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처럼 세계 최고의 위치에 이른 분도 계시지만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일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 일하셨다는 점에서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분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재임을 앞둔 상태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안타깝게 되었지만 그 분을 가까이에서 모신 분이 쓴 책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를 통해 이종욱 박사가 어떤 인생을 사셨으며, 어떤 소양을 쌓고, 어떤 노력을 함으로써 국제기구 수장 노릇을 잘 이행하셨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 해도 다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연초에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셨던 분들이 자신에게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재테크와 건강의 공통점
이종욱 박사가 평소에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라고 한 것은 직업 정신을 강조하신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 유지를 비롯하여 어떤 일에서나 유용한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점점 운동이 부족해지는군! 요즈음은 너무 추우니 봄이 되면 운동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이런 결심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것보다는 못한 결심입니다. 얼마 전에 재테크에 대한 기사 중에 "20대와 30대는 나이든 분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시기에 재테크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20대에 재테크를 시작하면 30대에 시작하는 것보다 10년이 아니라 훨씬 더 긴 세월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지는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재테크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크게 나타난다는 뜻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 때부터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 30대에 건강 관리를 시작하시는 분들보다 훨씬 쉽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년을 넘기신 분들도 하루라도 빨리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지시면 더 늦게 건강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운동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계획
ⓒ프레시안 |
보도 자료를 종합해 보면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생존이 용이하다고 판단됩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몸에 지방질이 더 많은 경우 땅바닥에 충돌을 할 때 완충기능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얻고 싶다 해도 비행기에 타고 있는 남녀 숫자가 같을 리가 없고, 사람과 아주 유사하게 마네킹을 만들어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볼 수도 없으니 이와 같이 당연하다 싶은 일도 실제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얻거나 설명을 하자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근거를 대답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15일자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활발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체중증가가 훨씬 작게 발생한다는 내용입니다.
본 연구는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대학 의과대학 한킨슨(Arlene L. Hankinson)의 책임 하에 시카고, 버밍엄, 미네아폴리스, 오클랜드 등 미국 4개 도시에서 지원한 18세에서 30세까지 3554명을 대상으로 운동 강도와 시간, 체중, 키, 허리 둘레, 체지방지수 등을 추적 조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분들의 운동을 강도와 시간에 따라 충분, 보통, 부족 등 세 군으로 나누었으며, 참여자들은 연구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 의해 직업과 관련된 일의 양, 가정에서의 일, 운동 경기에 참여하는 정도, 건강을 위한 운동 정도 등을 모두 포함하여 조사를 했습니다.
젊어서 시작하는 운동이 비만을 방지한다
그동안 거의 1년에 걸쳐 운동의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해 온 바 있습니다. 운동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현대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수많은 질병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한킨슨의 연구팀이 발표한 운동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운동 프로그램 시작시의 나이, 교육, 흡연, 음주, 에너지 흡수량을 보정하여 얻어진 결과임)
1. 성별 구별없이 운동의 효과가 좋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여준다. 20대에 활발한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을 적게 한 경우와 비교하여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지수와 허리 둘레가 늘어나는 정도가 훨씬 낮게 나타난다.
2. 20대에 활발한 운동을 한 남자는 운동을 적게 한 경우와 비교할 때 체중이 2.6㎏ 적게 증가되고, 활발한 운동을 한 여자는 운동을 적게 한 경우와 비교할 때 체중이 6.1㎏ 적게 증가된다. 연간 체지방지수 증가 억제 효과는 남자의 경우 운동을 많이 하면 0.15, 운동을 적게 하면 0.20이고, 여자의 경우 운동을 많이 하면 0.17, 운동을 적게 하면 0.30이다.
3. 20대에 활발한 운동을 한 남자는 운동을 적게 한 경우와 비교할 때 허리 둘레가 3.1㎝ 적게 증가되고, 활발한 운동을 한 여자는 운동을 적게 한 경우와 비교할 때 체중이 3.8㎝ 적게 증가된다. 연간 허리 둘레 증가는 남자의 경우 운동을 많이 하면 0.52㎝, 운동을 적게 한 경우 0.67㎝이고, 여자의 경우 운동을 많이 하면 0.49㎝, 운동을 적게 한 경우 0.67㎝이다.
4. 20대에 운동을 보통 또는 일정하지 않게 실시하는 경우는 남녀 모두 운동을 적게 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체중에 미치는 효과에 차이가 없었다.
비만해지지 않으려면 당장 운동하라
3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비만은 인격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으로도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의 나쁜 보건 상태를 무작정 따라하는 걸 보여 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35년간 비만이 급격이 증가하여 현재는 전 인구의 약 30%가 비만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만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이 전 인구의 30%를 넘어섰으며 비만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비만이 만성적으로 건강 상태를 악화시켜 결국에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시작하여 몇 달만 꾸준히 유지하면 체중 감소와 같은 효과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장기간 운동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또 운동을 하시던 분들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몇 달만 운동을 중단하면 운동을 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가므로 체중증가는 나이가 들면서 멈췄다 가기를 반복하며 꾸준히 증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젊었을 때 활발한 운동을 계속하면 중년이 되었을 때 체중이 증가되는 정도를 줄일 수 있고, 그 효과는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두 배 이상 크게 나타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중년으로 들어설 때 체중 증가를 감소하기 위하여 저자들이 추천하는 운동 방법은 매주 150분에 걸쳐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체 활동을 함으로써 체중 증가를 최소화하여 나이가 들면서 비만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하루에 적어도 30분 이상, 일주일에 5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드신 분이 운동을 하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젊을 때부터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몸에 배는 것으로 시작하면 더욱 쉽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무리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비만해지고,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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