책인 <기적의 도서관>(현실문화 펴냄)의 일독을 권한다. 직접 도서관을 설계한 정기용 건축가가 최근에 펴낸 책이다.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을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위대한 도서관이 있어야 그 안에서 자유로운 사상과 이념이 성숙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삶이 충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속에서 다양한 문화가 태어나 자라고, 평등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다른 나라 도서관 상황을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도 위대한 도서관을 가질 필요성과 자격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위대한 도서관은 정녕 어떤 도서관일까? 여기서 도서관의 3요소를 생각하게 된다. 장서와 시설, 그리고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3요소가 모두 잘 갖춰진 도서관이 위대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충분한 장서 보유나 도서관 건축, 설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요소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도서관을 운영하는 전문적인 책임을 부여받은 사서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포함한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개인으로서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자치 역량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다. 따라서 사람 요소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고서는 도서관은 도서관다울 수 없다. 하물며 위대한 도서관은 결코 될 수 없다.

위대한 도서관은 위대한 사람이 만든다.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위대한 사서와 시민이 위대한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