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들어선 K씨는 뒤늦게 얻은 둘째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사오정, 오륙도, 삼팔선 등 여러 가지 유행어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웃을 일이 많지 않지만 주말에라도 아빠에게 달라붙는 아들을 대하노라면 그래도 이 녀석 덕분에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둘째 녀석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합니다.
아내는 저 녀석을 생각해서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건강 관리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보니 마음만 있을 뿐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최근에는 비록 서로 연락하는 일이 아주 드물어졌지만 결혼 전까지 누구보다 가깝게 지낸 바로 위의 선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족이 원하지 않아서 부검을 하지 않았으므로 사망 원인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심장 혈관에 이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보니 이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은 심혈관으로부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어머니 뱃속에 착상이 됩니다. 그러고 나서 이 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하고 자라면 태아로 자라나게 됩니다. 태아가 어머니에게 "엄마는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나는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라고 외치듯이 심장이 박동을 뛰는 시기는 대충 8주가 지났을 때입니다. 이 때 초음파 사진을 찍어 보면 심장이 뛰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시작된 심장박동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됩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심장 박동이 빠르지만 자라면서 서서히 심장 박동이 느려집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분당 약 100회 가까이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계속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 분당 약 60~70회 정도로 심장 박동 횟수가 줄어듭니다. 이를 평생으로 계산해 보면 약 20억 회 이상의 박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일의 양으로 계산해 보면 약 30톤의 무게를 평지에서 에베레스트 산 정상까지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렇게 심장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심장이 쉬지 않고 운동을 하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심장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심장세포가 계속해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몸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능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담당하고 있으며, 심장세포는 다른 세포와 비교할 때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장 박동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을 위하여 심장세포는 끊임없이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야만 합니다. 심장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 동맥(심장 동맥)입니다.
관상 동맥은 작은 혈관의 하나이므로 혈관 내에 문제가 생기면 막히기가 쉽습니다. 혈관 내에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는 혈액 속에 지방이 많아져 피에 잘 녹지 않게 됨으로써 건더기가 생기거나 혈관에 이와 같은 물질이 침착되면서 혈관이 딱딱해지거나 좁아지는 것입니다. 혈액에 발생하는 문제는 사람 몸에 있는 어떤 혈관이든 구별없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관상 동맥의 경우 크기도 작고,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 증상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데다 예후도 좋지 않으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잠을 자다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을 하는 현상을 돌연사라 하는데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도 관상 동맥이 막히는 경우입니다. 혈액 속을 떠돌아다니는 덩어리가 관상 동맥을 막아 버리는 경우,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지 못해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경우 등 관상 동맥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서히 몸이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 돌연사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체 어느 부분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관상 동맥은 특히 평소에 잘 관리되어야 할 중요한 혈관입니다.
심장 박동의 변화와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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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심장 박동 횟수의 변화는 사람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심장 박동을 담당하는 신경을 자율신경이라 하며, 자율신경의 기능이 증가 또는 감소됨에 따라서 심장 박동이 영향을 받아서 박동 횟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됩니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크게 화가 난 경우는 교감신경이 자극받는 것과 같은 신체 변화를 일으키게 되며, 부교감신경이 자극받을 때의 신체 변화는 이와 반대입니다. 운동을 하면 심장박동 횟수가 빨라지는 것은 운동에 의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증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심장은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심장 박동 횟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심장 박동 횟수가 다른 분들보다 느린 분이 있다면 운동을 할 때 피로감을 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즉 심장 박동이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이 건강에 더 유리합니다. 안정 시에 심장 박동 횟수가 분당 90회 이상인 분들은 분당 60회 이하인 분들과 비교할 때 사망위험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심장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
관상 동맥의 중요성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습니다. 증상이 약하고 혈관이 막힌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분들은 특별한 처치 없이 상태의 호전을 기대하면 운동을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2월 18일에 올린 기사를 참고로 하시면 됩니다.
관상 동맥이 막히기 시작하면 심장이 충분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므로 수축하여 혈액을 내보내는 일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심장 수축에 이상이 생겨 온몸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해 주지 못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신체 기능이 떨어진 분들이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증상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오는 것입니다.
이 때 얼른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정상을 찾는 일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통증이 얼른 사라졌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루다 보면 통증이 심해지고, 빈도가 잦아져서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얼른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관상 동맥이 막힌 것이 원인으로 판단되는 경우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신체의 다른 혈관을 통해 막힌 부위를 부풀리거나 벌려줄 수 있는 소재를 넣어주는 것입니다. 막힌 관상 동맥을 뚫어주는 것만으로 심장은 충분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더 이상 심장근육이 큰 해를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몸에 관상 동맥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시술을 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이상을 바로잡아 준 것이기는 하지만 혈관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을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닙니다. 이 요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생활 습관을 크게 바꾸어야만 가능한 일이므로 원인 제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작년 5월에 스웨덴에서 개최된 유럽 심혈관 예방 및 재활학회에서는 시술 후에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협심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관을 뚫어 주는 시술을 한 후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하게 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연구 대상 환자들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시술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은 군에 속한 환자들은 40%만 아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시술 후 운동을 수행하게 한 군에서는 63%가 아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술 후 5년이 지나기 전까지 심장 발작, 뇌졸중, 사망 등과 같이 심혈관 질환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는 아무 시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 55%였으나 시술 후 운동을 한 경우에는 36%에서만 합병증이 발생하였습니다.
인간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운동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와 운동의 기회는 줄어들기만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이 자연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건강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상 운동을 생활화하는 일이 건강유지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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