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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를 배출하는 학교를 '파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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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를 배출하는 학교를 '파괴'하라!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오어의 <학교를 잃은 사회 사회를 잊은 교육>

1

"오늘이 행성 지구의 전형적인 하루라면, 우림 300㎢가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1초에 약 4000㎢다. 또 186㎢ 땅이 사막에 삼켜질 것이다. 사람의 관리 부실과 인구 과잉의 결과다. 그리고 40~250종의 생물이 사라질 것이다. 정확히 40종인지 250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 인구는 25만 명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염화플루오린화탄소 2700톤과 이산화탄소 1500만 톤을 대기에 추가할 것이다. 오늘 밤 지구는 약간 더 더울 것이고, 물은 약간 더 산성을 띨 것이며, 생명의 천은 조금 더 해질 것이다. (…) 우리의 장래 건강과 번영의 토대가 될 많은 것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기후 안정성, 자연계의 복원력과 생산성, 자연의 아름다움, 생물다양성이." (25~26쪽)


대다수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절실히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분야에서 친환경, 녹색, 생태 등등의 말을 달고 이 심각한 위기를 벗어나려 노력들을 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려는 노력이 계속돼왔다.

2

서울 마포구에는 성미산이라는 코딱지만 한 산이 있다. 이게 얼마나 작은 산이냐면, 등산의 '등' 자만 들어도 그 자리에서 졸도해버리고 마는 내 각별한 어떤 친구도 정상까지 가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산에 대해 엄청나게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산이 바로 성미산이다.

그래서인가 최근 이 산의 일부를 깎아내고 거기에 학교를 짓겠다는 사립학교 재단이 있다. 물론 그 알량한 법적으로야 그 땅의 임자는 그들이다. 자기 땅에 건물을 짓고 장사를, 그것도 참으로 숭고하기 그지없는 학교 장사를 하겠다는데 한 번 잘해보라고 응원을 해줘야 할 듯도 하다.

그런데 이런 빤한 일에도 반대하는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있었으니 성미산마을공동체 주민들이다. 바깥에서 보면 자기가 사는 동네에 학교가 들어온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법한데, 밤낮으로 조를 짜서 산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 과정을 충실히 밟고 거기에 습득한 상식을 숭앙하는 사람들이라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설상 이해한다손치더라도 대단히 중대한 일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그 산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대개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이런 말도 한다.

"왜들 저렇게 죽으라고 학교 짓는 걸 막는 거지? 장애인 학교도 아닌데 말이야"

3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특히 중요한 것이 셋 있다. 정규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에 앞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를 걱정하게 만들 것이며, 학생들을 도덕적으로 메마른 편협한 전문 기술자로 만들 것이며, 생물 세계에 대한 경이감을 죽일 것이다." (53쪽)

"홍익인간은 (…) 자연과 사람의 관계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땅히 존재하여야 할 가치덕목으로 확립되어 왔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이제 자아와 만유의 공존공영을 정립하려는 필수불가결의 사상이다." (홍익대학교 '교육 이념' 중에서)

홍익대학교의 교육 이념은 데이비드 오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오어와 함께 며칠 밤낮을 세워가며 교육과 인류의 문제에 진지한 대화를 나눠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이 좋은 건학 이념은 결국 '학교 소개'란을 메우기 위한 '글자 공구리'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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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잃은 사회 사회를 잊은 교육>(데이비드 오어 지음, 이한음 옮김, 현실문화 펴냄). ⓒ현실문화
데이비드 오어의 <학교를 잃은 사회 사회를 잊은 교육>(이한음 옮김, 현실문화 펴냄)은 생태와 경제 그리고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특히 저자의 주된 관심사는 교육이다. 교육에 대한 문제를 이처럼 방대하고 근본적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저자는 환경학·정치학 교수이자 실천가로서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서 '100일 기후 행동 계획'을 짜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 호모사피엔스 종의 장기 생존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데, 교육의 문제를 교육 내의 문제로만 풀려고 해서는 안 되며, 교육과 더불어 경제, 생명, 노동, 정치, 문화 등 모든 영역의 총체적 관계 속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의 교육이 "그저 지구를 더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런 교육이 지구를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고, 나아가 호모사피엔스 종의 수명을 단축하는 데 비중 있게 일조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현대 교육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 속에서 교과 과정을 사고하고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농업이 단순히 전문 분야가 아니라 필수 교양 과목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농담이 아니라), 인간의 장기 전망을 위해 싸울 수 있고 그럴 의지도 지닌 유권자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특히 학교 건물의 설계, 건축, 운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적은 우리가 간과해온 것이다.

"학교 건축은 교육을 구체화한 결정(結晶) 같은 것이며, 학교 건물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강의 못지않게 나름의 숨겨진 교과 과정을 지닌다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 건물을 설계하고 짓고 운영함으로써 어떤 교훈을 가르치는 것일까?" (171쪽)

5

성미산에 학교를 짓는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오어의 이 책은 무려 16년 전의 미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한국의 상황을 듣고 있는 듯하다.

한 번쯤은학교법인 홍익학원 사람들이 이 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의 교육 이념을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러한 가치를 가르치려 한다면, 성미산을 그대로 두고 대체 부지를 찾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물론 이는 홍익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류와 지구의 공동선'을 건학 이념으로 갖고 있는 다른 모든 교육 기관도 "해마다 학위를 딴 명석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문맹인, 성공을 열망하는 호모사피엔스 무리가 생물권으로 쏟아질 때마다 만물이 신음하는 소리"를 이제는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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